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형제들의 배신으로 관리하던 던전을 빼앗기고 죽었더니, 검술 명가의 서자로 눈을 떴다. 던전의 주인은 지금부터 던전 공략자다.
나와 동생은 뒷골목의 사창가에서 태어났다.
매춘부였던 어머니는 우리 형제가 어릴 적에 병으로 돌아가셨다.
유일한 보호자였던 어머니가 사라지자, 마담은 우리 형제를 내쫓았다.
돈도 못 벌고 밥만 거덜 내는 식충이라면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기에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계절은 겨울.
진창이었던 길가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쓰레기를 뒤져 구한 너덜너덜한 포대를 덮고, 길가에 앉아 동생과 온기를 나누며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이맘때쯤이면 항상 동생과 눈싸움을 즐겼다.
그러나 더 이상 눈이 반갑지 않았다.
제발 오늘은 눈이 내리지 않기를 빈다.
빨리 날이 따뜻해지기를 빌었다.
사람들에게 구걸해서 얻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형, 나 왼쪽 손에 감각이 없어.”
동생의 왼쪽 손이 검게 물들었다.
동상에 걸린 것이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리를 길거리로 내쫓은 마담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마담은 매정하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어머니의 단골을 찾아갔다.
“여보 그 아이는 누구예요?”
“아, 길거리를 떠도는 아이 같은데 구걸하러 온 거 같네. 금방 돌려보낼 테니 들어가 있어.”
단골은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쓰레기 같은 것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그에게 끌려가 골목에서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
“제니의 아들이니까 여기서 봐주는 줄 알아. 다시는 찾아오지 말고. 그땐 진짜 죽여버릴 테니까.”
단골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등을 돌렸다.
그래도 그는 마담보다 나았다.
먹고 떨어지라고 은화 한 잎이라도 던져줬으니.
은화로 꼬챙이를 세 개를 사서 동생에게 먹였다.
은화 한 잎은 꼬챙이 서른 개를 살 수 있는 값이지만, 당시의 나는 몰랐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7살에 불과했으니까.
“형은 안 먹어?”
“오면서 두 개 먹었어. 이건 다 네 거야.”
다음 날.
동생의 상태는 더욱 안 좋아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했다.
도와달라고. 동생을 치료해 달라고.
“얘야. 동생을 치료해 준다고 약속하면 너는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냐?”
얼굴에 흉터가 많고, 누런 이가 인상 깊은 사내가 물었다.
그의 뒤에는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가득했다.
“뭐든 할게요! 시켜만 주면 다 할 수 있어요!”
“그래? 사람을 죽이는 것도?”
“……동생의 치료만 약속해 준다면요.”
나중에 알게 된 그의 정체는 뒷골목을 주름잡는 보스 중 하나.
누런 멧돼지라 불리는 보스.
그가 단검을 하나 쥐여 주며 죽여야 할 대상을 말해줬다.
나는 누런 멧돼지가 시키는 대로 곧장 옆 구역으로 이동했다.
시간을 지체할 틈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대상을 죽이고 동생을 치료해야 했으니까.
죽여야 할 대상의 이동 경로로 예상되는 곳에서 추위에 몸을 바들바들 떨며 기다렸다.
“꼬마야. 눈을 뜨거라. 이런 곳에서 잠들면 요단강 건널 수가 있다.”
언제 잠들었던 것일까.
골목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내게 중년 남자가 다가와 어깨를 흔들었다.
나는 시선을 위아래로 훑었다.
검은 머리칼. 푸른 눈. 애꾸.
허리춤에 찬 검의 홈멜 부분은 늑대 머리로 장식되어 있었다.
“갈 곳이 없는 거냐? 나랑 같이 가겠느냐?”
중년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굳은살이 가득한 손이었다.
어머니와 동생 이외에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적어도 추위에 떨지는 않을…….”
푹!
새하얀 눈 위로 붉은 피가 후드득 떨어진다.
따뜻하게 내밀어오는 손길에 나는 검을 목에 꽂아 넣으므로 답했다.
눈앞의 중년 남자는 누런 멧돼지가 죽이라 명한 뒷골목의 또 다른 보스, 검은 늑대였다.
인자해 보이던 검은 늑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구멍이 난 목과 입으로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그가 무어라 중얼거리지만,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나는 단검을 뽑고 그를 밀쳤다.
거구의 사내가 맥없이 뒤로 쓰러졌다.
피로 흥건해진 손을 보며 이성을 잃고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검은 늑대란 보스가 어떤 사람인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일을 저질렀다.
오직 그를 죽이고 동생을 치료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오! 역시 사람 보는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너 나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나는 누런 멧돼지가 이끄는 패밀리에 소속되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었기에 선택권이 없었다.
배불리 먹고 따듯한 곳에서 잘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누런 멧돼지는 약속을 지켰다.
의사를 불러들여 동생의 상태를 살피도록 했다.
괴사 상태에 들어간 왼쪽 손목을 절단시키긴 했지만, 살기는 했다.
이후, 나이가 어린 우리 형제들은 패밀리에서 허드렛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간혹 선배 조직원들이 괴롭히긴 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 십 년이 흘렀다.
나는 피나는 노력 끝에 선배 조직원들을 꺾고 패밀리 2인자 자리에 올랐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 준 덕일까.
조직원들은 나를 많이 따르곤 했다.
보스인 누런 멧돼지가 그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동생은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상당한 실력자였다.
전문적인 살수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전투 불구 상태로만 만들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익숙한 지하실과 그 주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내 심기를 너무 건드렸어.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죽이지는 않을 테니 이곳을 떠나라.”
자신의 자리까지 빼앗길까 두려웠던 누런 멧돼지가 우리 형제를 도시 밖으로 내쫓았다.
살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건만, 다시 삶의 밑바닥으로 내던져졌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다, 나는 동생에게 말했다.
“이렇게 떠돌아다니다 죽을 바에 목숨 걸고 도박이나 해 보는 건 어때?”
“그쪽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형도 잘 알면서 왜 그래?”
“그런 도박 말고.”
“……설마 던전에 들어가겠다고? 형 미친 거야?”
“이제는 미치지 않고서는 못 갈겠다.”
동생은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내가 들어가니 녀석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던전은 정복한다면 무슨 소원이라도 들어주는 곳.
정복하지 못하더라도, 던전은 돈이 되는 곳이었다.
단지 매일 같이 목숨이 위험한 곳이지만.
처음에 들어간 첫날부터 죽을 뻔했다.
운이 좋게 살아남고, 며칠 동안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다 우연히 재능을 깨달았다.
마법에 대한 재능이었다.
그 재능을 활용해, 다른 도전자들도 도달하지 못한 곳까지 발을 들였다.
설마 던전을 정복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허상에 불과했다.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존재를 만나 죽음 직전에 몰렸다.
숨이 껄떡껄떡 넘어가는 그때.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자가 다가와 내게 물었다.
굵직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이곳까지 온 거지?”
“어떻게 오긴. 이렇게 왔지…….”
나는 손을 뻗어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강력한 마법을 시전했다.
콰과가강-!
천지가 흔들렸다.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가 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좋은 마법이다!”
“어떻게 멀쩡할 수가…….”
2024.09.28 07:17
시원시하네요 ㅋㅋㅋ 다음화가 기대됩니다!!1
24.11.17

몰입감이 대단하네요. 돈독한 사이의 형제를 갈라둔 원인이 뭐였을지 주인공의 최후가 안타까워져요. 다음화도 보고 싶어요.
24.10.31

와 사이다. 다음엔 어떤 사이다를 줄지 다음화가 기대됩니다.
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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