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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코인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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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리아
34화무료 34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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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연소 세탁소 프랜차이즈 CEO 김지수가 눈을 떠보니 조선시대 15세 고아 소녀 소월이 되어 있었다. 청계천 빨래터에서 찬물에 언 손으로 끝없는 빨랫감과 씨름하던 그녀는 35년 세탁 전문 지식을 활용해 조선 최초의 코인세탁소를 열기로 결심한다. 세 푼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 얼룩별 맞춤 처리하는 과학적 세탁법, 심지어 24시간 운영까지. 소월의 코인세탁소는 순식간에 한양의 화제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사기꾼에게 쫓기다 진흙탕에 빠진 이준혁을 만난다. 건달인 줄만 알았던 그는 명문가 도령이었고, 소월의 뛰어난 사업 수완을 알아본 그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소월 낭자, 내가 당신의 꿈을 돕겠소." 물리와 화학 지식으로 빨래의 혁명을 일으키고, 노비를 가족으로 만드는 따뜻한 경영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는 소월. 천민에서 시작해 양반 부인을 거쳐 정경부인에 오르기까지, 그녀의 파란만장한 성공기와 준혁과의 설레는 로맨스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엽전에서 시작해 조선 최고의 여성 사업가가 되기까지! 깨끗한 옷, 깨끗한 신분, 깨끗한 사랑을 이뤄가는 상큼발랄 성공 로맨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궁정로맨스#동양풍#시대/역사#퓨전사극#빙의#로코물#힐링물#사업가/경영인#뇌섹남#능력남#다정남#순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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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물이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새벽의 서늘한 공기와 섞여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젖은 치마자락이 종아리에 들러붙는 불쾌한 감촉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 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빨랫감 더미와 거친 손으로 옷감을 두드리는 여인들, 그리고 청계천의 탁한 물결을.


'뭐야, 이거.'


마지막 기억은 분명했다. 새벽 3시, 본사 회의실. 신규 매장 수익 보고서를 검토하다가 쓰러진 것까지. 과로사였나? 그런데 왜 여기에...


"야! 소월아! 해 뜬 지가 언젠데 아직도 멍하니 앉아있어?"


굵직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고개를 돌리니 인상이 험악한 중년 여인이 팔뚝을 걷어붙이고 서 있었다. 얼굴에는 주름이 골골이 패여 있었고, 거친 손에는 빨래 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오늘 안에 김 진사댁 빨래 다 끝내야 한다고 했지? 또 늦으면 품삯 못 받는다!"


품삯? 김 진사댁?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선 기억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열다섯 살, 고아, 청계천 빨래터에서 하루 종일 일해도 겨우 끼니 때울 정도의 품삯을 받는 최하층 신분. 이름은 소월.


'하... 진짜 빙의네.'


나는 김지수다. 아니, 였다. 대한민국 최연소 여성 CEO. 세탁 프랜차이즈 '깨끗한 하루'를 연 매출 500억 기업으로 키운 사업가. 아버지 따라 세탁기 분해조립하던 꼬맹이가 업계 1위까지 올라간 성공 신화의 주인공.


그런데 지금은?


물에 불어터진 손을 내려다봤다. 갈라지고 피가 맺힌 열다섯 살 소녀의 손이었다.


"또 멍때리고 있네! 정신 안 차려?"


중년 여인이 - 대충 파악하니 이 빨래터의 우두머리 격인 막례 아줌마였다 - 빨래 방망이로 내 어깨를 쿡 찔렀다.


"죄송해요, 막례 아줌마. 바로 시작할게요."


입에서 자연스럽게 존댓말이 나왔다. 이 몸의 기억이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 같았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랫감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비단 도포, 명주 적삼, 모시 치마... 고급 옷감들이었지만 하나같이 더러웠다. 먹물 자국, 기름때, 그리고... 토사물까지.


'일단 해보자.'


물가에 쪼그려 앉아 빨래를 시작했다. 다른 여인들처럼 돌 위에 옷감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드렸다. 탁, 탁, 탁. 단조로운 소리가 계속됐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리 두드려도 얼룩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옷감만 상할 것 같았다.


'이건 아니야.'


35년간 세탁업에 몸담은 전문가의 눈으로 상황을 분석했다. 찬물, 물리적 타격에만 의존하는 원시적 방법. 효율성은 바닥이고 옷감 손상은 극심했다.


문득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지수야, 세탁의 기본은 뭔지 아니? 온도, 세제, 기계력, 시간. 이 네 가지의 조화다. 그리고 우리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비법도 있지. 하지만 그건 때가 되면 알려주마.'


지금 이곳엔 찬물과 방망이질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봤다. 화덕에서 나온 재, 버려진 숯, 들판의 잿빛 흙. 충분했다. 이것들로도 기본적인 알칼리 용액을 만들 수 있다.


"소월아, 뭐 찾는 거야?"


옆에서 빨래하던 순이 언니가 물었다. 스무 살쯤 됐을까. 이 빨래터에서 그나마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었다.


"언니, 저 재 좀 가져와도 될까요?"


"재? 그걸 뭐에 쓰려고?"


"빨래할 때 쓰려고요."


순이 언니가 피식 웃었다.


"재로 빨래를 한다고? 정신이 나갔구나."


하지만 나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재를 물에 풀어 잿물을 만들었다. 약한 알칼리성 용액이다. 여기에 으깬 콩을 넣으면 천연 계면활성제 역할을 한다.


토사물이 묻은 도포를 잿물에 담갔다. 단백질 얼룩은 알칼리에 약하다. 10분쯤 지나자 얼룩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물살이 센 곳을 찾았다. 자연의 드럼세탁기다. 도포를 물살에 맡기고 적당히 비벼주니 얼룩이 씻겨 내려갔다.


그리고 마지막. 햇빛이 잘 드는 바위 위에 널었다. 자외선 살균과 표백 효과까지.


"어머..."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돌아보니 여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저게 정말 아까 그 도포 맞아?" "토한 자국이 싹 사라졌네?" "어떻게 한 거야?"


새하얗게 변한 도포가 햇빛에 반짝였다. 평소 같으면 하루는 족히 걸렸을 빨래를 한 시간 만에 끝낸 것이다.


막례 아줌마도 다가왔다. 도포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정말 네가 한 거야?"


"네. 그런데 아줌마, 이 방법을 다른 분들께도 가르쳐드리면 어떨까요?"


"뭐?"


"다들 허리 아프다고 하시잖아요. 제 방법대로 하면 힘도 덜 들고 시간도 절약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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