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뭐야, 여기 어디야?" 평범한 학생이었던 나는 소설 속에서 깨어났다. 그것도 내가 아주 싫어하는 캐릭터로! 기분 나쁨도 잠시, 난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는 없었다. 제정신 아닌 황실을 이 예민한 친구들을 데리고 혁명을 성공하라니. 말도 안된다고! 말이 안되는 게 어디있어, 지금 상황도 이 난린데. 그래, 어떻게든 성공해볼게! 아니 애들아, 일단 다들 싸우지 좀 말아 봐!
“너도 괜찮지?”
응, 그리고 나는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오늘은 유독 인생이 힘들다 느껴졌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지고!
게다가 존경하는 교수님이 내 논문을 훔쳐 세상에 발표했다.
내가 지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인가? 당연히 아니지!
당연하지, 세상에 어떤 누가 이런 비리를 당하고도 가만히 있겠어?
그렇지만 그 가만히 있는 사람이 나다.
나는 교수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 그런 비리를 당해도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고 그런 사람의 딸인 전 여친에겐 더더욱 아무 소리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평화롭게 대학에 다니고 싶었다고.
"난, 너무 바보 같아! 우울하네."
나는 담배 하나를 꺼내서 피웠다.
"돛대야? 에라이, 춥다."
이건 가슴이 시리거나 비유적으로 말한 표현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도 맞다.
진짜 춥다, 서울의 겨울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가 의문일 정도로 춥다.
아 물론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 1월이기 때문에 진짜 추워야 정상이다.
나는 휴대폰에 와있는 부모님의 연락처로 온 부고 문자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죄송한 마음과 복잡한 심정이 내 머릿속을 오갔다.
“죄송합니다.”
나는 종이에 유서를 적었다.
그때 내 옆에서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 노인의 옆엔 책이 한권 놓여 져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손이 갔다.
그리곤 쉴 틈 없이 글을 읽어냈다.
“노잼.”
나는 노인의 앞 쪽에 앉았다.
그리곤 이곳에 오기 전 교수가 줬던 사과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목이 타는 느낌이 난다. 주스치곤 매우 쓰다.
그리고 시안화 칼륨(KCN)의 향이 코끝을 감쌌다.
"독이네."
난 해독제를 챙겨 다닐 만큼 철저한 사람은 아니기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때.
내가 읽던 그 책에서 금빛의 눈부신 불빛이 나에게 덮쳐왔다.
***
그리고 다시 현재.
눈을 떴을 땐 19세기 어느 왕국, 마법사들이 길 한복판에서 광대의 공연을 구경하고 빵집에선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평민 마법사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산업혁명의 한복판.
북적거리고 행복한 이 길 한복판에서 나는 직감했다.
'큰일이군.'
머리가 울리고 울렁거렸다.
새로운 환경은 늘 나의 적이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 체 가만히 서있어야 했다.
내가 보고 있는 방향에 바다가 보이는 걸 보니 항구라고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길 잃은 미아가 되어버린 건 진짜 큰일인데.
나는 평소에 읽던 책들을 나열하며 이것과 유사한 분위기였던 책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이런 시대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 그러니 이런 곳의 특징 같은 거 말이다.
진짜 어떻게 된 것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살아야 했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내게 뭐라도 있는 지 찾아보았다.
고급진 옷, 확연히 주변 사람들과 차원이 다른 재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은···.
'젠장, 아무 것도 없는데.'
좋은 옷 말곤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평화롭게 물건을 팔고, 광대는 공연을 하고, 사람들은 즐겁게 웃는 모습이 평화롭고 너무 행복해 보였다.
다만 너무나도 이상한 점이 있다.
아무래도 내가 외부인인건지 모르겠지만 내 인근에 있는 사람들이 전원 나를 노려보며 죽이려고 칼을 들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이런 식의 관심은 너무 오랜만에 받아봐서 황당한데. 4년 전 이후론 받아본 적도 없단 말이다.
