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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아끼던 황녀님이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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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웅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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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던 GL 소설에 토끼같은 여자 주인공으로 빙의했다. 근데 주인공이 날 사랑하지 않아? 심지어 주인공이 남자라고? 그럼 애초에 이건 GL이 아닌 거 잖아! 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소설이 아닌 것 같은데요! 여기 어딘데!

#로맨스판타지#궁정로맨스#서양풍#빙의#시스템/상태창#오해물#달달물#로코물#사이다물#계약관계#친구>연인#얼굴천재#걸크러시#계략남#유혹녀

“황태자가 선황을 독살했다니!!!”

“황태자를 잡아들여야 합니다!”

“이미 도망쳤습니다! 추격해야 합니다!”

“그럼 황제 자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귀족들의 시선이 한군데로 모였다. 허리까지 오는 은발의 황녀 마리어스. 고고한 얼음 공주에게 말이다.

“황녀는 황제가 될 수 없습니다. 여인이 제왕에 자리에 앉을 수는...”

그 말에 마리어스가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발걸음을 천천히 움직여 황좌로 향했다. 마리어스의 구두가 황좌 위로 올라서자 귀족들이 기겁하며 막아섰다.

“황녀 전하! 아무리 황족이라 하셔도 여긴 안됩니다! 제왕의 자리에 여인이 오를 수는 없는 겁니다! 오펠리움 제국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황녀가 느른한 시선으로 자신을 막아선 이들을 둘러보았다.

“그래? 그렇담 여인이 아니면 되겠느냐.”

막아선 남자 귀족들보다도 큰 키의 황녀를 바라보던 이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마리어스가 톡, 톡, 목 끝까지 잠겨있는 드레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무슨 망측한!!! 에스리움 영애! 어서 와서 황녀 전하를 모시게! 지금 어디 여인이 낯 선 사내들 앞에서 옷을!!!”

넋을 놓고 있던 나는 황급히 정신을 챙겨 일어났다. 평소 마리어스가 잔잔하게 돌아있다고 느끼긴 했었는데 이제 보니 적당히 미친년이 아니었다.

“아아, 그건 걱정말게나.”

어느새 가슴팍 중앙까지 단추를 풀어낸 마리어스가 휙, 하고 제 옷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반라가 된 황녀의 몸에 모두들 눈을 가리며 돌아섰다.

“세상에!”

채 눈을 가리지 못한 이들의 탄식에 나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없어...?”

“화, 황녀가 남자...”

누군가가 중얼거린 말에 뒤를 돌았던 이들이 다시 황녀를 쳐다보았다. 아니, 황녀인가? 아무튼 마리어스를 쳐다보았다.

“보다시피 황위를 오르는덴 결격 사유가 없어.”

모두가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자 마리어스가 손으로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자락을 걷어올렸다.

“어떻게, 밑까지 보여줘야 믿을텐가?”

저 또라이. 나는 중얼거리며 아래 위로 건장히 움직이고 있는 마리어스의 목젖을 바라봤다. 매번 답답할 정도로 목끝까지 올라오는 드레스를 즐긴다 생각했는데 저렇게 우람한 게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황제가 되어볼까 하는데.”

마리어스가 여유롭게 황좌에 올라서서 앉았다. 제왕의 자리에 치마를 입은 반라의 남성이 앉았지만 그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라일라 에스리움을 황후로 맞이하겠다.”

턱이 빠져라 이 소동을 지켜보던 나는 익숙한 이름에 경악을 했다. 넋이 나간 얼굴로 이제 막 황제가 된 황녀를 바라보던 귀족들이 눈을 돌렸다.

“나, 저...요?”

순식간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네, 너요. 라일라. 황후가 되어줘.”

마리어스는 황좌에서 내려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평소의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 여자치고 어깨가 넓다 생각했다. 여자치곤 키가 꽤 크구나 생각했다. 여자치고 손도 굉장히 크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까 여자가 아니었다!

“미친놈... 진짜 적당히 돌은게 아니었어.”

“에스리움 영애! 감히 폐하께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황녀가 어쩌고 하던 이들은 바로 적응을 한건지, 아니면 새 세력에 줄을 대기로 마음 먹은 건지 곧바로 황제 폐하란 말이 잘도 나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황제가 남자면 안되잖아...”

내 중얼거리는 말에 마리어스가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그 밑으로 이어지는 각 있는 턱선과 넓은 어깨, 그리고 탄탄한 가슴에 혈압이 올랐다.

“싫어, 이씨...!”

난 그만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아니 이건 내 소설이 아니잖아! GL 소설에 주인공이 남자면 애초에 GL이 아닌거잖아! 그냥 G랄이지!

 

그러니까 황제의 청혼에 내가 왜 이렇게 황당해하면서 고꾸라지기까지 했냐면 말이야.

 

1년전.

 

암 진단과 동시에 내려진 시한부 선고. 그리고 도망치듯 쫓겨난 회사에서 내 작품의 스토리를 표절해서 런칭한다는 게임의 소식까진 기억이 나는데 눈을 떠보니 여기였다. 내가 완결내지 못한 유일한 애증의 작품, GL 소설 “황제의 정부”.

“토끼같은 여주인공으로 설정해놨는데 기가 막히게 구현했네.”

황녀의 사랑받는 시녀이자 황녀가 황제가 되고나선 정부가 될 주인공 라일라 에스리움에 빙의됐단 말이었다.

“왐마야, 이 비단결 같은 머릿결 좀 봐. 갈색인데 애쉬톤이야. 이건 염색으로 내려해도 못 내겠다. 에메랄드 색 눈깔은 뭐야?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세세하게 설정할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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