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본 작품은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이용가와 15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양팔을 구속하고 있는 사슬. 심장을 쥐어 짜내는 듯한 갈증과 통증에 작게 숨을 헐떡이던 그때. "산 제물이라." 찬란한 여명을 닮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신이 빚어 낸 것 같은 얼굴과 목소리를 지닌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명백히 제국법 위반이군." 그녀를 집어삼킬 것 같았던 적월(赤月)의 눈동자. 일그러진 달빛. 그 시선이, 마치 상흔처럼 그녀에게 새겨졌다. 결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그 남자를 만난 후부터 자꾸만 꿈속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이상하게 애틋하고 또 그리운 사람이. * * * 환상처럼 빛을 흩뿌리며 날아온 푸른빛의 나비 한 마리가 머나먼 기억 속의 이야기를 속삭였다. ‘그거 압니까, 렌.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를 영웅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익숙하듯 낯선, 밤바다를 닮은 목소리. ‘그런데 이 미천한 세계를 위해 당신을 희생하느니, 차라리 세계를 희생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슬픔이 가득찬 눈으로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입을 맞추던 사람. 태양처럼 빛이 나서, 제 모든 것을 내어 주게 만든 사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덧없이 아름다웠던……. 짙고 뜨겁고, 또 반짝이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1화》
그녀에게 이름을 전해 줬던 이가 마지막으로 당부했던 말이 있었다.
인간을 조심해. 그들은 반드시 너를 파멸로 이끌 거야.
어쩌면 당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메릴린.
세이렌은 십자가에 묶여 생각했다.
그녀의 발밑에서 넘실거리는 검푸른 빛의 바다와 달빛마저 숨죽인 시간은 고요했다.
인간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불렀다. 그들을 지옥으로 유혹하는 마녀.
분노한 해신이 그들을 벌하는 이유가 마녀의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소리치고는 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세이렌은 발끝에 닿는 차가운 물의 감촉을 느꼈다.
처음에는 발끝만 간질거리던 것이 점차 발목을 감싸고 허벅지까지 차오른다.
만조였다.
일그러진 달빛이 어둠 속에서 기어 나와 그녀의 몸을 더듬고 차가운 바닷물이 그녀의 숨을 탐한다. 진실로 게걸스러운 탐욕이다.
해신에게 징벌당할 것을 두려워한 이들은 마녀를 제물로 바쳐 신의 분노를 잠재우길 바랐다.
그렇기에 그녀가 이곳에 있었고,
곧 모든 것이 끝나리라 여겼다.
언제나처럼-
이제 아늑한 죽음이 그녀를 보듬으리라.
‘……당신은 잘 있을까.’
무한히 순환하는 생의 지극히 작은 일부분.
그 찰나를 붙잡아 내게 말을 걸었던 사람을 떠올린다.
그와의 기억.
그것은 환상, 혹은 머나먼 기억과 같은 것이리라-.
“아…….”
깜빡-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따뜻한 물기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신이 왜 우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봄날의 햇살 같은 감정을 흘려보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타오르는 불이 그녀의 가슴을 불살라 버릴 것 같았기에-.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멍하니 생각했다.
심해는 태양 빛이 닿지 않는다. 그곳은 너무나도 깊고 차가워 자그마한 빛 한 조각조차 용납지 않았다.
이런 걸 들고 갔다간 눈이 멀어 버리고 말 거야.
그녀는 눈물과 함께 남자와의 기억을 흘려보냈다. 당신이 옳았어요, 메릴린. 인간은 위험해. 인간은 정말……
‘너무나도 눈부신 존재야.’
세이렌은 작은 음을 흥얼거렸다. 저 멀리 웅크리고 있던 심해의 그림자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아-
갈기갈기 찢긴 달빛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 눈물방울이 하얀 뺨을 가로질렀다.
그녀는 이제 다시 순환의 또 다른 시작점에 서게 될 것이다.
저 악몽과 함께-
그 순간,
“렌-!”
그리운 목소리가 바람을 갈랐다.
“괜찮습니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달빛을 받아 창백한 빛의 뺨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가 태양을 대신해 어둠을 밝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갈망이었다.
빛을 탐하는 심해어의 습성.
그녀가 홀린 듯 남자의 눈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남자는 챙강-! 단 한 번의 손짓으로 그녀가 묶여 있던 십자가를 박살 내버렸다.
남자의 손안에 있던 검이 어둠을 불사르며 환하게 빛났다.
“뛰어요!”
남자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뛰기 시작한다.
음습한 바닷물이 끊임없이 몰려와 두 사람을 붙잡기 위해 끈적한 어둠을 내밀었으나 남자의 검이 휘두르는 빛에 불살라져 비명을 지르며 갈라졌다.
두 사람은 한없이 달렸다. 이 바다가 끝나는 곳을 향해.
그러나 바다를 피해 도망갈 수 있을까?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무한히 뻗은 수평선만 보일 텐데.
바닷물은 숫제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점차 수위를 높여갔다. 이제는 이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두 사람분의 숨소리가 거칠게 겹쳤다. 그녀는 남자의 등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이제 괜찮아요.”
첨벙, 남자의 걸음이 일순 느려졌다.
“나를 위해 더 이상 애써 주지 않아도 돼요.”
그러자 아주 천천히,
“돌아가요,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남자가 멈추어 선다. 그녀를 돌아보지 않은 채로.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몸을 등 뒤에서 껴안았다.
이게 마지막이야.
그녀는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닿으면 익어 버릴 것 같이 뜨거운 몸을 천천히 놓았다.
푸른 눈동자가 슬픔에 잠긴다. 실은, 놓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간 이 악몽이 그를 놓아주지 않겠지.
저 앞에 희뿌연 섬이 비췄다. 마치, 이곳으로 오라는 듯이.
“어서.”
그녀는 살포시 남자의 등을 밀었다. 그녀의 손짓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던 남자가 느리게 그녀를 돌아봤다.
“그거 압니까, 렌.”
담담한 목소리가 말했다.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를 영웅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2025.04.22 17:26
2025.04.22 17:26
2025.04.22 17:26
2025.04.22 17:26
2025.04.22 17:26
2025.04.22 17:26
2025.04.22 17:26
2025.04.22 17:26
2025.04.22 17:26
2025.04.22 17:26
올라온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