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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서 컨셉플레이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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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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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은 익숙하니까….” …를 외치는 악역이 되었다. [사망회귀: 사망 시 회귀합니다.] 진짜로 익숙해져서 하는 말이다.

공모전 참여작#판타지#회귀#서양풍#빙의#착각물

“악역은 익숙하니까….”


…를 외치는 악역이 되었다.


[사망회귀: 사망 시 회귀합니다.]


진짜로 익숙해져서 하는 말이다.



***



무한 리트, 리세마라, 유동 분신술 등등.


흔히 ‘무한한 기회’라는 건, 무조건적인 승리를 말했다.


나올 때까지 하면 돼.

이길 때까지 하면 돼.

부계정 가져오면 돼.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즉, ‘이겨’를 외쳐도 반으로 갈라져 죽지 않는 세계선의 완성이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말이다.


만약 꿈도 희망도 없이 모든 엔딩을 베드엔딩으로만 만들어놓은 게임 속에서도.


과연 승리선언을 할 수 있을까?



“아저씨가 그 악당 맞죠?”


“…이젠 아니—”


“맞잖아.”



서걱—, 그런 소리와 함께 나의 몸이 이 등분되었다.


베드엔딩만 가득한 세계에서 33번째 회귀.


나는 아직도 승리선언을 외치지 못하고 있었다.



.



.



.



내가 빙의된 건 악역 진영, 그것도 어중간한 직급의 악마였다.


중간 보스보다는 높지만 보스급은 아닌, 말하자면 ‘어중간하게 강해서 주인공이 충분히 밟고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악역’의 위치.


그냥 미니보스1 이라는 소리였다.



“하하, 오늘도 참 더러운 하루겠네요.”



죽은 뒤 깨어난 곳은 제국의 한 여관.

인간계였다.


머리에는 뿔이 달려있고, 귀는 귀쟁이들이랑 이웃사촌 할 것 같은 악마가 어찌하여 마계가 아닌 인간계에 있는 것일까.


뭐… 사실 베드엔딩 잔뜩 추가한 세계라는 시점에서 예상했겠지만, 발견하지 못하면 제국을 박살 내는 트리거 중 하나가 이 악마였다.



“참 거지 같았죠… 스토리 게임에서 ‘모르면 맞아야지’라니….”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저 여관에 숨어있다가 제국을 터뜨린다.

화면에는 성의 없이 그려 넣은 제국의 멸망 cg와 함께 [GAME OVER]이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슬라임을 잡다가 게임이 끝나는, 아니 그냥 길을 걷가다 제국이 멸망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 제국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포션과 무기를 구할 수 없으니 결국 게임 오버인 억까 중 억까.


그것이, 내가 빙의한 캐릭터가 한 짓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이 게임을 수천 시간이나 해버린 플레이어다.


거기까지만 했다면, 내가 어떻게든 이해하며 화를 식혔겠지.


조금 어이없긴 해도, 다회차 게임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연출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악마에 대한 증거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마계? 악마성? 사천왕?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얼마나 치밀한 건지, 아니면 그냥 버리는 패였는지 통신의 흔적이나 파견을 나갔다는 흔적 자체가 없었다.



“아니면 그냥 개발사가 귀찮았던 걸 수도 있겠네요. 뭐가 되었든 망겜인 건 사실이지만요.”



결국 맵 전체를 돌아다닌 끝에 이 여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가 게임에서 33회차 플레이.


공교롭게도, 방금 내가 주인공에게 죽은 회차와 비슷한 숫자였다.



“우연인가요… 아니면, 필연?”



다 부질없는 소리였다.


누가 빙의를 시켰는지, 어떻게 했는지, 왜 그랬는지 하나도 몰랐으니까.


의미 없는 예상, 앞으로의 망상. 항상 해오던 루틴.


그저, 회귀 후 하는 멘탈 바로잡기일 뿐이었다.



“이 말투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흑발, 실눈, 존댓말.


아무 증거도 없이 제국에 숨어있는 트리거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속성이었지만, 나중에 또 나오니 그런 건가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게임에서는, 뭔 짓을 해도 초반에 죽일 수 없었으니까.



“저번 회차가 유독 강했죠… 거기다가 초반부터 정체를 드러냈으니….”



초반에 죽은 건 아니었다.


한 중반쯤, 주인공이 어느 정도 강해져 주위 동료를 모아 마계에 진입한 후의 무력을 지니고 있을 정도.


분명, 시기상은 그랬다.


하지만 아주 살짝 기연을 챙겨주고 각성 트리거를 앞당겨주니, 중간보스도 잡기 전에 나를 잡아버리고 말았다.


원수가 그렇게도 싫었나….


그 영혼까지 싸늘해지던 눈빛은… 또 보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불에 타 없어질 마을이니 고통받지 말라고 먼저 죽여줬건만… 어찌나 화를 내는지 원.”



분사, 흔히 말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 1위인 사망 사유.


그렇기에 죽여줬다.


몸에 불이 붙었거나,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말이다.


아,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내가 죽인 건 어디까지나 죽기 직전의, 탈출하더라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런 고통은 한시라도 빨리 해방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하필이면, 그 장면을 주인공이 봐버렸다.


변명, 내가 그런 게 아니다. 아니, 내가 한 게 맞긴 한데… 원래 죽을 사람들이었다.


답변, 그럼 죽어!


그 대화부터 악연이 시작되었다.



“배은망덕하긴… 그래도, 어쩔 수 없긴 하죠. 그렇게 컨셉을 잡았었으니까.”



‘뭐든지 미리 터뜨려 주인공을 더더욱 강하게 만든다’라는 것이 저번 회차의 컨셉.



사건도, 희생도, 아카데미 입학도, 기연을 찾는 것조차.



교장을 죽이고, 일부로 세계수의 불을 지르면서까지 뒷공작을 펼쳐 성장을 앞당겼다.


그 결과, 괴물 같은 주인공이 탄생하긴 했지만… 대가로 내 목숨이 사라져 버렸지.



“어차피 그렇게 해도 세계를 구하는 건 불가능할 텐데 말입니다.”



마왕은 그저 페이크 보스.


베드엔딩을 사랑하는 우리의 개발사는 클리셰대로 흑막을 준비해 두었다.


그 흑막은…! 바로 신!


하지만 이걸 어쩌나! 신이 화가 났는지 이제는 재앙을 뿌리네요!


그것이 이 망해버릴 게임의 엔딩 중 하나였다.


재앙의 개수, 총 네 가지.

패배 엔딩과 트리거를 제거하지 못해 죽였는데도 멸망하는 엔딩까지 총 여덟 가지의 베드엔딩.


그 무수한 억까를 뚫고 재앙을 다 물리친다? 


이번에는 신이 직접 나선다.


이름 모를 조연들이 사라지고, 히로인들이 무언가 결실을 맺기 전에 소멸하고, 그 끝에 주인공이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을 죽인다면?



‘크하하하! 같이 가자꾸나! 나의 피조물들아!’



응~ 자폭하면 그만이야~


그렇게 세계는 멸망했다. 디 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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