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당신을 정말 오랜 시간 기다렸어요.” 세 번을 같이 환생했다. 첫 번째 삶에선 친구로, 두 번째 삶에선 형제로, 세 번째 삶에선 황제와 황후로. 그런데 세 번째 삶에서 심하게 다툰 이후 무려 700년간 황후는 종적을 감춰버렸다. 싸웠던 애인한테 사과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시간은 700년이나 지났고, 혹시 다른 차원으로 간 건지 궁금해서 실험하다 실수로 차원 몇 개를 없애버렸다. 그리고 차원을 없앤 마법사라며 용사들이 죽이려하기에 몇 번 때려눕혔더니 어느새 마왕이 돼버렸다. 무시무시하고 유일무이한 능력을 가진 마왕은 사실 사라진 전여친을 찾고 있을 뿐.
프롤로그
처음이었다. 너와 그렇게 크게 다툰 것은.
추운 겨울날 욕설이 턱 끝까지 아득하게 차오르고 열이 온 머리를 지배했다. 너는 매서운 기세로 반지를 빼서 던져버렸다. 뿌연 설원에서 멀어지는 네 뒷모습을 보며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래, 가볼 테면 가보라지. 그래 봤자 싫어도 다시 만날 운명이니.
우린 질긴 인연의 끈으로 여러 생을 함께했고, 그 기억 또한 또렷이 가지고 있었다. 한 번은 소꿉친구로, 또 한 번은 형제로, 다른 한 번은 황제와 황후로.
처음엔 그저 기묘한 인연이라 생각했다. 옆집 친구와 다음 생에 쌍둥이로 태어날 줄 누가 알았을까?
심지어 형제로 살 때는 어릴 때부터 경쟁하듯 학문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둘이 나란히 아카데미 수석졸업자가 되기도 했다. 전생의 기억이 그대로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모든 걸 다 갖춘 우리에게 제일 부족한 건 무조건적 사랑이었고, 그렇게 우린 서로에 대한 목마른 감정에 경쟁하듯 다투기만 했다.
평생을 코피 터지게 싸우며 산 지 서른 해 되던 날.
어이없게도 생일날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에 나란히 마차에 치여 사망했다. 갑작스레 죽음의 문턱에 나란히 걸쳐 누운 느낌은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눈앞엔 네 얼굴만 흐릿하게 아른거렸고, 순하게 처진 눈이 힘없이 깜빡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바닥엔 진한 핏물이 번져 참방참방 차오른다.
‘인생의 걸림돌.’
우리가 형제로 만나지 않았다면 이번 생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항상 널 괴롭게만 했는데 마지막까지도 악의 하나 없는 네 눈빛은 심히 당황스러웠다. 나는 널 그렇게 본 적 없다. 하지만 넌 줄곧 그런 눈빛을 했던 것 같다. 그제야 거짓말처럼 하나둘씩 떠올랐다.
차갑게 대하는 내 뒤를 강아지마냥 졸졸 쫓아오며 해맑게 웃던 순한 얼굴.
어릴 적 생일날 들꽃을 꺾어와 책갈피에 넣어주던 너.
전부 내 착각이었던 걸까? 아무렴 그때 꽃을 보고 한 번만 웃어줄 걸 그랬다. 고맙다고 말해줄걸. 그랬다면 너도 날 미워하지 않았을 거고, 나도 널 미워하지 않았을 거고, 운명이 이토록 가혹하진 않았으리라.
후회로 까맣게 물들어 눈감고도 나는 또다시 태어났다. 내 의지완 상관없는 날들이 흘러가고 눈을 뜨기 전까진 나만의 세상에 갇혀 끊임없이 옛날의 널 생각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널 반드시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운 좋게 황제의 아들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나서는 종종 혼잣말처럼 사람들 앞에서 네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벨로체.”
혹시 너 일까 봐.
“예?”
“아니, 잠깐 다른 생각을 했네.”
가라앉은 말속엔 그리움이 녹아든다. 뒤늦게 깨달은 소중함은 초조함으로 번져 이성을 좀먹는다. 너는 어디 있을까? 이상하다. 우연히 발견한 별똥별처럼 내 곁 어딘가 떨어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2024.12.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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