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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하늘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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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초김밥
86화무료 5화

매주 화 목 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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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수 총 20명! 대규모 신인 걸그룹의 멤버이자 평생을 존재감없이 살아온 21살 천유하와 8년 차 보이그룹 포이즌의 ‘미친존재감’ 27살 지태준의 상처치유로맨스

#로맨스#현대#연예계물#첫사랑#로코물#치유물#개그물#얼굴천재#아이돌#직진녀#쾌활발랄녀#능력남#상처남#츤데레남#서브남주있음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의 어느 날.


검은색 대형승합차 여러 대가 GBS 방송국 후문 야외주차장에 도착했다.


“다 왔다, 얘들아.”


각자의 등번호가 크게 새겨진 파란색 야구점퍼를 입은 20명의 소녀들이 유쾌한 웃음소리를 내뿜으며 하나둘씩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 미쳤다. 이런 날은 도시락 싸서 소풍 가야 하는데.”

“그니까. 아, 엄마가 싸준 김밥 먹고 싶다.”


아직 어린 티를 다 벗지 못한 이 소녀들은 모두 ‘해피니스’의 멤버들이었다.


그룹 해피니스는 이제 막 데뷔곡을 발표한 1개월 차 신인 아이돌이다. 그녀들은 치어리더 컨셉으로 데뷔해 인기를 쓸어 모았으며 특히 멤버 수 총 20명이라는 대규모 걸그룹이라는 데 화제가 되었다.


KJ 엔터테인먼트가 늘어나는 연습생의 수를 감당하지 못해 떨이 처분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말도 오갔으나, 그녀들은 보란 듯이 실력으로 내세우며 매년 쏟아지는 신규 걸그룹들의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또한 같은 소속사 선배그룹 포이즌의 버프도 한몫했다.


각종 웹사이트에는 해피니스의 데뷔를 포이즌의 여동생그룹 혹은 여자 포이즌의 탄생이라고 앞다투어 떠들어댔다.


포이즌으로 돈을 번 소속사가 그 돈으로 해피니스를 키워냈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며, 특히 포이즌의 미친 미모 지태준과 해피니스의 만찢녀 고미호가 남매급 닮은꼴로 유명했다.


지태준과 고미호.


그 두 명은 그룹 내에서 존재감이 흘러넘치다 못해 바다를 이룰 정도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문제도 적지 않았다. 모든 팬의 관심이 그 두 명에게 과도하게 쏠려 나머지 멤버들이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총 20명으로 이루어진 해피니스의 멤버 간 편차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미호, 예은이, 지혜”


해피니스의 로드매니저가 검지를 들어 멤버들의 머리를 세고 있었다.


“오케이. 다 내렸네. 들어가자!”

“매니저님. 한 명 부족합니다!”

“누구? 다 있는 것 같은데?”


오늘의 주인공, 모두의 무관심을 먹고 사는 천유하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죄송합니다!”

“아 천유하 너구나?”


KJ 지박령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하루 종일 연습실에 박혀있어도 비인기 멤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적당하게 예쁜 외모에 적당한 실력으로 모든 게 특출난 것 없이 적당하게 녹아들기 때문에 천유하의 존재감은 항상 제로였다.


팬들에게 인사해도 무시당하는 것은 기본이며, 심지어는 천유하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병풍처럼 살 거면 뭣 하러 아이돌이 되었냐고?


“야야, 지태준이다.”


음악방송 대기실에 태준이 등장하자마자 스태프들이 모여들었다.


저절로 호들갑 떨게 되는 하얗고 작은 얼굴에 미친 비율, 싹둑 베일 것 같은 콧날, 영혼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눈망울. 하지만 그와 대비되는 남성적인 몸뚱이.


그 어떤 클로즈업 사진에도 굴욕은 개나 줘버린 예쁜 나이 27살!

8년 차 아이돌 그룹 포이즌의 모태 미남!


앞서 말한 미친 미모 지태준이 그 이유 되시겠다.


“지태준 선배님, 강림이시다….”


유하는 눈 밑에 바른 글리터 만큼이나 반짝이는 눈으로 벽 뒤에 숨어 태준을 몰래 지켜봤다.


살짝 벌려진 입 틈새로 침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목에 힘을 주어 꿀꺽 삼키고, 태준이 혹시나 자신을 볼까 봐 최대한 몸을 구석으로 욱여넣었다.


유하가 태준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한 이성적인 것이 아니었다. 태준은 평생 존재감이 없었던 유하와는 달리 어디를 가나 반짝이는 존재감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잘생긴 얼굴도 한몫하긴 했지만, 꼭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 만의 매력이 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유하에게 태준은 단순한 동경의 대상뿐만 아니라 맹목적인 신뢰로 둘러싸인 ‘신’그 자체였다.


유하의 목표는 단 하나.

태준의 친한 후배가 되어 관심받는 비법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얼마나 수많은 탈락의 고배를 마신 끝에 이 소속사에 들어올 수 있었던가. 오디션이 있었던 주말마다 왕복 3시간을 오간 것이 약 1년 남짓. 지금 생각해 봐도 그것은 인간 승리 그 자체였다.


태준의 그 미친 존재감에 대한 비법만 알아내면, 유하는 꿈에 그리던 존재감 뿜뿜인 최강 인기 아이돌 멤버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다 줄게. 그게 도윤이의 마지막 부탁이니까.”



***



속보입니다.

 

인기 아이돌 포이즌의 멤버 김도윤 군이 어제 오후 11시경 서울 가나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불명이며,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한없이 나약한 몸뚱이 안에 가수가 되겠다던 너의 열정이 가득가득 잘도 채워져 있었다.

그것이 너의 몸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걸까? 넌 숨 쉬는 것을 놓아 버렸다.

 

지옥 같던 3일간의 장례를 마쳤다. 


넓고 텅 비어 싸늘함 만이 남아있는 공간에 고음의 도어락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이내 검은 수트 차림의 태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태준은 재킷을 벗어 거실 소파 위에 대충 던져버린 뒤 냉장고에서 생수 한 통을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물이 한 모금 씩 기도를 넘어갈때마다 그의 굵은 목젖은 연신 움직여댔다.

  

“후….”

 

깊은 한숨을 내쉬어 보지만 해결되지 않는 답답한 속이 태준을 더욱 옥죄이는 듯했다.

 

“X발….”

 

태준은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대며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그의 우뚝 솟은 코가 이내 천장으로 향하고, 쌍커풀이 없는 크고 긴 눈이 스르르 감겼다.


태준은 이 모든 일들이 그저 꿈만 같았다. 이대로 잠이 들고 다시 깨어나면 원래대로 돌아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그때,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 대기 시작했다.

 

태준은 다시 천천히 눈을 뜨고 핸드폰을 찾아 메시지를 확인했다.


- 많이 피곤하고 힘들겠지만, SNS에 도윤이 추모글 하나씩 올려줘.

- 네

- 네

 

내가 너를 추모할 자격이 있기나 할까? 난 지금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 외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데.


태준은 핏줄이 잔뜩 솟은 두 손을 들어 눈 위에 포갰다. 다신 울지 않겠다는 다짐도 결국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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