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죽음의 순간 나타난 정체불명의 상태창. [긴급 파견 - 멸망 구호 키트] 당신의 소원 키워드는: [복수] 입니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인 당신, 이루지 못한 소원이 있지 않나요? -멸망 구호 키트는 그 소원이 무엇이든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오직, 당신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도구. -멸망 구호 키트와 함께, 세계의 운명을 바꾸고 소원을 이뤄보세요! 과거에 못다 한 한을 이렇게 푸나 싶었는데….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년’ 입니다.] 날 죽이고 세계를 멸망시킨 놈들을 10년 안에 찾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고? 이렇게 된 이상, 소원 성취만이 살길이다!
“이게 무슨….”
나는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한입 베어 문 듯한 건물과 찢겨나간 도로.
숯덩이가 되어있는 생물체의 잔해물은, 도저히 인간이라 믿기 힘들 지경이다.
부정할 수 없는 재앙, 그것이 도시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뭔가, 이상해.’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지만, 나는 이곳에서 놀라움보다 기시감을 먼저 느꼈다.
‘…그때랑 똑같아.’
과거, 국제 헌터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이 하나 있다.
정체도 목적도 불명인 테러 집단, 그들의 무차별적인 대규모 공격.
어린 시절, 가족을 앗아간 사고이자.
내가 세상에 홀로 남겨져야 했던 이유.
“…윽.”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물밀듯 밀려와 세상을 덮는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겹친, 너무나 커다란 교집합.
짓뭉개질 듯한 압박감에 천천히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삑- 삐빅---!
품속의 수신기에서 난 요란한 소리.
“허억!”
숨통이 트인다.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었다.
-[일단 멀쩡한 대피소는 없어요.]
-[누가 고의로 부순 거 같은데….]
-[여기도 완전 난리예요! (사진)]
조금 전, 던전 안에서부터 느껴지던 이상한 낌새.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밖으로 보내뒀던 팀원의 연락이었다.
“이건….”
메시지와 함께 발송된 입구가 집중적으로 부서진 대피소 사진.
출입을 의도적으로 막으려 한 시도마저, 과거와 똑 닮아있다.
그리고,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마지막 쐐기.
나는 그것을 사진 속에서 찾아버렸다.
‘벽에 그려진 저 문양, 그때 그 녀석들이 틀림없어.’
무너진 대피소 벽면 옆에 남아있는 다각형 안에 별이 그려진 형태의 표식.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똑똑히 기억하는 녀석들의 상징이 그곳에 있었다.
“….”
사람을 종잇장 찢듯 조각내던 모습을 잊을 리가 없지 않은가.
희생당한 게 자신의 부모라면, 더더욱.
‘대부분의 통신망이 마비될 정도의 비상 상황이다. 그렇다면, 녀석들이 노릴 곳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 테러를 일으켜, 인류를 말살시키려는 집단.
한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기 위해 그들이 최종적으로 노릴 곳은 단 하나밖에 없다.
‘헌터 관리국이 위험해.’
나는 빠르게 수신기를 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팀원들을 호출하기 위해서였다.
“정예 B팀, 전원 관리청으로….”
파직, 파지직. 콱.
회로가 타는 듯한 소리.
메시지를 입력하던 화면에 노이즈가 낀다.
이와 동시에 일은 스파크 탓인지, 수신기는 그대로 작동을 멈춘다.
나는 이 현상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 수신기가 완파되었을 때 나는 반응.
‘젠장, 한발 늦었나…!’
나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수년간의 헌터 생활로 인해, 이미 길은 전부 꿰고 있었다.
필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예를 들면, 영문도 모른 채 테러 집단 녀석들과 마주치는 것처럼.
“어떻게, 이런.”
나는 어색하게 숨을 들이켰다.
방금까지 달리던 것이 무색하게도, 호흡을 가다듬을 여유조차 없다.
한발 늦게 도착한 헌터 관리국 앞에, 멸망을 실감케 하는 광경이 낭자해 있었으니까.
“미친놈들….”
전부 세기도 힘든 양의 시신.
과거, 직장 동료로서 함께했던 자들이었다.
