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황금 장미는 궁을 탈출한다
profile image
비드림
119화무료 10화

매주 화 수 목 금 연재 | 글링

조회수 2천좋아요 2댓글 1

황후가 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피를 토하며 쓰러진 황후 아이린. 눈을 떠보니 아끼는 시녀, 루의 몸에 들어가게 되었다. 황궁의 냉대와 모멸도 견딜 수 있었지만, 이건 도대체 뭐지? "죽지 않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나선 기사단장. "전 당신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갑자기 충성을 맹세하는 황제의 마법사. "감히 유품 따위, 그녀의 자리를 탐내?" 이해할 수 없는 황제의 분노가, 갑작스레 그녀를 덮쳐온다. "도망가세요, 아가씨. 최대한 멀리."

#로맨스판타지#궁정로맨스#서양풍#복수#소유욕/독점욕/질투#영혼체인지#착각물#달달물#애잔물#피폐물#순진녀#계략남#능글남#직진남#후회남



‘여긴 어디지?’


눈앞에는 현실이라 믿기 힘들 만큼 새파랗고 투명한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그 한가운데 사람 서넛을 합쳐놓은 것보다 더 큰 흰 수정이 우뚝 솟아 있었다.

강한 충격을 받은 듯 수정의 한 모서리는 부서져 있었고, 그 틈에서 퍼져나간 균열이 표면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아이린은 천천히 수정 쪽으로 걸어갔다.

아니, 걷는다기보다는 떠 있는 것 같았다.

아래에는 땅이 없었으니까.


‘내가 지금 날고 있는 건가?’


가만히 있어 보았지만 몸은 떨어지지 않았다.

난 마법을 쓸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허공에 떠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러나 의문은 곧 안개처럼 흩어졌다.

방금까지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수정은 규칙적으로 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아이린이 다가갈수록 빛은 점점 더 빠르고 강렬하게 움작였다.

마치 환희에 차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것처럼.

나를 부르고 있어.


“…린.”


착각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린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혼란스러운 아래쪽, 칼부림과 외침이 얽힌 가운데 몇몇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이린!”


한 남자가 손을 뻗었다.

검붉은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얼굴에 번진 조급함이 말하고 있었다. 아직, 보내선 안 된다고.

그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게다가 눈앞의 적이 길을 막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적의 칼끝이 번뜩이며 내리쳤다.

쨍— 하고 울린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며 흩어졌다.


“이미 늦었다고, 칼릭스!”


분홍 머리의 적은 신이 난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눈가에는 초조한 기색이 스며 있었다.

칼을 움켜쥔 팔이 떨고 있었다.


그들 뒤, 바닥까지 흘러내린 긴 은빛 머리칼의 사내가 중얼거렸다.


“당신이 원하던 대로.”


목소리는 멀리 있음에도 곁에서 속삭이는 듯 선명했다.


“…그것이 당신이 바란 것이든, 바라지 않은 것이든.”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들리는 거지?

아냐, 지금은 수정으로 가야 해…

더 가까이. 손끝이 닿을 거리. 숨결이 닿을 만큼. 아주 가까이.

남은 거리는 두세 걸음 남짓.


“다녀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다정한 목소리.

아이린은 본능적으로 그쪽을 돌아보았다.


타오르는 불꽃이 사람의 형체를 빚어낸다면 저런 모습일까.

붉은색과 주황빛이 일렁이는 머리카락.

같은 색의 눈동자.


“널 믿어.”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허전했다. 줄줄 새어나간 채울 수 없는 빈 구멍이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 미소,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누구지?’


나를 저렇게 바라보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일 텐데.

‘아가씨’라 부르던, 녹색 머리의, 내 하나뿐인.

생각해야 해. 아니,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앞으로 가야 해.


수정은 점점 강렬하게 빛났다.

내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오더니 이내 귀를 찢을 듯 크게 울렸다.

주변의 소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린은 더는 견딜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주변엔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


아이린은 반사적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방금 전까지 떠올리고 있었던 사람.

그런데.

그게 누구였더라?


순간, 날카로운 고통이 몸을 꿰뚫었다.


폐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숨이 끓는 연기처럼 목구멍에서 나왔다.

심장이, 목이, 머리 안쪽이.

마치 혈관에 용암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니, 몸이 빙하 속에 잠긴 듯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착각인가? 그게 아니라. 뜨겁고, 차갑고, 얼어붙다가, 들끓어서.

살려줘, 누가,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

거기 아무도, 살려줘, 아파, 제발어디에요아파요살려줘누군가제발없어요여기



그리고—

고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깊은 잠에서 튕겨 나오듯.

아이린은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무슨 꿈이었더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꿈을 꾼 게 맞긴 한가?

아이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낯선 공간이었다.


곰팡이 핀 나무 벽.

침대와 탁자, 옷장만으로 가득 찬, 평소 방의 절반도 안 되는 좁은 공간.

누운 자리는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굴러떨어질 듯 좁았다.

그리고 이 까슬까슬한 침상.


‘내 침대는?’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