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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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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135화무료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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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지방선거의 매뉴얼. 선거법부터 SNS 마케팅까지, 대한민국 선거판을 지배하는 천재 전략가가 돌아왔다. 표를 얻기 위한 욕망의 전장, 선거캠프! 삶이 정치고, 정치가 삶이다. “선거? 그것도 사람이 하는 거야.”

#현대판타지#현대#전문직물#드라마#사이다물

“당신이 무슨 성취를 이루든, 누군가가 당신을 도왔다.”

- Althea Gibson -

 

찌는 더위에 야자수들은 미동조차 없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걸어간다. 더운 날씨를 피하려는 듯 시원한 강변에 모든 것이 밀집되어 있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인종의 전시장이 따로 없다.

‘키엘’의 벽화 앞은 사진 찍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여기서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이곳 말라카를 왔다 갔다고 말하기가 난감할 수도 있다. 그만큼 이 ‘키엘’의 벽화는 말라카의 핫 플레이스다.

인파 속에서 허름해 보이는 카페에 한국인 둘이서 음료를 마신다. 강변에 지나가는 유람선을 보고 의미 없는 손짓 인사를 이방인들에게 하고 있다. 두 한국인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이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일 정도로 평안해 보인다. 휴가를 나온 여느 동남아의 한국인들처럼. 한 사람이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이번에 선거 있다는데, 연락 없어?”

“연락은 있지만 내가 여기 있는데 뭐.”

“또 바빠지는 거 아니야?”

“이젠 뭐 별 흥미가 없네.”

말라카 강변의 분위기에 익숙한 듯, 둘은 자리를 일어나 골목길 속으로 사라졌다.

둘은 온갖 기념품들의 가게를 지나 익숙한 ‘존커워크’의 인파를 뚫고 이동한다.

둘은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버스를 이제 타야 한다. 고속도로로 진입해 세 시간은 이동해야 말레이시아의 수도 ‘KL’로 이동할 수 있다.

‘더치스퀘어’를 지나갈 때쯤 한 남자에게 휴대전화 보이스톡 알림이 왔다.

“거기서 잘 지내지? 한국은 언제 와?”

“네, 잘 지내죠. 내일 밤 비행기로 가요.”

“그래? 도착하면 좀 볼까?”

“급한 일이세요? 저는 아침 도착인데?”

김지혁은 모처럼의 귀국 첫날부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픽업을 갈게. 아침 먹자.”

“급한 일이 아니면 모레 보죠.”

“다른 일정 없으면, 아침에 보자. 좀 급해.”

“네? 그렇게 하죠.”

어쩔 수 없이 밝게 대답은 했으나 불길한 느낌이 든다. 다음 날 지혁은 짐을 싸기 전에 한국 뉴스를 이것저것 검색한다.

그러고 무엇인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무난하고 쉽겠는데’

‘왜 급하게 보자는 걸까?’

‘이번에는 또 다른 사업 거리가 생긴 건가?’

8시쯤부터 이것저것 챙겨 놓은 선물을 집어넣고 짐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챙겨 마지막에 레인코트를 짐 위에 신문지처럼 덮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집에 도착하기 전에 1월의 한국 날씨를 극복해야 하니까.

30인치 트렁크를 끌면서 그랩을 부르는 남자. 항상 트렁크는 터져나갈 지경이다. 이미 바퀴 하나는 상태가 안 좋다. 쿠알라룸푸르 제1 공항에 도착한 지혁은 카페에 가자마자 다시 먹기 쉽지 않을 생과일 망고 주스를 주문했다.

자리를 잡자마자 노트북을 켜 여기저기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다가 오는 회신들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지혁은 이번에 귀국하면 한 달 내내 쉬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었다.

심지어는 후쿠오카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계획까지 잡아 놨다. 혼자서는 가기 힘든 큐슈의 먼 남단까지 함께 가려고 계획을 세워놓았다.

들어온 회신 메시지들은 예상 밖의 난처한 소식이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들이었다.

언론에 나오는 얘기들과는 전혀 다른 얘기들이었다.

'선거를 겪은 애들은 지금 문제 많다고 해.’

‘이겼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인데 그건 착각인 것 같아.’

