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50년 동안 무림을 비루하게 떠돌아다녔던 천명. 지옥에서 돌아와 악마도사가 되다!
나는 부모 없는 천애 고아로 태어났다.
그리고 50년 동안 학사로 살았다.
어느 대갓집의 청지기도 해보고, 서리로 일하다 잘리기도 했다.
학사이긴 학사인데, 어중간한 학사.
그게 바로 나 천명이었다.
숫자 천[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라는 천명[天命].
그런데 하늘이 이 세상에 나를 낳게 한 이유를 모르겠다.
이렇게 50년 내내 X신같이 살게 할 거면 차라리 낳지를 말던가.
하늘을 향해 죽기 전까지 그렇게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러나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나는 죽음으로써 더 완벽해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하늘의 뜻이었다.
* * *
나는 48년의 세월 동안, 2년 이상 어디에 정착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천명(50)을 2년을 앞두고 운수가 터졌다.
그해 여름, 어느 부잣집네의 묘지기가 예순넷의 나이로 죽어서 새로운 묘지기를 구했던 것이다.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치다 소문을 듣고 냅다 지원했다. 그리고 당첨이 되었다.
솔직히 나같이 어중간한 놈이 아니면, 누가 무덤 앞에서 먹고 자는 묘지기 자리를 지원하겠는가?
하지만 드넓은 중원에 X친 놈은 많았다.
“저쪽에 움막 보이시죠? 저기에 기거하면서 정각마다 한 번씩 묘 주변을 순찰해 주시면 됩니다.”
“예, 예.”
그렇게 나는 대갓집의 묘지기로 뽑혀 열심히 일했다.
무려 2년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열심히 순찰했다.
48년의 떠돌이 인생 중에 가장 꿀 보직이었다. 그래서 정말 군말 없이 일했다.
하루 2번 순찰하는 것 외에는 할 일도 없었기에, 틈틈이 학문도 닦았다.
“합, 합, 하압-!”
지천에 널린 바위에다 대고 붓을 그었다.
그리고 일필휘지를 휘갈겼다.
이곳에 온 지 일수로 2년을 꽉 채웠다. 그러니 계절도 당연히 여름이었다.
누더기 옷을 펄럭이며 털 뽑힌 붓을 휘두르고 난 후.
운동을 시작했다.
떠돌이 생활 동안 호신용으로 차고 다니던 칼.
그것을 꺼내 칼춤 추듯 열심히 휘둘렀다.
휙, 휙, 휙-!
모양은 별로 없어 보여도, 나름 실전파라 자부했다.
오십이 넘는 세월 동안 휘둘러온 칼질이었다.
정형화된 규격이라든지, 심오한 내공심법 따윈 없었다.
그저 남보다 먼저 치고, 남이 전혀 예상치 못할 때 얍삽하게 기습하는 것.
그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일까.
“후… 후….”
그렇게 반 시진 동안 진을 빼니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그만하자 그만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괜스레 더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 단련하고 나면, 몸은 덜 굳는다.
하지만 정형화된 초식이 없다 보니 그렇게 효율적이진 못했다.
‘새롭게 뭘 배우기엔 이미 늦었지.’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에 피어난 뭉게구름을 올려다보았다.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엔 패기가 있었다.
학사로써 성공해 보겠다고 여기저기 문사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그러나 돈 없는 떠돌이 학사에게 적선하듯 가르침을 베풀어주는 고인은 없었다.
그저 소금이나 안 뿌리고, 문전박대나 안 하면 다행.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산속에서 우리 조상도 아닌, 남의 집 조상의 묘지기나 하는 한심한 인생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러한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속세와 반쯤 떨어져 돈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고, 붓질과 칼질이 어설프다고 타박하는 사람도 없었다.
몸에서 냄새난다고 쫓아내는 사람도 없었고.
“휴….”
산길을 헤집어 개울가에 도착했다.
나는 옷을 훌러덩 벗고 목욕재계를 시작했다.
땟국물이 좔좔 흐르는 옷도 물속에다 헹구고, 몸도 청결히 닦았다.
