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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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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수이
70화무료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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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하자.” 루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낮고 짙게 깔린 안개처럼 고요했다. 5년을 사랑했는데 헤어지는 건 고작 전화 한 통이면 끝이었다. “갑자기 왜 그래…….” “나도 너 말고 다른 여자 만나고 싶어” 그것도 군대 안에서 통보하는 이별이었다. “지금 갈게, 들어가지 마.” “지금 들어가야 해.” ”내가 죽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기다려야 할 거야.“ 서로밖에 모르고 결혼도 약속했는데, 전화 한 통화로 이렇게 쉽게 헤어지자는 게 말이 돼? 루현에게 달려가는 길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질주했다. 콰쾅! 날이 좋았다. 바람도 선선했고 풀들은 청초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로 인해 사고가 났다. 윤슬은 안간힘을 써 봤지만 그대로 물에 잠기며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느 한 병실이었다.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김지윤 씨.” 지윤……? 지윤은 또 누구야? 알고 보니 난 10년 후 김지윤이라는 여자 몸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회귀도 아닌 미래로 내 영혼이 가버리다니? 거기다가 루현은 이 히피스러운 여자의 상사였다. 잃어버린 내 10년. 잃어버린 내 존재 윤슬.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로맨스#현대#영혼체인지#타임슬립#회귀#애잔물#오래된연인#사연캐#회사원#상처녀#순정녀#후회남#상처남#직진남#까칠남

“너무 예쁘다”


20년 만의 일이였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행성이 완벽히 정렬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였다. 흥미로운 점은 행성들 사이에 초승달도 껴있다는 것이다. 맨눈으로 관찰하기 좋은 이 이벤트는 오늘을 놓치면 2024년에나 다시 볼 수 있었다.


6월의 초여름 밤 날씨는 밖에서 별을 보기 딱 좋았다. 귀에서 들려오는 앵앵 모기소리만 뺀다면.


윤슬은 발코니에 기대 군대 간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루현은 이제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병장이였다. 군대 갈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몇날 며칠을 의가사 제대라도 하길 바라면서 숨죽여 기도했다.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윤슬이 사는 집은 2층 단독주택에 마당은 100평정도는 거뜬히 넘는 듯한 곳이였다. 커다랗고 중압감이 느껴지는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고급스러운 돌계단이 맞이해주었다. 계단 옆으론 늘 정리가 되어 있는 조경과 꽃들이 즐비했다.


잔디는 윤기나게 흘렀으며 티 테이플도 비싸보였다. 


5년동안 연애한 이루현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부터 늘 함께 다니며 모든 일상을 함께 했다. 서로 학교는 달랐지만 루현은 늘 등교시간에 맞춰 자전거를 타고 윤슬 집 앞에서 기다렸다. 작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한 후 등교를 하곤 했다. 


루현은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늘 윤슬의 집에 데려다 주었다. 각자의 대학에 가서도 문제는 없었다.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은 단단했기에.


그의 허리를 감싸고 자전거에 올라탈 때면 감출 수 없는 행복의 미소가 새어나왔다. 첫사랑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사랑이라 생각했다. 오늘 이 일이 있기 전까진.


하늘을 올려다 보던 윤슬의 방안에서 휴대폰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Rrrrrr-


발신자는 031-XXX


루현이 근무하고 있는 지역이였다.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가 휴대폰의 통화버튼을 눌러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냈다.


"루현이야?"

"응, 나야"

"보고싶었는데 우리 통했나봐"


발그레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이 행복에 젖어왔다. 며칠에 한번 오는 전화였다. 얼마나 휴대폰을 꼭 쥐고 생활하는지 그는 알까.


"........"


윤슬의 애교섞인 말에도 루현은 묵묵부답이였다. 애먼 호흡소리만이 적막을 감싸고 돌았다.


"무슨 일 있어?"

"외출 나갔다가 들어가는 길이야”

“외출? 잠깐 외출 한거야?”

“....우리 그만하자”

"뭘?"


맑은 눈동자로 초롱초롱 하늘을 바라보며 윤슬은 대답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녀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밝게 빛나는 금성 혹은 목성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우리 헤어지자고"


그의 말에 미소 짓고 있던 입매가 툭, 하고 가라앉았다. 평온하게 뛰고 있던 심장은 쿵쾅거리며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별을 고하는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낮고 짙게 깔린 안개처럼 고요했다. 수천밤을 사랑한다 속삭였는데 헤어지는건 고작 전화 한통에 한 문장이라니.


"....무슨 말이야 그게"

"나 이제 다른 여자 만나보고 싶어"


얘가 지금 뭐라는거야? 내가 지금 꿈 꾸고 있는건가?


"루현아, 무슨 일 있어? 갑자기 네가 이러니까 말이 안되잖아"

"말 그대로야. 다른 여자 만나고 싶다고"

".... 무슨 말도 안되는..."


들고 있는 휴대폰이 덜덜 떨려왔다. 분명 초여름 날씨인데, 떨리는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 안정되어 있었던 호흡이 가빠져왔다. 거친 호흡이 앵두 같이 붉은 입술을 떨려오게 만들었다. 맑고 동그란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려댔다.


다른 여자..? 우리 서로 밖에 몰랐는데 무슨 다른 여자? 


5년동안 매일 붙어다니고, 결혼도 약속한 사인데 갑자기 다른여자라니. 


“내가 지금 갈게, 들어가지 말고 기다려"

"지금 들어가야돼"

"내가 죽길 바라지 않는다면 기다려야 할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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