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팬이 소설 속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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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한 산토끼🍠
11화무료 1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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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참여작#현대판타지#빙의#동료/케미#갑을관계

 

「나왔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유를 되찾은 순간이다. 그럼에도 난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것도 변칙성인가? 상관없다. 난 어느 순간부터 즐기고 있었으니까,

 

「경고! 통제 실패 完」 - 감사합니다.-」

 

허무하다.

수능을 다 보고 난 것 같은 공허함만이 내 주위를 어색하게 감돈다.

그런 공허함을 달래보려 그저 의미 없이 마지막 화를 다시 읽어본다.

방금 다 읽어보았지만, 혹시나 내가 잘못 읽은 부분이나 놓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아니, 사실은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옳은 것 같다.

 

‘이딴 게 결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수가 안 된 떡밥은 산더미고, 결말은 얼렁뚱땅 넘어간 듯이 맺어져 있다.

정확히는 감당 안 될 것 같으니까 대충 노선 틀어버린 느낌.

다시 읽어보자,

 

‘이럴 리 없어.’

 

그렇게 다시 읽어보자 눈에 밟히는 마지막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허무한 한마디.

저 말이 나오는 게 맞나?

뭐지. 돈 벌 만큼 벌었으니 고맙다는 건가.

첫 화의 기대와 설렘은 어디 가고 이런 결과가 나오니, 더더욱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고! 통제 실패》

 

 

공포 크리처물을 기반으로 쓴 공포 격리 소설.

격리 픽션과 크리피 파스타를 혼합한 퓨전 픽션 작품으로 주인공이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크리처들에게서 퀘스트를 완료하여 생존해나가는 판타지 소설이다.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포 연출과 뛰어난 상황 묘사는 한국에서 상당히 생소한 격리 소설이란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으며 슈퍼 루키의 탄생을 알렸다.

분명 연재 초기엔 반응도 좋고, 보는 사람도 많았는데······.

어느샌가 굴려온 떡밥은 점점 커지더니 스노우볼이 되고, 그 스노우볼을 다 주워 담지 못한 작가는 스노우볼에 잡아 먹혀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어떻게든 고치려던 작가는 고장 난 설정을 메꾸기 위해 억지 설정들을 덧붙였고, 억지로 덧붙여진 설정들은 독자들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생긴 충돌은 균열을 만들었고, 균열은 붕괴로 이어졌다.

이에 실망한 독자들은 점점 빠져나가더니, 연재 초반엔 투데이 베스트엔 가볍게 들던 《경고! 통제 실패》가 어느새 커뮤니티 계에선 대가리 깨진 사람들만 보는 소설이 되어 있었다.

이윽고, 연재를 하면 할수록 고정 조회수 층은 점점 무너져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남아있는 독자들끼리 커뮤니티를 운영해 가며 산소호흡기로 숨은 붙여놓는 듯 보였으나 오늘부턴 아마 그럴 일도 없을 것 같다.

방금 작가 놈이 참신한 결말로 산소호흡기마저 박살 내버렸거든.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맞음?- 조회수 380회, 추천 6개

 

-작가 어디 사는지 아시는 분?- 조회수 593회, 추천 8개

 

-여기가 그 결말 조진 웹 소설이 맞나요?– 조회수 235회, 추천 -3개

 

-꿈이냐 이거?- 조회수 159회, 추천 0개

 

 

개중엔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 비웃는 사람, 때론 위험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 –작가님 병 때문에 일찍 끝냈다네요- 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 제목을 본 난, 순간 진짜로 그래서 그랬나?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그래, 차라리 아파서 그랬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면 이 분노도 좀 사그라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글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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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병 때문에 일찍 끝냈다네요. 조회수 1302회, 추천 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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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안 조지면 죽는 병이요. 개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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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tkgus : 이게 맞는 듯

 

콩 먹는 콩벌레 : 이게 정설이다

 

주악구옥주희 : 휴재 자주 하는 거 보니 아프신 거 같긴 하던데 진짜였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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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결말 이렇게 내놓는 작가도, 민심이 이렇게 무너지는 작가도 얼마 없을 거다.

이 소설을 정말 열심히 읽어 왔기에, 남들이 떠나도 꿋꿋이 믿고 자리를 지켜왔기에 더 화가 난다.

방구석 책상 위에 고이 모셔둔 굿즈 인형이 눈에 밟혀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른다.

팝업스토어에서 웨이팅 해 직접 사 온 첫 굿즈인 만큼 나에겐 애정이 담겨있는 인형이었다.

 

‘아니, 적어도 믿고 읽어 온 독자에겐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난 그냥 평범한 결말을 원했을 뿐인데.

이런 결말만 아니면 되는데.

조금만 더 생각해주지, 조금만 더 개연성 있게 써주지, 라는 소소한 바람이 내 머릿속에 맴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보려고 돈을 내가며 소설을 읽은 게 아닌데.’

 

결국 이러한 소소한 바램조차 대놓고 기만한 작가는 분노를 만들어냈고, 분노를 표출할 방법을 찾지 못한 손가락은 이내 소설 마지막 화 댓글 창으로 향하고 말았다.

예상대로 마지막 화 댓글 창은 이미 망가져 있었다.

평소보다 더 많은 댓글 수.

그마저도 얼마 되지 않는 댓글 수라는 게 더 마음이 아팠다.

 

 

-하루(haru) : 작가님 진짜 이러실 건가요?

 

-망한 작품을 보면 짖는 개(barking_dog) : 으르르…… 왈왈! 멍! 왕! 크르르….

 

-캐슈린(zotbfls) : 회수 안 된 떡밥 화 목록 : 24화, 38화, 74화, 79화, 142화…….

 

-바코드(lIllIlIIllI) : 이딴 거 보려고 결제한 내가 밉다…….

 

 

모두 하나 같이 별반 다르지 않게 작품에 대해 비판하는 반응들이 보였다.

그래도 자동 챗봇이 관리해서 그런지 커뮤니티보단 얌전하거나 유쾌하게 푸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챗봇도 없었으면 여기도 끔찍했겠지…….’

 

그렇게 다른 댓글들을 살펴보다 보니 더더욱 분노가 차오른다.

마땅한 이유에 정당한 분노.

여기저기서 알려주는 내가 몰랐던 분노의 출처와 분노해도 될 정당성은 내 손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난 원래 웹 소설이 완결이 나면 마지막 화엔 무조건 댓글을 달아놓는다.

마치 새로운 개척지에 깃발을 꽂는 것처럼, 내가 이 소설을 정복했다는 의미가 담긴 이정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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