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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의 아이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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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사리
12화무료 12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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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괴담 알아? 갇혀 있던 귀신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대. 대가는 아무도 몰라. 실제로 한 사람들은 다 행방불명 됐거든."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아야만 했다. 사라지고 싶었던 소년, 도깨비와 계약하다. 조각난 세계와 기억을 잇는 괴담 비망록

공모전 참여작#현대판타지#현대#동양풍#성장물#인외존재#동료/케미#계약관계#사연캐#학생#걸크러시#능글녀#능력녀#상처남#츤데레남#평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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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우리 학교 괴담 알아?”


“밤에 미술실 동상 움직이는 거? 무덤가에 지어졌다는 거? 뭐 13번째 계단 밟으면 안 된다는 거?”


“그거야 어느 데나 다 있는 거잖아.”


“그럼 뭔데?”


 지겨운 학교 생활에 지친 아이들은 어느새 하나 둘씩 귀를 기울이며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다가 한 남학생이 책상에 엎드려있는 다른 아이와 부딪혔다.


“미안.”


“.....”


  그 남학생은 멋쩍어하더니 다시 괴담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아이는 목소리를 잔뜩 깔면서 말했다.


“우리 학교만의 봉인된 귀신을 부르는 강령술이 있대.”


“오, 뭐야?”


“그거 진짜야?”


“응,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말이야, 밤에 학교에 혼자 남잖아? 그럼 바닥에다가 세속비인 현신한해(世俗非人 現訷恨解)라는 글자를 자기 피로 써. 그리고 세 번 읽는 거야. 그럼 갇혀 있던 귀신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 준대. 근데 대가가 있어. 그건 아무도 몰라. 귀신이 그 몸을 차지한다는 말도 있고, 목숨을 가져갔다는 말도 있어.”


“오, 해 볼까?”


“우리 반 단톡에 한자 보낼게. 근데 실제로 하지는 않는 편이 좋을걸”


“에이, 설마 죽겠어~”


“진짜야, 실제로 해본 사람들이 다 행방불명되서 알 수 없었대.”


 시끄러워….


 이현은 엎드린 채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쟤네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길래 저런 말에 웃는 걸까. 저딴 헛소리에. 


 어젯밤에도 미술실 동상은 가만히 있었고 후동 5층의 13번째 계단을 밟아도 멀쩡했다. 그냥 기분만 불쾌해질 뿐이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딩-동-댕-동-


 어느새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고 아이들은 급하게 운동장으로 나갔다. 체육 시간이다. 


 우당탕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쁘게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도 들렸다. 이제 불 꺼진 교실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단 한 명, 하이현만 빼고.


 갑작스럽게 고요해진 교실에 이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일어나 시계를 봤다. 이번이 마지막 교시였다. 


“그냥 가지 말까.”


 한 두번도 아니고. 중학교 때부터 늘 이랬다. 5년 전,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는 그래도 같이 다녀주던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야자가 끝나도 깨워주는 사람, 쉬는 시간에 말을 걸거나 수행평가 조를 같이 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에 하루 종일 학교 책상에 엎드려있는 그는 이동수업마다 지각하고는 했다. 


 여태까지는 나름 성실하게 수업을 들으러 갔지만 어쩐지 오늘은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굳이 변명하자면 날이 흐려서, 일까. 물론 날이 맑아도 그랬을 것이니 이건 핑계에 불과하다. 


 이현은 다시 팔짱을 끼고 엎드렸다. 그의 손목에는 큼지막한 밴드가 엉성하게 붙어 있었다. 


 자주 붙이고 다니는 밴드지만 오늘따라 축축하게 눌어붙어 불쾌했다.


 졸리지는 않지만 자고 싶었다.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엎드려 있으니 시간을 죽이는 것 같았지만 이딴 시간은 살해당해도 괜찮다고 그는 생각했다.


 달콤한 졸음은 곧 이현을 찾아와 그의 눈을 감겼다. 그리고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밤에 학교에 혼자 남잖아? 그럼 바닥에다가 세속비인 현신한해(世俗非人 現訷恨解)라는 글자를 자기 피로 써. 그리고 세 번 읽는 거야. 그럼 갇혀 있던 귀신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 준대.’


“소원…”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소원이라. 그냥 여기서 사라지게 해달라고 할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바랐던 것인데. 


 그렇게 생각한 자신이 우스워 이현은 픽 웃었다. 


 눈을 뜨니 시계 바늘은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야자가 시작한지 한 시간 정도 지났다. 


 주위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란스럽던 아이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밑줄과 메모로 빼곡히 채워진 교과서, 알 수 없는 식들이 가득한 문제집, 가지런한 글씨로 정리된 노트, 널브러진 아이패드와 충전기들. 


 쉬는 시간임에도 몇몇 아이들은 공부를 계속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친구들과 떠들거나 매점에 가서 간식을 사 왔다.


 가끔 이런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명치가 꽉 막히고 숨이 턱 차오르는,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런 알 수 없는 기분 말이다.


 흐아암-


 이현은 팔을 쭉 뻗고 기지개를 켰다.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써봤자 본인만 손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알기만 할 뿐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대로 엎드려 자려고 했던 이현의 눈에 자신의 책상이 들어왔다. 수업 시간에 나간 내용인지 분간이 안 되는 교과서와 백지인 상태 그대로의 공책.


 엎드려 자기도 글렀네, 그런 마음으로 이현은 펜을 잡아보았다. 그러나 하얀 공책과 교과서는 펜이 들어갈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 모습이 꼭 자신 같았다. 이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교실을 둘러보면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만 그대로인 것 같아서. 책도 공책도, 책상도, 사물함도, 주위의 공기도, 이 교실의 모든 것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아서. 결국 여기에도 내 자리는 없구나 싶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삼키며 이현은 문제집을 펼치고 무언가 끄적거렸다. 그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정신을 차리자 주위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교실에는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시간은 오후 10시 반. 야자는 끝난 지 한참 되었다.


“하하…”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팔을 꽉 붙잡은 채 엎드려서 그랬는지 밴드는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덜렁거리는 밴드와 어지럽혀진 책상을 정리하기 위해 사물함으로 향하던 이현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교실 한 구석, 검붉은 색으로 뭉개진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여 있는 건, 커터칼.


“소원, 이라.”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피, 칼, 글자, 소원. 이현은 조심스럽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팔을 들어 축축하게 눌어붙은 밴드를 뜯었다.


 그 밑에는 일직선의 상처들이 늘어져 있었다. 이현은 주먹을 한 번 꽉 쥐었다 폈다. 


하자. 무엇이 되었든. 사라지게 해 달라고.


  바닥에 떨어진 밴드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미적지근한 온기를 갖고 있었으나 차가운 바닥에 닿자마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드르륵.


 그의 하얀 피부에 또다른 붉은 선이 그어졌다. 그 위로 붉은 꽃망울이 피어났다.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손목 부분이 뜨끈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제 그것에 무감각해졌을 뿐인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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