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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샤흐 위스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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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Oo
124화무료 124화

매주 화 수 목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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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회귀는 없어! 오데트라는 소녀의 몸에 빙의 되어 겪은 49번의 회귀, 닥쳐오는 재앙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패하고 마는데. 마지막 49번째 회귀. 재앙을 이겨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첫 번째, 계약을 늘려 나의 시종을 많이 만든다. 두 번째, 미션 컴퍼니를 운영하여 자금을 많이 번다. 세 번째, 마법사의 탑을 성장시켜 강해진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완결무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지났다.

다시는 꽃이 피지 않을 것 같던 정원에도 흐드러지는 봄꽃과 장미가 피어났고 바람에도 향기가 어렸다. 정원의 정자에 앉아 있던 오데트는 노란 덤불 아래 삐져나온 꼬리를 보며 그를 불렀다.


“안녕, 캐시.”


파란 털의 꼬리가 이리저리 흔들란다 싶더니 몸통 긴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풍성한 꼬랑지가 유난스럽고 갸르스름 뜬 호박색 눈이 새침한 표정을 잘 담아낸 고양이는 신비로운 푸른빛을 두른 채 사뿐히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코끝이 분홍색으로 킁킁거렸다. 생김새가 신비한 것에서 멈추지 않고 파란 고양이는 좔좔좔 물 흐르듯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지 않아. 늘 인간이 문제라고!”

까칠한 목소리로 짜증을 터트린 고양이는 파란 털을 잔뜩 부풀려 곤두세웠다. 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캬아악’ 소리내며 하악질을 토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꼬리로 테이블을 탁탁탁 치며 육두문자를 뱉어냈는데 ‘썩은 생선같은 놈들!’ 이라거나 ‘물에 빠뜨려 죽여버릴 놈들!’ 같은 지독히 고양이스러운 욕설이었다.

“배를 마구마구 벅벅 해버릴거야!”

그건 좀 귀여울지도, 생각하던 차였는데 한마디나 되는 발톱을 길게 빼들자 조용히 생각을 지웠다. 저런 걸로 배를 마구마구 벅벅 해버리면 쓰라리고 아픈 단계에서 끝나지 않을거다. 대참사, 피범벅, 내장파티가 될 걸. 분개하는 캐시를 달랠 겸 조심스레 귓가를 쓰다듬어주자 부풀었던 꼬릿털은 느릿하게 가라앉았다. 살살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다가 분노가 한 김 식을 쯤 머리에 붙은 개나리꽃을 떼어주었다. 머리 위에 꼭 별이 붙은 것 같네.

“단순히 하소연을 하러 온 건 아니지?”

파란 고양이 캐시는 얌전히 발톱을 집어넣고서 시치미를 뚝 뗐다. 고양이는 새침떼기인 법이니까. 앞발을 짭짭 핥으며 눈을 도로록 굴렸는데 숨긴다곤해도 정곡 찔린 제스처였다. 결국 캐시는 한숨을 내뱉고서 말했다.

“오데트, 네가 이상한 일을 한다고 들었어.”

“벌써 소문이 나니 기쁜걸.”

손가락으로 턱을 훑어 긁어주자 골골대는 소리가 작은 엔진처럼 진동했다.

“너, 의뢰를 받는다며. 인간들 사이에서는 헌터니 뭐니 하는 것들이 저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면서 심부름을 한다던데 네가 그런 시시한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만 비슷하긴 한 거지?”

그녀는 가볍게 긍정했다.

“맞아. 의뢰를 받을거야.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준다면 말이지.”

“흥, 요정은 은혜를 잊지 않지. 그러니 내 의뢰를 받아줘.”

요정 캐트시 캐시 캣이 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작게 말했다.

“내 친구가 인간에게 납치당했어.”


*


시대를 막론하고 희귀한 것에 대한 사람의 욕망은 초월한다.

금을 비롯한 번쩍이는 보석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이름난 예술가의 작품, 특수 공방의 아티팩트, 희귀 식물이나 멸종위기의 짐승까지. 이런 걸 모으는 사람들을 ‘컬렉터’라고 하는데 요즘은 별별 일이 다 일어나다보니 컬렉터의 수집 품목은 더욱 넓어지고 있었다.

우표나 병뚜껑 같은 수준에선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특별한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다. 이제는 광기의 레이스가 되어버린 그들의 세계에서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인간을 수집하는 정도는 십 수년 전에 유행이 지나가버려 고풍스러운 맛이 있을 정도였다.

같은 인간마저 추잡한 퍼포먼스에 자극적 재료가 되어버린 지금 인간이 아닌 것에게 베풀어지는 아량이 있을 리 없다. 이번 이야기 속 싸구려 자극에 희생된 타깃은 ‘요정’이었다.

요정의 나라 ‘티르 나 노그’의 요람에서 태어나 온 세계 구석구석에 자리잡아 터전을 일군 이웃들. 초자연적 존재이자 예로부터 인간과 함께 공생해왔다. 그들과의 사이가 언제나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요즘처럼 극단적으로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다.

인간은 발전을 거듭하며 자연에 의존하던 부분을 줄여나갔고 밤도 낮처럼 환한 그들의 시대에 요정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숲을 불태우고 강을 오염시키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요정을 볼 수 있는 사람도 급속도로 줄어들더니 인류의 요정 친화력도 많이 옅어져 그 결과 요정의 대이주가 시작된 것이다.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살던 세상을 떠나 서쪽 끝에 있는 고향 ‘티르 나 노그’로 향하는 이주 행렬이었다. 벌써 160년 주기를 맞이하다보니 점점 더 요정은 보기 드물어지고 희귀해져서 전설과 동화 속 존재로 희석되었다. 이제 대도시에서 요정이라고 하면 완전히 허상의 존재로 여겨버리니 완전한 단절도 멀지 않은 셈이다.

희석되고, 단절되고,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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