이런 건 필요 없었다.
나는 길을 걸어다니며 바다에 가까이 다가갔다.
물 위에 비치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새로웠다.
검은 머리 짐승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건 문제가 되진 않았다.
쿠웅-!
그때 뒤에 폭발음이 귀를 울렸다. 귀 터지겠네.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기 직전, 옆에서 한 여성이 내 팔을 잡았다.
나는 당황하며 그 여인의 손을 뿌려치려고 했다.
그 여인은 내 팔을 더 세게 잡으며 손목에 바늘을 관통 시켰다.
내 팔에서 피가 흘렀다.
그리고 난 그 여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금빛에 가까운 갈색의 머리칼과 하얀색의 눈동자를 가진 3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섬뜩한 여성이었다.
여성이 내 어깨를 잡고 흔든다.
"빈센트! 어디 갔었어요? 한참 찾았다고요."
"저기, 미안한데 내 이름이 뭐라고요? 전체 이름이요."
"드디어 미치신 거 에요? 빈센트 아이젠하우어님 이시잖아요."
아이젠하우어? 미쳤냐? 진심으로?
그래, 미쳐도 내가 미친 거겠지. 뭐? 아이젠하우어? 참고로 얘는 아까 노인의 옆에서 읽었던 소설의 엑스트라였다.
미치겠네, 사람이 소설에 떨어지는 걸 누가 예상이나 하겠냐고!
사실 떨어지자마자 예상은 했다.
하지만 생각을 해봐라 좀 무슨 현실이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어이가 없네.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이 소설을 꾸역꾸역 다 읽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캐릭터는 잘 모른다고! 알리가 없잖아! 얘는 엑스트라에다가
'심지어, 내가 제일 싫어했던 캐릭터잖아.'
정리를 해본다면 난 지금 죽은 자들에게 경례라는 소설 속의 잘난 척이 엄청나게 심한, 완전 비호감 캐릭터에게 빙의한 것이다.
아까도 사람들이 나를 노려보던 이유가 있었다, 마차에 어영부영 타면서도 황당함이 가시질 않았다.
마음 한편으론 짜증이 나기도 했고 기분이 심하게 나빠졌다.
난 팔을 부여잡고 피가 나지 않도록 손으로 막았다.
팔이 떨어질 거 같은 아픔에 손이 떨렸다.
"그래도, 이번엔 안 다치셔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그럼 전엔 다쳤다는 건가.
나는 오싹함을 느끼곤 어지러움을 해결하기 위해 창문에 기대서 머리를 식혔다.
생각해보니 아예 안다친 건 아니다, 저 여자가 공격을 했으니. 물론 아무렴 좋았다.
또 열이 난거 같지만 그 정도는 이제 무시하기로 했다.
난 계속 정면을 응시하며 여성을 쳐다봤다.
여성이 앞에서 계속 질문을 했지만 난 그 질문에 답변 할 만큼의 힘이 없었다. 솔직히 누가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이겠냐.
머리가 울려서 가만히 깨어있기도 힘들었다.
"빈센트!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하시 길래 제 이야기를 안 들어주시나요?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해야죠."
여인이 내 다리를 탁 치며 이야기했다.
따가운 감촉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어 미안, 뭔 말 했어?"
"뭐야, 진짜 미쳤니?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지셨지? 아무튼, 다음 개학이잖아요. 새 학기가 기대되진 않으시냐고요."
새 학기? 설마 그 이름 대충 지어둔 거 같은 학교?
2025.06.18 14:22

상태창이랑 티키타카 하는건가?
25.06.19
이런 내용이라니 엄청 신기하네요! 남이 준 책에 빙의를 하게 되다니... 그럼 저 할아버지가 나중에 또 나오게 되는 떡밥일까나요 🤔 상태창도 지성체이고 주인공이 빙의당한 책 제목을 아니까 메타캐같은 느낌이 드네요 귀엽다 🤭 무튼 재밌게 잘 봤어요!
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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