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작품은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이용가와 15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두 번째 작품이었던 <남궁세가 사생아가 힘을 숨김>에 빙의한 안도현. 피가 낭자한 살인의 폭풍 한가운데에서 천마의 애제자, 부교주 '악무진' 흉내를 내며 살아 간다. “……목을 잘 챙겨라.” ‘과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시는구나.' “우웨에엑! 미친, 헉, 미친 새끼들….” 적성에도 맞지 않는 부교주 노릇을 하며 보낸 15년의 세월. 원작대로 무사히 주인공 '진금련'에게 죽임을 당한 후 현실로 돌아가기만을 꿈꾼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원작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마는데…. "듣게, 자네는 오늘부로 음인이야." 음인? 어디서 들어봤는데. “앞으로는 전보다 많이 불편할 게야. 달마다 희락기가 올 거고, 기혈이 뒤틀리게 된 덕분에 주기가 딱딱 맞아 들지도 않을 걸세.” 희락기? 아는 얘기 좀 해. "그 시기에는 사내라 할지라도 음인이라면 아이를 회임하게 된다네. 그러니 몸 잘 간수하게." "…회, 회임이요?" 그런 안도현의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 한 장이 스친다. 배가 부른 채 눈물을 그렁거리며 주인공 진금련에게 '우웅, 딸기….'를 중얼거리는, 주인수 '매영'의 그림같은 자태 담긴 한 폭의 일러스트가! '오메가버스'― 15년의 삽질 끝에 깨달았다. 원작자인 나는 지금, 오메가버스 동인지에 빙의했다! 멀쩡한 메인수 '매영'을 두고 자꾸만 저를 감금하려는 서브공 '서문광', 그리고 자신을 죽이는 대신 묘한 시선을 보내는 메인공 '진금련'. 과연 악무진…… 아니, 안도현은 극악무도 오메가버스 동인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그가 마지못해 대꾸하자 진금련이 고기꼬치를 다시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악무진은 꼬치에 꿰인 짐승 살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진금련은 제 몫의 고기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약재에 시선을 고정한 채 태연하게 물었다.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 악무진은 대뜸 무엇을 책임지라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 고기를 베어물려던 자세 그대로 진금련을 쳐다보았다. 진금련은 그제야 악무진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저 처음이었는데요.” 악무진은 얼이 빠졌다. 처음? 뭐가? 어제 했던 게…? 도저히 처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는데? 심지어 악무진도 처음인 건 마찬가지였다! “책임져야죠. 연상으로서.” 진금련은 거침없이 말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뻔뻔스럽고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내가 덮쳤냐? 네가 덮친 거잖아! 그리고, 간밤에 일어난 일은 엄밀히 말하면 쌍방에 과실이 있는 사건이다. 대체 누가 누구를 책임지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네 부모의 원수다.” “압니다.” “그런데 왜….” 다소 경직된 악무진의 반응에 진금련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푸스스 부서지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농입니다. 재미있네요.” 야…. 무슨 농담을 공포영화처럼 해!
1.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것은 자신의 원작 소설에 빙의한 작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악무진은 생각했다.
‘이렇게 죽어도 되는 걸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할 법한,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다. 그러나 악무진의 상황은 조금 특수했다.
그는 이미 원작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빙의한 인물이 언제 죽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매사 원작의 흐름을 따르려 애썼으며, 틈틈이 타임라인을 체크하고 어긋나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제거하며 버텼다. 그럼에도 벌어진 이 상황이 무척 당혹스럽고 또 혼란스러웠다.
그토록 노력했는데, 왜 이렇게 돼 버렸을까.
그의 몸은 커다란 상흔을 입어 피투성이가 된 채 절벽 아래로 낙하하고 있었다.
‘아직 주인공에게 죽으려면 1년이나 더 남았는데, 벌써 죽어도 되는 거야? 이렇게?’
악무진의 눈동자에 절벽 위에 서 있는 두 명의 인영이 비쳤다.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강의 수면이 잔잔하게 흐르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친 파문이 일었다.
*
악무진은 엄청난 고통과 함께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시야에 걸렸고 온몸이 갑갑한 것이 붕대가 감겨있는 듯했다.
그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상체를 일으키려 했지만 복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 주인공의 잘 벼려진 검에 의해 오른쪽 어깨부터 왼쪽 옆구리까지 긴 자상을 입었다.
그뿐인가? 왼쪽 가슴은 정확히 심장을 노려 찌른 검이 등까지 꿰뚫었다.
“허윽, 큭…!”
그러나 그가 현재 느끼고 있는 것은 단순한 고통뿐만이 아니었다. 무언가 아랫배에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가 함께 느껴졌다.
악무진은 저절로 허리께가 떨리는 것을 느끼며 이불을 움켜쥐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 온몸을 지배하기 시작했기에 무척 혼란스러웠다.
때문에 그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뒤집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우당탕―, 쨍그랑―!
결국 한참 침상을 구르던 몸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가 중심을 잃고 아무거나 잡아 버티려 하는 바람에 악무진의 손아귀에 잡힌 협탁이 함께 쓰러지며 물을 담아 놓았던 넓은 도자기 그릇이 바닥에 팽개쳐져 산산조각 났다.
그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벌컥 들어왔다.
“이보게! 쯔쯔쯔, 그리 움직이지 말게!”
웬 늙은 남자가 젊은 남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젊은 남자는 섣불리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문간에 서서 머뭇거렸다.
“헉, 헉…. 무, 물….”
“그래, 그래. 일단 몸을 좀 일으키고…. 끙, 천우야. 들어오지 않고 뭣 하느냐?”
노인이 혼자서 악무진을 일으키려고 애를 쓰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젊은 사내는 감히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손바닥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 안절부절 서 있을 뿐이었다.
“제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사부님.”
“아….”
“제, 제자가 얼른 약을 달여 오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힘겹게 악무진을 침상에 올려놓은 노인은 인상을 쓰며 그의 손목을 가져와 맥을 짚었다.
“…기혈이 엉망이군. 엉망이야.”
“흣…. 어떻게, 좀….”
악무진은 혼곤한 정신으로 늙은 남자를 향해 횡설수설 말했다. 그는 너무 정신이 사나워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악무진은 고통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 하기에는 양 뺨은 보기 좋게 달아올라 있었고, 땀에 젖은 머리칼 몇 가닥이 뺨에 달라붙어 묘하게 색정적으로도 보였다.
노인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한번 헛기침을 하더니 넘어지지 않은 협탁 위 물병에서 물을 따라 악무진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악무진은 목마른 짐승처럼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켰고, 물은 금방 동이 났다.
“흐….”
악무진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어서 상체에 난 커다란 환부가 붕대를 붉게 적시고 있는데도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래쪽 상황은 더욱 이상했다. 엉덩이가 미끌거릴 정도로 많은 양의 체액이 흘러나왔는데, 그로서는 민망함에 차마 말하지도 못하고 내내 이불을 끌어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 나를, 흑…, 어떻, 게, 한 거요…?”
악무진은 숨을 몰아쉬며 노인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노인은 헛웃음을 지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노인은 악무진을 조금 바라보다 그의 훈혈을 눌러 그를 기절시켰다.
얼마나 지났을까.
악무진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고요한 가운데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가 어렴풋 들렸다.
그의 눈앞에는 그를 기절시킨 노인과 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엇, 사부님.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그래?”
악무진은 아직 혼란스러웠다.
눈을 뜨자마자 어째서 자신이 이런 곳에 있는지 순간적으로 기억하지 못했지만 제 몸을 내려다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단박에 기억할 수 있었다.
2025.03.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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