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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벨 양의 사건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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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문
148화무료 148화

매주 월 수 금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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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 의해 살해된 아네타 윈벨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그녀의 연인 오비 파우드였다. 그는 제 연인을 죽인 자를 찾아다니는 복수귀가 되어 오늘도 실마리를 잡기 위해 헤매기 시작했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것은 수수께끼의 남자, 포르투나. 그는 스스로를 ‘운명’이라 칭하며 오비에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다른 세계에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아네타를 죽음의 운명에서 멀어지게 할 것. 그리고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이 있었는가, 무수한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비는 결국 제 연인을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 *** 1901년 브니엔 왕국의 번성한 항구마을 '살레' 봄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작은 건물에 탐정사무소의 간판이 붙었다. “앤,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어요. 들어줄래요?” ‘의문의 병’을 쫓아 살레마을에 탐정사무소를 세우게 된 아네타. 그리고 해결사 오비 파우드와의 운명 같은 인연이 씨앗이 되어, 온갖 수수께끼로 가득한 일상과 야단법석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발자국을 따라, 지금까지 이어왔던 인연을 따라, 지금까지 이어졌던 드라마를 따라, 그 방대한 파노라마 끝에 맞이할 결말이 죽음만은 아니길. 그리고 조금 어수선한, 지금이 딱 좋은 이 일상이 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완결무

#로맨스판타지#추리/미스터리#가상시대#서양풍#차원이동#드라마#성장물#동료/케미#동거#다정녀#순진녀#순정남#직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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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이 세상에 아네타 윈벨은 없다.

그 죽음은 마을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헤드라인을 통해 알려진 사인은 「괴한에 의한 원한 살인」으로, 세간의 사람들은 ‘정의로운 탐정의 비참한 최후’라며 사건을 평가했다.

서민, 귀족 할 것 없이 그녀와 면식이 있던 사람들은 아네타의 죽음도 안타까워했지만, 이들이 가장 지켜보기 힘들었던 것은 그녀의 연인 오비 파우드였다.

그가 연인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하기부터 그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망자보다도 더 어두운 낯빛으로 거리를 거니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능적인 공포와 불쾌감을 일으켰으며, 연인의 복수를 위해 그 어떤 의뢰보다도 열심히 단서를 찾아다니는 처절한 모습은 오히려 연민을 자아냈다.

“마치 주인을 잃은 개와 같군. 한때는 늑대라고 불렸던 사내였는데 말이야.”

“…….”

“……윈벨 양을 지켜낼 방법이 있어.”

이미 차갑게 식은 살결과 핏기가 사라져 검푸른 얼굴, 복부의 상처에서 새어 나온 빨간 피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때의 광경과 감촉, 호흡이 떨려오는 갑갑하고 절절한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기는커녕 점점 선명해져 간다. 결국 취기에 몸과 마음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짙은 알코올 향기에 아무리 정신이 몽롱해도 그 말은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그 그리운 이름만큼은 맨정신일 때보다 선명히 들린다.

이미 죽은 자를 지킬 방법이라니, 혼잣속으로 비웃으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봤다.

흐리멍덩한 눈빛이 평소보다 더 퀭했다.

긴 머리카락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종종 만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남자가 뭔가 꿍꿍이라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믿을 만하지만 늘 가벼운 태도가 거만했던 어딘가 얄미운 남자였다.

“헛소리라면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는 건 싫지만 그따위 망발은 그냥 흘려들을 순 없다.”

“아무리 윈벨 양이 너한테 있어서 성역이라고 해도, 그렇게 노려볼 것까진 없잖아. 걱정하지 마, 네 주인을 모욕하려던 건 아니니까. 이래 봬도 난 진지해.”

어느새 남자는 오비의 옆자리에 앉아 바텐더에게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모양이다.

“지금까지 널 지켜봤는데 말이야.”

술을 건네받고 한 모금 마시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테이블에 내려놓은 유리잔 안에 든 얼음이 청명한 달그락 소리를 냈다.

얄밉게 히쭉거리던 남자의 얼굴이 사뭇 진지한 빛을 띠었다.

“아무리 봐도 어떻게 해도 동정심이 들 만큼 넌 불행한 삶을 살았거든.”

“……네놈이 뭐라 할 자격은 없을 텐데.”

“내가 너에 대해 뭘 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건가 싶겠지. 하지만 네 생각보다 나는 널 잘 알고 있어. 수도 없이 많은 네 삶을 지켜봤으니까.”

