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함부로 후회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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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나
70화무료 3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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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는 리모델링 디자이너, 은주희. 그런 그녀의 앞에, 오만하고 껄끄러운 남자가 나타났다. “이런, 굳어 버리셨네.” 그는 지그시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은주희 팀장을…… 꽤, 오래도록 말이죠.” JL 그룹 본부장, 차건하. 그는 의뢰인이자 칼날 같은 말로 이별을 고했던 그녀의 첫사랑이었다. *** “……6개월 남았던가. 네 결혼식.” 놀란 주희가 미간을 구겼지만, 건하는 덤덤히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널 되찾고 싶었어. 그런데 이젠 네가 날 버린다니, 이런 개 같은 타이밍이 어디 있나.” 싸늘한 조소가 얼어붙을 듯 매서웠다. “내 시간은 오직 너를 위해 존재했는데 말이야.” 할 말을 잃은 주희의 곁에서 홀로 이성을 되찾은 건하가 덤덤히 말을 던졌다. “연애만 해. 결혼은 내 몫이야.” “뭐?” “……은주희.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순간, 주희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주한 시선 끝에, 서로의 해묵은 감정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오늘 이 순간을, 함부로 후회하지 말 것.

#현대#삼각관계#첫사랑#재회물#상처남#순정남#후회남#다정남#계략남#상처녀#재벌남#애잔물#직진남#철벽녀#능력녀

1.








“아니, 그러니까! 이 설계도로는 시공 못 들어간다니까요? 효율도 없고 시간만 드는 일을 누가 하겠어?”


날 선 듯 쏘아붙이는 시공팀장 앞에서 최 대리가 입속말로 옹알거렸다.


“하지만 대표님께서도 승인하신 사항이고, 저희로선 달리 방법이…….”


“대표님이 승인했다고? 설계 디자이너가 누군데? 하도 바뀌어서 이름도 안 봤네.”


뒤늦게야 디자이너를 확인한 시공팀장이 사정없이 미간을 구겼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비효율적인 설계 디자이너, 뻔뻔하게 인사드립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싱긋 웃는 얼굴에도 시공팀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푹 한숨 쉬었다.


“은 팀장이라니 골치 아프네.”


“에이, 면전에 두고 그렇게 한숨 쉬시기 있어요?”


“포기라고, 포기.”


“또 섭섭하게 그러신다.”


주희의 말에 시공팀장은 가자미눈을 뜨며 덧붙였다.


“시공이 아니라 내 여름 휴가를 포기하겠다고. 은 팀장인데 내가 안 하고 배겨?”


“그거 과찬으로 받아들이고 싶은데, 괜찮죠?”


주희가 서류를 들이밀고선 싱긋 웃었다.


“사인 부탁드립니다, 팀장님.”


“대표님 승인도 이제야 이해되네. 이 말도 안 되는 설계도를 감히 누가 들이밀었겠어? 은 팀장 정도 능력 아니면 꿈도 못 꾸지.”


혀를 내두르며 사인하는 모습이 반쯤은 해탈한 듯 보였다. 그 앞에서 주희는 겸허하게 웃으며 서류를 건네받았다.


“제가 현장에서도 하나하나 직접 신경 쓸게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하긴 하겠는데, 이번엔 좀 심했어. 한옥 서까래 떼었다 붙였다 하는 미친 짓을 누가 하느냐고. 대체 의뢰인이 누구야? 이럴 거면 리모델링 집어치우고 그냥 새로 지으라고 해.”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긴장돼 죽겠어요. 조금 있으면 의뢰인이랑 첫 미팅이거든요.”


눈에 빤히 보이는 엄살이었다.


주희가 들고 있는 미팅 일정표에는 저명한 대학교수부터 내로라하는 기업의 총수까지 꽉 들어차 있었다.


게다가 임원 회의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성격이니, 시공팀장의 눈이 가늘어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긴장은 무슨.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라.”


“그럼 내일 회의에서 뵐게요.”


주희가 작게 웃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또박또박 나아 가는 걸음이 최연소 팀장 직함을 단 사람답게 당당하고 거침없었다.


“저희 드디어 시공 들어가는 거죠? 이제 진짜 계약 완료인 거죠?”


최 대리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묻자, 주희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이제부터 시작이고?”


“아우, 살 것 같네!”


“살 것 같다고? 앞으로 야근할 일만 수두룩한데?”


“차라리 야근이 낫죠. 메일 보내면 까이고, 다시 시안 수정해서 보내면 또 까이고. 도대체가 그렇게 취향 까다로운 의뢰인은 처음이라니까요.”


“아무래도 한옥이니까 이것저것 따질 게 많았을 거야. 한옥 분위기는 살리면서 최대한 세련된 리모델링을 원하시니 요구 사항도 많아질 수밖에.”


“팀장님 아니었으면 아직도 시안만 주고받았을 거예요. 그렇게 까다롭게 굴더니 팀장님 시안 보시곤 단번에 오케이하셨잖아요.”


가만히 웃던 주희가 시계를 확인하며 물었다.


“의뢰인 미팅은 오후 2시라고 했지?”


“네. 문자로 약속 장소 보내 준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제가 먼저 연락해 볼까요?”


“독촉하는 거 싫어하는 분이라며.”


“맞아요. 사무실에 의뢰하러 왔을 땐 평범한 여자분으로 보였는데, 이렇게 우릴 괴롭힐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응? 나는 남자인 줄 알았는데?”


주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최 대리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아 참, 팀장님은 못 보셨죠? 한 50대 중반 정도 돼 보이는 여자분이셨어요. 되게 점잖으신 분이셨는데.”


“그래?”


주희는 덤덤히 대답하면서도 내심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의뢰서의 요구 사항들은 모두 젊은 남성의 인테리어 취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편견이었을까…….”


“네?”


“아니야. 그럼 각자 점심 먹고 한 시 반에 사무실에서 만나서 출발하자.”


“앗, 잠시만요. 의뢰인이 미팅 장소를 문자로 보냈어요.”


최 대리가 내민 문자 속엔 놀랍게도 회사 근처 카페가 찍혀 있었다.


고생시킨 거 미안하다고 뒤늦게 배려해 주는 걸까? 주희는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심중을 누가 알겠어.


속마음을 삼키며 그대로 회사 건물을 나오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내 편♡」


주희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번졌다.


“응, 세훈 씨. 나 지금 점심 먹으러 나왔어.”


-통했다. 나도 이제 막 식당 들어왔거든. 부창부수인가?


“참나. 우리 아직 부부 아니거든요?”


-곧 될 거 아닙니까, 부인.


장난기가 담긴 다정한 음성에 주희도 그만 큰 소리로 웃어 버렸다.


또각또각, 기운차게 거리를 나아 가던 걸음이 서서히 그친 것은 그때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 때문이었다.


-주희야?


“……응.”


-왜 대답이 없어? 끊긴 줄 알았다.


“미안, 잠깐 눈에 뭐가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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