문제라기보다 겉과 속이 다른 음식을 접할 때의 난감함이라고나 할까?

외적으로 보이는 뉴스들과 거리가 먼 이야기들을 지인들이 하고 있다. 지인들 또한 오랫동안 교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헛소리할 리가 없다.

전해져 오는 정황들이 한국의 뉴스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여서 직감적으로 당황해하고 있다. 지혁은 편치 않은 표정으로 출국 절차를 마치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어지러운 출국 심사를 마쳤다.

아직도 말레이시아 공항에 적응이 안 된다. 허술하게 짐 검사를 하면서도 탑승 게이트 앞에서도 다시 한번 검사를 더 한다. 탑승하기 전에 혹시 누구라도 줄 수 있을까 하고 말레이시아 과자들을 산다.

7시간의 지루한 비행.

35도의 뜨거운 날씨를 뒤로하고 1월 인천의 영하 17도에 마주한다. 50도 가까운 온도 차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아무렇지 않게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왔지만 5분도 되지 않아서 칼바람에 움찔한다.

50도의 온도 차이는 자주 겪더라도 늘 새로울 뿐이다. 반소매 티셔츠를 3개나 덧입어 짐 크기를 줄이고 이때 입으려고 가져갔던 얇은 레인코트를 입은 후에 멀리서 손짓하는 사람을 쳐다본다.

멀리서 손짓하는 남자는 이한철. 이한철은 첫마디부터가 지혁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로 친분이 있다. 둘은 익숙한 듯이 대화한다.

“지혁아. 담배 한 대 피워야지? 담배 피우고 있어. 커피 두 잔 가지고 올게.”

“네. 형. 천천히 다녀오세요.”

그사이 김지혁이 누군가에게 전화한다.

“형님, 저 지혁입니다.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방금 한국 도착했어요.”

김지혁은 괜히 춥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한철이 형한테 전화 받으셨죠? 무슨 일이에요?”

“별일 아니다. 네가 좀 필요한 것 같다. 한철이한테. 직접 들어봐.”

급변한 온도 차이처럼 김지혁은 무엇인가 일이 생길 것임을 직감하고 있다.

“그래야죠. 뭐. 안 들어봐도 대충 느낌은 오네요.”

“네가 뭐 빠꿈이 아이가. 그래도 잘 들어 봐라.”

“네.”

어떤 관계인지 몰라도 전화기 너머의 남자에게 김지혁은 길게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수긍한다. 아마도 세월을 같이해서 친할 만큼 친한 사이인 듯하다.

이한철이 커피를 들고 왔다. 쓰디쓴 아메리카노는 자신이, 카페라테는 김지혁에게 건넨다. 이한철은 일단 차로 김지혁을 데려가 짐을 싣고 나서 자주 그랬다는 듯이 공항신도시 쪽에서 차를 꺾는다.

워낙 한적한 곳이라 한쪽에 차를 세우고 고민도 없이 말을 꺼낸다.

“김치찌개 먹어야지?”

“귀국 날에는 김치찌개죠. 하하. 바쁘신데 여기까지 오시고.”

두 사람은 처음에는 이런저런 사는 얘기들과 의미 없는 대화들로 어색함을 푼다. 사실 2년 만에 본 것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로 십여 분이 흐르고 어느덧 밥공기도 비워질 때쯤. 이한철이 표정을 굳히며 연거푸 마른세수를 한다.

“지혁아. 미안한데. 이번에 사현 시장 선거 네가 좀 도와주라.”

“잘되는 거 아니에요? 여론조사도 보니까 나쁘지 않고, 2배 차이는 나던데? 제가 도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김지혁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겉으로는 그렇지. 2주 전부터 캠프가 삐그덕대.”

“벌써요?”

“문제는 찾았는데 대안을 못 찾아.”

“구조적 문제인가 보네요.”

“방법론을 잘 아는 실무 전문가가 없으니까.”

이한철은 한숨을 내쉰다. 김지혁은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리더들이 있을 텐데.”

“다들 문제만 얘기하고 있지.”

“늘 그렇지만 또 조직이네요?”

“조직도 조직이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나 봐.”

“후보가 기준 잡고 정리하면 될 것 같은데요.”

“알면서 그래? 후보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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