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천재의 여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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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
10화무료 10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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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기억이 없었다. 그 와중에 이상한 요정이 같이 여행을 했었다고 주장한다. 어쩔 수 없이 동행을 하게 됐는데... ...'평화로운 여행'이라며 전혀 아니잖아.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시야는 온통 붉다. 사방에서는 시큼한 냄새와 비린내가 진동한다.

그 와중에 바닥에는 떨어진 단검과 으깨진 무언가, 그리고 엎어져 있는 사람이 두 명 정도.

분명 이미 죽었을 것이다.

저들은 누구지?

대체 왜 여기서 죽어있지?

나는 또 왜 쓰러져 있는거지?

지끈거리는 머리로 여러 질문을 던져보지만 나오는 답은 없다.

주변을 보아 싸우고 있었던 모양인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아니, 그 이전에...

“내가 누구지?”

며칠 전에 눈을 떴을 때부터 줄곧 그랬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대체 어디에 서있는 것인지,

나는 그 어느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누군가가 통째로 들어낸 것처럼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기묘한 불쾌함만이 둥둥 떠다닐 뿐.

“하...”

눈을 뜨니 몸은 만신창이에 주위는 터무니없는 난장판.

그 속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을 마주쳐도 당황해서 도망치거나, 죽이려고 덤벼들거나, 둘 중 하나.

어딘지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행동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잘못된 행동 하나하나가 숨통을 조일테니까.

“벗어나야 할 것 같긴 한데.”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 위주로 움직였기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언제 누가 올지 몰랐다.

상황이 상황이고, 내 모습이 딱히 정상적일리도 없으니 당장은 피하는 게 상책일 듯 했다.

“적당히 눈에 띄지 않...”

그렇게 머리를 헤집으며 발을 떼려는 순간,

“...는건 이미 늦었던 모양이네.”

희미하게 반짝이는 은빛에 나는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얇고 가느다란 것이 벽에 박힌다.

얇고, 길고, 언뜻 살상력이 낮아 보이지만 위험한 것. 아마도 침.

‘분명 여러 개 가지고 있겠지.’

확신을 증명하듯,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여럿 들려온다.

나는 그와 동시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몸을 던졌다.

바닥을 물들인 액체가 몸에 덕지덕지 묻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할까.

나는 떨어져 있던 단검을 주워 들고, 곧장 옆으로 이동해서 날아오는 침을 쳐냈다.

‘멀지 않은 위치에 상자 더미가 여럿...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는 이런 상황이 꽤나 익숙한 모양이었다.

침이 정확하게 나를 노리고 들어오는데도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침의 궤도를 읽어내며 상자 더미 쪽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앞쪽, 왼쪽, 오른쪽, 뒤쪽... 오는 건... 뒤쪽인가.’

곧장 뒤쪽으로 단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아...!”

미처 거리를 벌리기도 전에 다가가 침을 날리려는 팔을 붙잡고 그대로 꺾어버린다.

단검을 쥔 손은 순식간에 상대의 목을 노렸다.

“내가 상자 더미를 겨우 방패막이로 쓸 거라 생각했나?”

나는 후드 탓에 겨우 보이는 상대의 녹색 눈을 보며 단검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말해. 왜 날 노렸는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회를 줄 때 대답해.”

단검을 쥔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목에 아주 살짝 피가 맺힌 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는 대답이 없다.

“라제, 어디 있어? 이쪽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그때였다.

이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누군가 오고 있어?’

누군지는 몰라도 이 상황을 보여줄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나. 이렇게 된 이상 죽여야...’

아니야, 안돼. 한쪽으로 기울던 생각이 한순간에 멈췄다.

찰나의 망설임. 찰나의 혼란.

그리고, 동시에 힘이 빠져버린 손.

“...윽.”

상대는 그 순간을 곧장 파고들었다.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벽을 타고 올라갔으니까.

순식간이었다.

언제 그 자리에 있었냐는 듯 상대는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젠장...!”

최소한 정보를 하나라도 얻어냈어야 기억을 찾던 뭘하던 하는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빨리 자리를 벗어나야...’

“라제!”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마자 누군가가 나를 보며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아까 나를 방해했던 그 목소리로 활짝 웃으면서 말이다.

“정말이지, 어디 갔나 했잖아...”

나보다 훨씬 작은, 아마도 요정인 듯한 존재는 마치 나를 안다는 듯이 굴고 있었다.

‘설마 찾고 있던 게 나...였나?’

눈을 깜빡이며 요정을 살폈다.

방긋방긋 웃고, 쫑알쫑알 시끄럽고, 어딜 봐도 나랑은 달라 보이는 녀석.

머리도 눈도 금색인, 태양을 녹여 만든 듯한 녀석.

내가 이 녀석이랑 아는 사이?

‘말도 안돼.’

나는 순간 내 생각을 부정했다.

기억을 찾을 단서가 간절한데도 어째 거부감이 들었다.

“토마토 사온다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상황은 뭐고?”

하지만, 상대는 내 얼굴을 본건지 못본건지 질문을 던져대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하...”

“사람은 쓰러져 있고, 으깨진 건 설마 토마토...? 라제, 너... 라제?”

“시끄러우니까 입 좀 다물어.”

나는 결국 인상을 찌푸린 채로 손으로 요정을 움켜쥐었다.

“라제, 미안한데 놔주면 안돼?”

“내가 왜?”

잘못하면 짜부라질 상황에서도 위기감 하나 없어 보이는 요정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미안하지만,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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