오비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봐, 자꾸 그딴 헛소리나 하며 날 놀릴 셈이라면 난 이만 일어날 거다. 너무도 터무니없어서 화낼 기운도 안 나는군.”

남은 술을 모조리 입에 털어 넣고는 신경질적으로 잔을 내려놓았다.

“잠깐, 잠깐만. 사람 말은 끝까지 좀 들어 봐. 이건 굉장히 복잡한 거라서 자세하고 섬세하게, 천천히 말해야 하는 중요한 거라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오비를 붙잡고 다시 의자에 앉혔다. 남자는 웃고 있지 않았다.

“윈벨 양의 운명은 심하게 뒤틀려버렸어. 너와 만난 이후로 말이지. 그녀는 너로 인해 명을 재촉한 셈이 된 거야.”

너무 취한 탓인가, 오비는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미 이 세상의 아네타 윈벨은 죽어버렸지만, 다른 세상의 윈벨 양은 그 운명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는 있어.”

“뭐?”

“요컨대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아네타 윈벨을 죽음으로부터 지켜내란 말이다, 오비 파우드. 너 스스로 행복을 지킬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다.”

“아니, 잠깐, 다른 세계? 그게 무슨 소리지? 네놈을 저세상에라도 보내주랴?”

“네가 존재하는 세계가 온갖 형태로 무한히 존재한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나?”

이 뒤로 그의 이야기는 한동안 끊이질 않았다.

진지하게 늘어놓는 장황설은 알코올이 녹아들어 뜨거워진 머릿속에서 윙윙대며 메아리칠 뿐이었다.

절반 이상 아니, 대부분은 흘려듣고 말았다. 어두운 실내조명과 어울리지 않는 요란스러운 주변 분위기 사이에서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자니 속이 메스꺼웠다.

“……그래, 뭐 그런 게 있다고 쳐. 그래서 네가 뭔 재주로 뭘 어쩌겠다는 거지?”

오비는 결론을 재촉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게워내 버릴 것 같았다.

남자는 다시 가느다란 눈꼬리와 입꼬리를 히쭉대며 얄밉게 휘었다.

“……운명은 변덕스러운 법이니까. 그편이 좋지 않겠어?”

 


***


 

정신을 잃었던 동안 꿈을 꾸었다. 아주 오래전 기억의 꿈이었다.

언젠가의 일이었는지, 또 그때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려던 날이라는 건 알고 있다. 또한, 그날 이후로 지독한 운명을 겪어왔다는 것도 뼈저리게 알고 있다.

다음은 어떻게 되었더라, 아득히 멀리 떨어진 정신이 희미한 기억 속을 부유하며 어둠을 헤친다.

감각도 없고 인지할 수도 없다. 단지 의식이 멀어져가며 멀고 멀리 떨어진 기억의 방울을 건드리며 날아간다.

어깨가 흔들리고 얼굴에 가느다란 물방울과 같은 게 점점이 떨어졌다.

멀어지던 의식이 순식간에 몸으로 빨려 들어오는 불쾌한 감각이 느껴졌다.

무거운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장막을 들추듯 눈동자를 드러냈다. 아직은 초점이 없지만, 평소와 같은 잿빛의 탁한 눈동자다.

“오비, 오비!”

다급하게 몸을 흔들었다. 덩달아 여자의 몸도 흔들려서 눈꼬리에 맺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신이 들어?”

힘겹게 나타난 눈동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정하고 따뜻한 바람이 오비의 얼굴을 스쳤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잠든 몸을 깨우기 시작했다.

손끝과 발끝이 조금씩 떨리며 감각을 되찾아 갔다. 바닥에 닿는 살갗에 기분 나쁜 축축한 감촉이 느껴졌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털이 쭈뼛 설 정도로 불길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온갖 것이 타들어 가는 냄새, 이미 다 타버린 무언가의 지독한 냄새, 코가 따끔할 재를 실은 묵직한 연기의 냄새.

입안에서는 비릿한 맛이 났다. 잘 알고 있는 맛이다. 피의 맛이었다. 메마른 입을 축이고자 쥐어 짜낸 침을 억지로 삼켰다.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이제는 앞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눈앞에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의 여인이 저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은 새하얗지만, 눈과 코는 붉게 물들어 흠뻑 젖었고 미간에는 진한 주름이 생긴 데다, 입술은 잔뜩 씰룩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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