난도질당해 신원을 파악하기 힘든 것부터, 상반신과 하반신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덜렁거리는 것까지.
개중에는 아는 얼굴도 있었다.
목이 잘려 나간 채, 눈도 감지 못한 팀원의 시신이 그 예.
빛을 잃은 동공과 그 아래로 펼쳐지는 피 분수가, 며칠 전까지 같이 실없는 대화를 나눴던 자의 최후임을 믿지 못하게 한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시신의 눈을 감겼다.
끊긴 숨을 불어넣지도 못하는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눈치챘더라면.’
적어도 팀원들과 통신이 끊이지 않았더라면.
‘그렇다면 달라졌을까.’
바로잡지 못할 목숨에 대한 후회가 짙게 퍼진다.
허무한 죽음에 비통함을 추스르던 것도 잠시.
“뭐야. 왔는데? 하하, 추리 실패네.”
내 것이 아닌 목소리가 귀에 박힌다.
나는 즉각 뒤를 돌았다.
“!”
익숙한 문양이 그려진 검은 로브를 입은 군단.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들이 서 있었다.
수신기의 나머지 한 짝을 가졌던 팀원을 제압한 채로.
세력을 통솔하는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이었다.
“아, 맞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 우리 내기했거든. 얘 목숨을 걸고 말야.”
생글생글 웃는 낯이 연약한 목을 그러쥔다.
팀원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얇아진 기도 사이로 새어 나왔다.
‘저 새끼가.’
빠득.
이를 악무는 소리.
감정을 대신하는 압력이 치아에 전해졌다.
‘…진정해, 감정에 휩쓸리면 안 된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차이 나는 인원수, 붙잡힌 인질.
어떻게 봐도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섣불리 행동하면 위험해.’
무력 충돌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이곳의 모두를 척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바싹 마른 입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말을 꺼냈다.
“네놈들,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나? 인질은 놔줘.”
“내기 내용도 알려줄까?”
남자의 얼굴에 띈 부드러운 미소.
그 이면에 담긴 사악함은 감춰지지 않는다.
모가지를 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팀원과 신호가 끊어진 걸 보고도. 팀장이 올지 안 올지.”
고통에 찬 몸부림이 지속되어도.
혹여나 그를 자극해, 더욱 빨리 죽음을 맞게 할까.
나는 두려움에 나아가지 못했다.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아, 참고로. 이 녀석은 안 온다에 걸었어.”
진퇴양난.
물러날 수도, 그렇다고 다가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나는 속으로 스킬 사용을 읊었다.
[스킬 - 그림자 연극 (A) ]
전투 상대로 인식한 대상 중, 지정한 개체의 스킬 하나를 복사합니다.
!주의 - 스킬 복사를 위해 필요한 최소 스탯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복사할 대상을 특정합니다.]
붉은 핀 포인트는 자연스레 나와 대화를 나누던 남자에게 박힌다.
[특정 완료, 대상의 스킬 정보를 불러옵니다.]
[전투 상대의 스킬 목록]
!대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합니다. 정보 열람이 불가합니다.
-운명의 실 / 마력 45필요 (복사 불가)
-전장 속 티타임 / 민첩 30필요 (복사 불가)
-충성의 갑주 / 체력 35필요 (복사 불가)
>더 보기
‘…고작 이 정도인 건가.’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실소를 삼켰다.
2025.07.15 10:46
2025.07.14 22:40
2025.07.14 22:39
2025.07.05 23:19
2025.06.23 12:58
유시호 이름 예쁘네요ㅎㅎ
25.07.15
와 질풍 늑대 강화능력 ㅁㅊㄷㅋㅋㅋㅋ
25.07.15
짜식 성깔있네ㅋㅋㅋ
25.07.15
등급 올리기 빡센데요ㅎㅎㅎ
25.07.06
우리 시호 잘한다아앙
25.07.05
시호야 가쟈아아
25.07.05
작가님의 소설과 함께라면 궁전으로 갈 수 있을듯 ㄹㅇ
25.07.05
소설이 재미있고 작가님이 맛있어요~~ 굳!
25.07.05
멸망 구호 키트ㅋㅋㅋ 이름이 귀엽네요
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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