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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소설 주인공이라 주장하는 남자를 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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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짓차
5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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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지배하는 유일한 기업의 후계자를 납치했다. 그런데 그 후계자가 이상한 말을 지껄인다. 이 세계가 소설 속이고 자기는 그 소설 속 주인공에 빙의했다고. 그리고 내가 곧 죽는다고 말이다.

#로맨스#SF#근미래#빙의#착각물#조직/암흑가#로코물#개그물#동료/케미#라이벌/앙숙#까칠녀#사이다녀#털털녀#능글남#존댓말남

 

 

달빛이 보이지 않는 밤.

사람들 또한 보이지 않고, 간간이 점등하는 네온사인만이 거리를 비추고 있다.

 

그 네온사인마저 비추지 않는 곳.

으슥한 골목 안쪽에 이질적인 무리가 있었다.

건장한 성인들 사이에 서 있는 부스스한 금발의 소녀.

분홍색 앞머리로 앳된 얼굴을 살짝 가린 소녀는 골목 너머로 보이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에트로이드 코퍼레이션]

 

“후…”

 

긴장의 열기를 품은 숨이 절로 입가에서 새어 나왔다.

그럴 수밖에.

곧 저 건물에 들어가 사람 하나를 납치할 예정이었으니까.

 

“대장, 저 너무 긴장되는데 어쩌죠?”

 

돌연 세리나의 옆에 서 있던 뻐드렁니의 남자가 이를 딱딱 떨며 말을 걸어왔다.

“멍청아, 이번 일만 끝내면 정말로 따뜻한 집에서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그것만 생각해.”

 

세리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적당히 대답했다.

 

“흐흐. 알겠슴다. 그래도 대장이 있으면 뭐라도 해낼 수 있겠죠.”

 

뻐드렁니를 훤히 드러내며 씩 웃은 남자는 다시 세리나의 뒤로 돌아갔다.

 

남자 곁에 있던 다른 조직원들도 긴장으로 굳었던 표정이 살짝 풀린 것이 보였다.

세리나도 마찬가지로 피식 웃으며 조직원들을 돌아보았다.

이것이 ‘레드 리벨리온’에서의 세리나의 역할이었다.

언제나 모두에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지만, 그 말뜻엔 따뜻한 배려가 담겨있다는 것을 모르는 조직원은 없었다.

 

레드 리벨리온.

10년 전 세리나를 거두어 거의 딸처럼 키워준 제이든이 리더인 조직.

처음엔 제이든만을 따르던 세리나도 이젠 레드 리벨리온의 모두가 가족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새 세리나는 하나의 팀까지 꾸리게 되었다.

 

-치직…

 

허리춤에 달려있던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려왔다.

 

-아아, 여기는 레드. 레드. 들리나?

“들려요, 들려.”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장난스러운 목소리.

레드 리벨리온의 리더, 제이든이었다.

 

-세리나, 긴장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

-하하하. 벌벌 떠는 모습이 안 봐도 비디온데 거짓말하기는.

 

제이든의 경박한 목소리 때문에 장난치는 것 같지만,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이란 것을 아는 세리나는 피식 웃으며 맞받아쳤다.

 

“도련님 하나 보쌈해 오는 게 뭐 어렵다고.”

-아니, 어려운 건데?

“장난은 그만하고. 무전은 왜 했는데.”

 

세리나의 어투가 진지해지자, 제이든의 경박한 목소리도 사그라들고, 리더로써의 위엄이 담긴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일만 잘 마치면, 우리가 그동안 꿈꿔왔던 세상이 펼쳐질 거다.

“그거 농담 아니었어?”

-내가 하는 말의 90%는 농담이지만, 이건 농담이 아니야. 세리나.

 

에트로이드 코퍼레이션.

도시를 지배하는 굴지의 기업.

어느 수식어로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현 도시의 지배자이다.

 

‘그곳의 유일한 후계자를 납치하라니, 제이든도 드디어 정신이 나갔나 했지.’

 

“어쨌든. 우린 이미 여기까지 왔다고. 파마엘 에트로이드. 그 애송이같은 도련님을 납치하러 말이야.”

-그래. 그리고 그 도련님은 우리의 무기가 되어주겠지.

 

세리나는 무전기 너머에서 특유의 땋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제이든이 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세리나 또한 입꼬리를 올렸다.

계획은 완벽했다.

파마엘 에트로이드를 이용하여 이 지긋지긋한 도시의 계급을 없앨 미래가 눈에 그려지는 듯 보였다.

 

-자, 이제 작전의 시작을 알리지.

 

다시 들려온 제이든의 거만한 목소리와 함께 세리나는 조직원들을 돌아보며 선언했다.

 

“들어간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어떤 남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

 

이상함을 느낀 것은 복도에서부터였다.

 

“대장, 왜 불이 환하게 켜져 있죠?”

 

현재 시각은 새벽 1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에트로이드 코퍼레이션의 건물은 한참 잠들어 있어야 했다.

 

미리 확보해 놓은 통로로 들어가 입구로 잠입했을 때까진 분명히 어두웠었다.

예비 전력으로 보이는 몇 전등을 빼놓고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을 정도라, 야간 투시경이 없었다면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파마엘 에트로이드의 집무실이 있는 98층에 도착했을 때였다.

 

“어…?”

 

가장 먼저 98층에 도달한 조직원의 얼빠진 목소리가 세리나의 귓가에 들려온 순간, 작전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직감했을지도 모른다.

 

에트로이드를 상징하는 동백꽃 모양의 고급스러운 전등이 장식하고 있는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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