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 나의 꿀맛 같은 단잠을 방해하는 전화벨이 요란하다.
비몽사몽 간에 전화를 받아 든다.
“아. 씨. 뭐야! 이 시간에!”
“뭐긴 뭐야! 네 상관이지! 넌 지금 네 집 앞에서 사고가 났는데 태평하게 잠이 오냐?”
서 한주 반장. 우리 팀의 리더다. 나의 상관이자 나의 오랜 벗이었다.
“어. 한주야. 어쩐 일이야? 뭐? 사고가 났다고! 우리 집 앞에서?”
“그래. 얼른 옷 입고 내려와라.”
비틀거리며 베란다 앞으로 와 커튼을 젖혔다.
새벽 5시 반, 아직은 어둠이 깔려 있다.
밑에는 경찰차 몇 대와 구급차가 뒤엉켜 있다.
저 멀리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던 서 반장과 눈이 마주쳤다.
난 손으로 OK 사인을 보내고 널브려져 있는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바지를 입다가 밤새워 마시던 술병을 밟아 자빠졌다.
하마터면 또 하나의 사망사고가 더 일어날 뻔했다.
난 다리를 절뚝거리며 현장으로 갔다.
“야, 괜찮냐?”
“보셨어요? 애석하게도 괜찮습니다.”
비록 절친이긴 하지만 엄연한 나의 상관이기에 공적으로는 존대한다.
“근데 뭔 사고래요?”
“추락사. 경비원이 순찰하다가 발견했데.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어제 뭐 이상한 거 못 느꼈냐?”
“느끼긴 뭘 느꼈겠습니까? 술 먹고 뻗어서 잤는데. 또 반장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잘 땐 거의 시체 수준인 거.”
맞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보고하기 위해 정 형사가 왔다.
“나오셨어요? 선배님.”
“야, 네가 좀 전화를 하지 꼭 반장님이 전화하게끔 만드냐?”
“내가 한다고 했어. 다른 애들 다 바쁜 거 안 보여. 지금 한가한 건 강 형사 너하고 나 우리 둘뿐이잖아. 그래 피해자 신원 확인했어?”
“네, 피해자 이름은 이현수, 17살, 고등학생 1학년이고, 이 아파트 B동 1024호에 삽니다. 사인은 같은 동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 형사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빠르게 넘기며 짧은 브리핑을 마쳤다.
“고등학생 1학년이라니 더 안타깝네. 쯧쯧쯧.”
우리는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 시신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왔고 무수히 많은 시신을 봐왔지만 볼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는다.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죽어 있는 사체를 보니 어제 마신 숙취가 올라오는 것만 같다.
역겨움을 억지로 참은 뒤 담배 한 모금을 있는 힘껏 빨아 들이켰다.
현장에는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와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 것처럼 몰려 있는 아파트 주민들,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분주한 경찰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인상이 절로 구겨져 후배 녀석을 다그쳤다.
“야! 동만아! 현장 빨리 정리 안 하냐!”
“예, 얼른 정리하겠습니다.”
한참 뒤 어느 정도 현장이 정리되었다.
“강 형사, 우린 너희 집에 가서 아침이나 먹자.”
“반장님, 멀쩡한 식당 놔두고 왜 우리 집에서 식사하려고 그러세요? 집도 엉망이고 밥도 없어요.”
“지금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라서 4명 이상 식당에서 밥 못 먹는 거 몰라. 명색이 경찰인데 법을 어길 순 없잖아. 그리고 배달시켜 먹으면 돼. 야, 동만아 국밥 다섯 개 시켜라. 공깃밥도 두 개 추가하고.”
“네 알겠습니다. 근데 반장님, 다섯 명이면 방역법 위반 아닙니까?”
동만의 말에 서 반장이 내 얼굴을 슬쩍 본다.
“어휴. 저 고지식한 새끼. 이럴 때 보면 나보다 더 고지식한 것 같아. 야! 정 형사! 네 쫄따구 교육 똑바로 안 할래!”
“네, 시정하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 집으로 가 식사를 마쳤고, 나는 서 반장에게 말했다.
“반장님, 전 정 형사와 같이 죽은 학생이 다니던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사건을 얼른 마무리해야 망자도 빨리 보내 주지.”
정 형사와 난 죽은 학생이 다니던 학교로 향했다.
“이놈의 학교는 20년이나 지났는데도 바뀐 게 없어.”
“선배님 이 학교 나오셨죠?”
고등학교 1학년 때, 전에 있던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쫓기듯 이 학교로 전학을 왔고, 한주도 그때 처음 만났다.
“아니, 저 선생은 아직도 근무하시네. 야, 차 좀 세워 봐.”
차에서 황급히 내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에게 다가가 아는 척을 했다.
“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겠어요? 저 태혁이에요.”
2025.12.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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