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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성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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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이네
25화무료 2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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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후계자는 마흔 아홉 번째 성녀를 사랑한다.

#GL#로맨스판타지#환생#회귀#서양풍#아카데미/학원
연재
휴재 공지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다. 그것이 네 삶에 있어서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머리 위를 올려다보자, 비가 올 것처럼 꾸물거리는 잿빛 구름이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 어둡게 가라앉은 하늘이 운다. 조금씩 눈물을 떨어트리더니 이내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온몸이 싸늘해지며 한기가 감돌았다.

비를 맞으며 위로 젖혔던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저 앞에 선 인영이 아까와 같은 모습 그대로 우뚝 멈춰 있었다. 마치 그녀 주위만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흐트러짐 하나 없는 자세로.

시선 끝에는 물이 빠진 듯 희멀건 색채의 소녀가 절벽 위 아슬아슬한 자태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망토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가위를 잡은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상황. 비를 맞으며 총 세 명의 소녀가 절벽 끝에 모여 있었다.

그래, 세 명의 ‘소녀’. 나는 망토를 뒤집어쓴 저 인영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샤하리엔네! 그만둬.”

그러자 망토로 감싸인 몸이 움찔 떨렸다. 이름을 들은 벼랑 끝 희멀건 소녀의 눈이 커진다. 가위를 든 손이 천천히 후드를 내린다. 그러자 드러나는 것은 탁한 금발의 풍성한 머리칼. 샤하리엔네라 불린 소녀의 떨리는 푸른 눈동자는 오로지 눈앞의 또 다른 소녀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성녀 세라엘. 희멀건 색채를 가진 이의 정체였다. 그녀는 나의 첫 번째 친구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대역 성녀.”

세라엘이 중얼거렸다.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겠지만, 그 단어를 들은 샤하리엔네의 푸른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그런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 마!”

날카로운 금색 가윗날이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나는 절로 급해지는 마음에 가슴께에 모은 손을 꼭 쥐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

숨을 죽인 채 둘의 대치 상황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샤하리엔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라엘. 나는 네가 싫어. 너 때문에 나는 내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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