

자유 연재 | 글링
"흡, 흐으읍...!!" 격하게 흔들리던 손이 멈추자 무수히 갱신되는 시스템 메세지. [정자821451을 물리쳤습니다. exp +1] [정자6946542을 물리쳤습니다. exp +1] [정자7434783을...] [...] [..] [.] [도합 382917381마리의 정자를 처치.] [특성 [최저임금]에 의해 382917381 exp를 획득하셨습니다!] 나는 딸치면 강해지는 플레이어다.
1. 딸만 치고 랭킹 1위
어느날, 세계 각지에 거대한 탑이 나타났다.
동시에 등장한 자신을 '각성자' 자칭하는 자들.
그들은 강력한 힘을 휘두르며 탑을 오르길.
사람들은 탑을 오르는 자를 ‘플레이어’라 칭하며 선망했다.
그로부터 10년.
세상은 그 무엇하나 바뀌지 않더라.
***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 라는 말이 있다.
세상은 거인의 보폭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작디 작은 소인인지라 작은 보폭으로 걸을 수 밖에 없는... 대충 그런 이야기다.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랬다.
탑의 등장 이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나는 그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똑같이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풍경은 훌쩍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가 이거다.
김복달.
25세.
모태솔로.
취직 경험 없음.
아니지. 서비스 업계에서 200억 달러 수입을 벌어들이는 다국적 기업의 관계자였던 적은 있다.
뭐냐고?
뭐긴 맥도날드 알바지.
아무튼... 연애 한번 해보는 것이 소원인 25세 김복달은 현재 인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각성하셨습니다!]
눈 앞에 떠오른 이 파란창에 의해서.
"...각성? 내가?"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며 나는 눈을 비볐다.
각성? 내가? 진짜로?
각성이라함은 무엇인가.
인간을 초인으로 바꾸는 위대한 진화! 탑을 오를 수 있다는 증거! ...라는 거창한 말은 필요 없고.
두가지만 알면 된다.
"와, 씨. 미친...!"
각성자는 인기가 많다. 오죽하면 지금 1등 남편감이 각성자이겠는가. 뿐만 아니라 각성자는 돈도 잘 번다.
그야말로 현대 최고의 직업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이들.
나는 어느날 보았던 뉴스의 내용을 더듬더듬 떠올렸다.
‘분명... 각성자 평균 월급이 5000만원을 넘겼다고 했나?’
대박이다. 그것도 초대박.
"아니, 아니지. 진정하자. 일단 쉼호흡부터."
아직은 좋아할 때가 아니다.
각성자에도 급은 있으니까.
처음 각성하면 받게 되는 ‘특성’.
이 특성에 따라 각성자의 급이 정해진다고들 한다.
각성자에게 ‘특성’이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 좋은 특성을 뽑느냐 못 뽑느냐가 각성자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들었다.
“하느님부처님예수님알라신님성모마리아님천지신명님제발제발제발...!”
뉴스에서나 나오는 개사기 특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평균 이상! 아니 딱 평균만이라도!
양손을 바짝 붙인 채 동서남북으로 기도를 올린 나는 간절함을 담아 외쳤다.
"상태창!"
=
[스테이터스]
- 이름 : 김복달
- 성별 : 남
- 클래스 : 무직
- 레벨 : 1
- 특성 : [최저시급]
- 보유 스킬 : 없음
- 능력치
[근력 : 5]
[체력 : 9]
[맷집 : 7]
[속도 : 10]
[마력 : 3]
=
“에라이, 씨부럴.”
눈 앞에 뜬 파란창을 확인한 나는 걸죽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어째서인지 내 머리 속에는 유명 철학자가 말한 한가지 구절이 떠올랐다.
‘신은 죽었다.’
신성력이 신의 존재를 입증한다고? 지랄.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신은 없는거다 마찬가지다.
나는 짜증이 가득한 눈동자를 굴려 다시금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특성란을 꼴아봤다.
[최저시급].
특성 이름 하나 참 초라하네.
많은 것을 기대한 건 아니다만 이렇게까지 초라한 것이 나오면 당연히 실망하게 된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각성까지 해서 최저임금이 뭐야, 최저임금이...”
그래도 어떤 특성인지 확인 정도는 해야겠지...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최저시급] 정보 확인."
=
<최저시급>
당신은 최저시급을 보장 받습니다.
어떤 생명체를 처치하던 최소 1 exp를 획득합니다.
=
“이야~ 쓰레기잖아?"
척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쓰레기다.
탑 1층에서 나오는 고블린이 통상적으로 10의 exp를 준다고 한다. 탑에 오를수록 몬스터들이 주는 경험치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런데 겨우 경험치 1? 이걸 누구 코에 붙여.
"하..."
뭐 내 인생이 다 그렇지.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나 김복달.
25살 모태솔로.
불행에는 진즉에 익숙해졌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결국 각성은 했는데.
적어도 소개팅이나 여자 앞에서 자기를 소개할 때 "나 각성자요." 정도는 가능해지지 않았는가.
웃기지도 않은 생각에 키득이던 나는 허탈함을 가득 담아 말했다.
"인생 뭐 있나~ 딸이나 쳐야지."
결국 나를 위로해주는 건 이 오른손 뿐이더라.
나는 침대에 몸을 던지고 익숙한 손길로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어디보자... 오늘은 이걸로 할까.
네모난 화면에서 남자라면 한번쯤 보았을 남자 배우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으엑, 인트로가 왜 이따구야. 스킵, 스킵.”
화면에 아래에 떠 있는 빨간 바를 중간 쯤으로 옮기자 드디어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교성.
그래, 이거지.
나는 이 텅빈 마음을 치유하고자 스마트폰에서 틀어져나오는 교성을 들으며 딸딸이를 쳤다.
그러자.
[정자821451을 물리쳤습니다. exp +1]
[정자6946542을 물리쳤습니다. exp +1]
[정자7434783을...]
[...]
2024.09.28 07:08
개그 코드가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 평범한 능력으로 참신한 전개가 나와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4.11.30

이런 자극적인 소재로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다음 화 궁금합니다
24.11.06

정말 자극적인 소제 앞으로 주인공의 행보가 기대 됩니다. 다음화가 매우 기대되네요
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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