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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좀 재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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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음
101화무료 5화

매주 월 수 금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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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당한 토끼 수인 도아와 강제 동거하게 된 집주인 예준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 세상에 나처럼 불쌍한 토끼가 또 있을까? 그 되기 힘들다는 수인화를 성공, 엄청나게 똑똑하고 능력 넘치는 토끼인 줄 알았다. 곰 사장한테 사기당하기 전에는. "아저씨 저 여기서 하룻밤만 자고 가면 안 돼요?" 집도, 돈도, 직장도 없으니, 방법은 단 하나. 집주인 예준에게 살짝 도움을 받을 수밖에. 도아는 예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집 안 청소를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버린다. 나 지금 대형 사고 친 거 같지? 이거 꿈 아니지? "여기 있던 트로피, 어디 갔어요?" "아, 네에. 그것은 말이죠, 주인님." "주인님은 빼고." "네?"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요." "집 주인을 주인님이라고 하지, 뭐라고 해요?" "그런 식으로 말 돌리지 마세요." 헤에 티 났어요? 도아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연기 알바도 해보고 싶었는데 저는 안 되겠어요. 그렇죠? "네. 조금 더 연습을, 아니, 자꾸 이런 식으로 회피하실 건가요?" ● 권도아 (토끼 수인, 20살) 토끼 인생 4년 차. 이제 막 수인이 되어 온 세상이 신기할 나이. 연속으로 몰아치는 사기에도 밝게 웃는 긍정적인 성격. ● 반예준 (비엔 엔터 대표, 32살) 재벌 3세. 권도아 껌딱지. 연애에 관심 없던 워커홀릭. 어느 날 집에 들어온 토끼에게 푹 빠진다.

#로맨스#현대#동거#사내연애#인외존재#달달물#계약관계#순진녀#애교녀#다정남#존댓말남

서울 외곽 산속에 위치한 토끼 농장에서 수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람 발길이 뜸해, 한적한 곳이라 그 소문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토실아 너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토실이가 당근을 아작아작 씹으며 토돌이에게 되물었다. 토돌이가 호들갑 떨며 토실이를 바라보았다.


"인간이 되고 싶다고 달님한테 소원 빌면,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데."


너만 알고 있어. 특급 비밀이야. 토돌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얘가 할 일이 없이 놀고먹으니까, 소설이라도 쓰고 싶었나. 토실이는 대충 대답하며, 앞발로 당근을 툭 쳤다.


"말도 안 돼. 당근이나 먹어."


아니, 진짜라니까. 

토돌이는 거짓말쟁이야.

토실아, 진심. 내 말 믿지?

아니. 거짓말쟁이 말은 안 믿어.

아, 토실이 너무 귀여워. 우리 달님한테 소원 빌고 인간 되면 결혼할래?

쳇. 인간이나 되고 말해.


결론은 토실이가 수인화에 성공하면서 토돌이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걸 밝힐 수 있었다.​


4년 차 토끼 인생.

토실이와 토돌이는 주인아저씨의 눈에 쏙 들어가, 다른 토끼들처럼 번식 작업은 하지 않았다. 대신 주인아저씨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 당근이나 아카시아잎을 씹으며 뛰어다녔다.


토실이는 주인아저씨가 귀엽다며 미간을 긁어줄 때마다 기분 좋았다. 평생 주인아저씨한테 사랑받으며 살고 싶었다.


유난히도 밝은 달이 뜬 어느 날 밤. 잠이 안 오는 토실이가 하늘에 수놓은 별을 세고 있었다. 그러다 달님이 보였고, 그와 동시에 토돌이가 말해준 소문이 생각났다.


"달님, 엄청 엄청나게 사랑받는 예쁜 인간이 되고 싶어요."


그게 다였다. 소원을 말하자마자 거짓말처럼 토실이는 잠이 쏟아졌고,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토실이의 흰 털처럼 새하얀 피부, 눈 주변에 난 까만 털과 같은 깊은 눈매, 허리까지 내려오는 구불구불한 흑갈색 머리까지. 동그랗고 작은 이목구비는 토실이의 소원처럼 누가 봐도 예쁜 인간이었다.


토돌이는 눈을 크게 뜨고 인간이 된 토실이를 바라보았고, 그 옆에서 더 놀란 주인아저씨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었다.


"네가 말로만 듣던 수인이었구나."


세상에 각종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는 수인이 많았지만,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유니콘 같은 존재였다.


평소에도 묵묵한 주인아저씨는 토실이 옆에 하얀 원피스를 가져다주었다. 

주인아저씨는 처음 보는 수인이 신기했지만, 그 누구한테도 토실이가 수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퐁.

하얀 토끼가 풀밭을 뛰어다녔다.

다시 퐁.

작고 귀여운 여자가 울타리에 앉아 있었다.


토실이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자유롭게 토끼와 인간의 모습을 오갔다. 인간이 되면 가슴이 눌린 것처럼 묵직했지만, 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처럼 귀라도 꺼내 놓고 있으면 불편하지는 않았다. 토실이는 토끼 귀를 팔랑이며, 따뜻한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 예쁜 토끼야. 아저씨 따라 좋은 곳 갈래?"


퐁. 토실이의 감춰둔 꼬리가 튀어나오며, 입고 있는 원피스가 볼록해졌다. 당황하면 자신도 모르게 수인화가 풀린다는 점을 토실이는 최근에 알게 되었다.


토실이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곰처럼 덩치 큰 남자가 위협적인 자세로 토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기 매매, 사이비, 다단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딱히 이것들이 아니어도 남자는 다가가기 힘든 생김새였다.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는 남자의 모습에 토실이는 마른침만 삼킬 뿐이었다.


"토실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항상 따뜻했던 주인아저씨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저씨는 토실이의 손을 잡고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농장 사정이 어려워진 주인아저씨는 사채를 끌어다 썼고, 그 돈을 받으러 온 사람이 곰 같이 생긴 남자였다.


남자는 자신도 곰 수인이라며, 편하게 곰사장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토실이가 곰사장을 따라가면 주인아저씨의 빚을 없애준다고 했다.


지금 이 남자를 따라가면 토돌이와 헤어져야 하는 건가. 따뜻한 주인아저씨 손길도 그리울 거 같은데. 그래도 주인아저씨가 돈 때문에 우는 건 싫은데.


토실이가 우물쭈물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곰사장은 휴대폰을 꺼냈다.


"토실아. 너 예쁘니까 아이돌 한번 해볼래?"

"아이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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