“하…….”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공간.
탁 트인 자연이기에 탈의해도 전혀 쪽팔리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밑까지 닦았다.
그리고 젖은 옷을 그대로 입었다. 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은신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저벅.
묘지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
묘터엔 도굴꾼 두 명이 곡괭이와 삽을 들고 대기 중이었다.
“뭐야? 안에 사람 없어?”
“어! 흔적은 있는데, 사람은 없는 거 같은데?”
밖에서 대기하던 두 명.
그들 외에도 묘지기가 살던 움집 안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도굴꾼 하나가 더 튀어나왔다.
이곳에 침범한 도굴꾼들은 총 세 명이었다.
“그럼 얼른 시작하자.”
덩치가 소처럼 커다란 놈.
녀석이 홀쭉한 두 놈에게 명령하듯 손짓했다.
지시를 받은 둘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곡괭이를 들고 묘터로 향했다.
묘는 총 열 개였다.
그들은 맨 앞의 무덤부터 파기 시작했다.
“송 대갓집이 3대부터 돈을 쓸어 담기 시작했으니, 최근 거부터 파 젖히면 뭐가 나와도 확실히 나올 거야.”
덩치 큰 놈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 또한 삽을 들고 무덤을 난도질했다.
그리고 파놓은 흙들을 퍼 옮겼다.
아무래도 철저히 조사를 끝내고 찾아온 모양.
“룰루랄라.”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묘지기.
그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무덤 앞에 도착했다.
“헉.”
묘지기 천명은 헛바람을 들이켰고,
“뭐야!!!”
“웬 놈이냐?”
“누구야?”
도굴꾼들은 되려 따지듯이 묘지기의 신분을 물었다.
그들로선 이미 무덤까지 파헤친 상황.
때문에 지나가던 행인이라도 살려둘 순 없었다.
“이얍!”
챙!
묘지기는 이러한 상황을 처음 겪었다.
그래서 많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뒤를 보일 순 없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나무와 수풀, 가시덤불로 빽빽이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괜히 겁먹어서 도망치다간 개죽음이었다.
상대방이 아무리 셋이라도.
기세에서 밀릴 순 없었다.
“나는 이곳의 묘지기다. 이미 너희들의 행위를 눈치채고 송씨 가문에 알려줬지. 조만간 무사들이 떼거리로 몰려올 거다. 거기 꿈쩍 말고 있어라.”
“뭐시여?”
“그것이 참말인감?”
천명이 50여 년 동안 학사로써 제대로 익힌 것.
그것은 학문도 검법도 아니었다.
바로 눈칫밥.
눈 하나 깜짝 않고 말쌈으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바로 천명이 가장 잘하는 특기였다.
“꼼짝 말고 기다려! 꼼짝 말고.”
괜스레 칼 한 번 더 들이밀며 위협 조로 말했다.
그러니 말라 비틀어진 두 놈은 금세 얼어붙었다.
“야 이 거러지 자식아!!!”
그러자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덩치 큰 도굴꾼이 표정을 확 구겼다.
그는 냅다 천명을 향해 달려왔다.
땅!
퍼억!
“으악!”
달려오는 기세 그대로 내려치는 일격.
천명이 엉겁결에 피하자, 놈의 공격이 땅에 처박혔다.
“삽!”
기세로만 보면, 어디 도끼라도 휘두른 줄 알았다.
“일단 죽여!”
삽을 휘두른 덩치 놈.
놈은 말라 비틀어진 두 놈에게 잽싸게 명령한 후, 천명의 퇴로를 막아버렸다.
‘X발…….’
엉겁결에 덩치 놈의 공격을 피하고 나니, 다시 묘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상황.
2025.09.12 20:15
2025.09.11 20:15
2025.09.10 20:15
2025.09.09 20:15
2025.09.08 20:15
2025.09.07 20:15
2025.09.06 20:15
2025.09.05 20:15
2025.09.04 20:15
2025.09.03 20:15

잘보고있습니다용
25.03.14

14화랑 1 5화랑 순서가 바뀐건가요?
25.03.02
수정

신선하면서 흥미롭네요
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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