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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이란 과학의 영역을 초월하는 숭고하고도 절대적인 힘이다. 물론 내 앞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다.
열린 창문으로 스며든 봄바람이 나른함에 가라앉은 생활관을 맴돌았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달갑지 않은 기상 음악이 흘러나왔다.
“벌써 아침인가······.”
카인은 피로가 쌀알처럼 모여 따끔거리는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이불을 걷어내고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이 층 침대에서 일어난 서른 명의 동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침구를 정리했다.
늘 보던 풍경.
새롭지 않은 일상.
헌터 양성 보육원의 오전은 변함없었다.
과거 숨겨진 인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며 레멜국 정부에서 설립한 초대형 국공립 보육원, 헌터 양성 보육원.
부모 잃은 고아들의 구원자.
자라나는 새싹들의 희망이라는 보기 좋은 급훈을 내세우고 있지만.
포장지만 좋으면 뭐 해. 내용물이 폐기물인데.
실상은 그저 마석 수급을 위한 대량의 노동자들을 육성하는 프로젝트에 불과했다.
그리고 카인 역시 세계를 둘러싼 반투명한 이명의 구조물, 장벽의 바깥에서 마물들과 사투하며 생계를 유지할 운명이었다.
간단한 세면을 마친 뒤 운동장으로 향했다.
더할 나위 없이 화창한 날씨.
햇빛에 적응한 시야가 탁 트이며 푸른 창공의 햇살이 망막으로 쏟아졌다.
‘상태창.’
카인은 머릿속으로 단어를 되뇌었다.
눈앞에 지잉─ 하며 투명한 창 하나가 떠올랐다.
30년 전 그날.
세계를 둘러싼 장벽의 일부가 소실되고 마물들이 장벽 외부에서 모습을 비출 무렵.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발현된 이능력이었다.
[각 개체들의 능력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인류가 충분한 대응력을 갖추었다고 판단, 현시점으로부터 3일 후 제 1지역이 개방됩니다.]
이런 문구의 시스템 창이 뜨며 발현됐다고는 전해지는데.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니 당시 상황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저 창이 뜬 지 3일 후.
장벽의 일부가 소실되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배워서 안다.
카인은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름: 카인
레벨: 5
힘: 12
민첩: 9
체력: 13
마력: 14
고유 스킬: [상태창 Lv.2]
보유 스킬: [간파 Lv.2], [스킬 봉인 Lv.1], [검술 Lv.3], [격투술 Lv.3], [베리어 Lv.1], [차원 수납 Lv.1]
“역시 부족해.”
턱을 문지르며 입맛을 다셨다.
동년배와 비교할 때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상 하위권이라 봐도 무방한 수준.
당연한 결과였다.
처음 보육원에 왔을 때는 7살 이전의 기억이 백지처럼 지워진 상태였으니까.
덕분에 헌터 훈련은커녕 기초 단어부터 공부하기 바빴다.
그래서 남들은 신나게 검 휘두르고 마법 쏘는데 혼자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기초 교육부터 받았지.
다시 생각해도 서럽네 참······.
결과적으로 정신은 성장했지만, 신체는 쇠퇴했다.
신체가 곧 재산인 예비 헌터로서는 치명적인 결과였다.
운동장 한편 돌계단에 우두커니 걸터앉아 가지고 나온 숫돌로 검을 연마했다.
칼날이 숫돌에 마찰될 때마다 작은 불꽃이 반짝이며 거친 면이 매끄럽게 갈렸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햇빛에 검을 비춰 보며 카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본관에서 같은 방 룸메이트들 몇 명이 잔뜩 흥분한 채 우르르 달려 나왔다.
한 녀석이 카인을 발견하고 기다렸다는 듯 달려왔다.
“어? 카인! 너 혹시······ 그거 봤어?”
“봤냐니, 뭘?”
“뭐야, 아직 몰라?”
“······어?”
카인이 통 모르겠다는 기색을 보이자.
녀석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어깨를 툭툭 쳐 주었다.
“아냐, 모르는 게 낫겠다. 수고해라. 너무 좌절하진 말고.”
그는 카인을 지나쳐 운동장으로 향했다.
카인은 작아지는 녀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지······?’
허공에 던진 의문.
눈덩이처럼 커지며 불안감으로 변했다.
카인의 입술이 바싹 말라갔다.
‘이거 어째 느낌이 싸한데······.’
유수처럼 내려온 싸한 기운이 발끝까지 퍼졌다.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퍼뜩 스친 것은 그때였다.
‘설마?!’
카인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본관으로 달려갔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졸업을 눈앞에 둔 이맘때라면 더더욱 그랬다.
‘아닐 거야. 설마, 아닐 거야.’
마음속으로는 연신 생각을 부정했지만, 머릿속의 확신은 점점 더 커졌다.
복도를 가로지르는 발걸음에 가속이 붙었다.
졸업 시험.
만 18세가 되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결투 시합이자 이 지긋지긋한 보육원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
졸업 시험은 2대2 랜덤 매칭으로 진행된다.
왜 2대2 랜덤 매칭이냐고?
그건 바로 보육원의 재고 처리 때문이다.
졸업 시험의 승자는 보육원에서 벗어나 정부에서 지정한 임대 아파트로 이동한다.
반면 패자는, 다음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보육원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
신께 선택받은 재능러가 있다면 버림받은 이면도 있는 것이 당연한 수순.
무능러.
밥 먹듯이 패배하며 진짜로 밥만 축내는 종자들.
이런 귀찮은 골머리들을 언제까지고 보육원에서 떠맡으라고?
아니, 어차피 가망도 없는 것들 빨리 사회로 쳐내야 편하지.
그래서 실력 있는 학생들과 한 팀으로 묶어 재고 처리하듯 던져 버리는 것이다.
어부지리로 합격해 빨리 보육원에서 꺼지라고.
오늘이 바로 그 졸업 시험의 대진표가 정해지는 날.
재능이 있건 없건 한시라도 빨리 보육원에서 해방되고 싶은 건 여기 있는 누구나 같은 마음일 터였다.
“저긴가?”
마침 게시판 앞에 따개비처럼 몰려 있는 수많은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몰려 있는 인파를 뚫고 들어가 방대한 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샅샅이 뒤졌다.
어디 보자, 카인······ 카인······ 아, 찾았다!
운명의 대진표에는 자신의 이름, 그리고 그와 파트너가 될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유필리아?”
보육원 최고의 미녀로 유명한 소녀.
그녀의 이명은 무능력자였다.
*
유필리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뻔해서 싱거웠다.
검술 훈련장 지박령으로 유명한 그녀는 언제나처럼 연무장 한구석에서 묵묵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쉬익!
날카롭게 휘두르는 검의 궤적이 매서웠다.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현직 헌터 못지않았다.
2025.10.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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