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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한 황태자비는 우아하게 복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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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무료 79화

매주 월 수 금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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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믿음도 끝났다. 가장 친했던 친구와 남편의 불륜 현장. “꺼지라고 했잖아!” 따귀가 날아오고, 테라스 아래로 몸이 떨어진다. 그들은 오히려 안도가 섞인 희미한 웃음을 짓는다. 그 순간, 리시아는 다짐했다. ‘죽어서도 끝까지 저주하겠다. 반드시….’ 눈을 뜬 그녀는 낯선 육신에 깃들어 있었다. 이름은 리시아. 신분은 황태자비. 그리고 옆에는 붉은 눈동자의 냉혈한 세드릭 황태자가 서 있었다. “추억 여행이라니… 귀찮군.” 겉과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와의 동행. 하지만 이제 그녀에겐 감정도, 망설임도 없었다. 황궁의 정점에서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자들을 향한 복수가 시작된다. 사랑 따윈 없이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품은 리시아. 두 번째 기회, 그 시작은 피보다 진한 복수극!

완결무

#로맨스판타지#서양풍#복수#빙의#성장물#육아물#드라마#삼각관계#라이벌/앙숙#카리스마남#츤데레남#서브남주있음#계략녀#상처녀#정략결혼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

 

활짝 열린 3층 테라스에는 세 남녀가 마주 서 있었다.

 

“아이제른… 당신은 아직 내 남편이잖아요.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그것도 나와 가장 친한 엘로디와…….”

 

“리시아 에르넬리아, 너 정말 순진하구나. 아니면 멍청한 건가?”

 

그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번졌다.

 

순간, 엘로디가 흥분한 듯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하! 친구? 착각하지 마. 난 단 한 번도 널 친구라 생각한 적 없어!”

 

“뭐라고…? 내가 힘들 때마다 항상 네가 곁에서 위로해 줬잖아….”

 

목이 메어 말끝이 흐려졌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눈앞의 현실은 잔혹했다.

 

“엘로디, 그만해.”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제른이 그녀를 제지하듯 나섰다.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잠깐의 기대를 했다.

 

‘혹시… 내 편이 되어주는 걸까?’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은 더 잔인했다.

 

“쓸데없는 말 더 해 봤자 우리 입만 아플 뿐이야. 불쌍해서 참아주는 것도 한계야. 이렇게 된 마당에 굳이 더 속일 필요 없잖아? 리시아, 내 집에서 나가줘.”

 

“…아이제른, 그래도 난 당신의 아내인데….”

 

가느다란 내 목소리는 바람에 꺼져가는 촛불처럼 떨렸다.

 

그때 엘로디가 코웃음을 쳤다.

 

“아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야? 아이제른이 꺼지라고 하잖아.”

 

“…….”

 

“그나마 네 가문 덕 좀 볼까 싶어 참아줬는데, 이미 쫄딱 망해버린 네 집안이 무슨 쓸모가 있겠니? 더 이상 질척거리지 말고 내 남편한테서 떨어지라고!”

 

‘이젠 대놓고 남편이라고 부르는구나. 그래, 처음부터 사랑 같은 걸 바라고 혼인한 것도 아니었잖아.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의 아내라는 사실까지 부정당하다니….’

 

그녀가 내게 내뱉은 치욕스러운 말에도 아이제른은 미동조차 없었다.

 

그저 무심히 팔짱을 낀 채 지겹다는 눈빛으로 방관했다.

 

“아이제른, 제발 이러지 말아요… 우리 가문 사정도 잘 알잖아요. 정말 후회 안 하겠어요? 다시 한번만 생각해 줘요….”

 

나는 그를 향해 간절히 손을 뻗었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만약 그의 도움이 없다면 나는 공작가의 부인이라는 신분부터 시작해서 한순간에 모든 걸 잃기 때문이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아이제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짝-!

 

“꺼지라고 했잖아!”

 

얼굴을 후려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새하얘졌다. 내 뺨 위에 붉게 번진 손자국이 화끈거렸다.

 

자신의 불륜 현장을 발견한 아내에게 손찌검하는 남편이라니.

 

분노보다 허망함이 먼저 밀려왔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볼을 감싸며 바보처럼 눈물만 주르륵 흘렸다.

 

그때 엘로디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입가엔 비웃음이 가득 번져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

 

뒷걸음질을 하자 등 뒤로 난간이 닿았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엘로디, 갑자기 왜 그래… 이러지 마….”

 

“처음부터 지금까지 네 존재가 안 거슬린 적이 없었어!”

 

그녀는 크게 외치며 내 어깨를 세게 팍 밀쳤다.

 

그 순간,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차가운 바람이 등을 훑으며 나는 아래로 빠르게 추락했다.

 

내가 테라스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에도 시야 끝엔 그들이 보였다.

 

당황한 듯한 엘로디와 그녀를 달래는 아이제른의 모습이 작게 보였다.

 

하지만 점차 둘의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번져갔다.

 

마치 나의 죽음이 축복이라도 되는 듯이.

 

‘너희는 애초부터 날 살릴 생각이 없었구나. 이렇게 허무한 죽음을 맞을 줄이야….’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반드시 복수할 거야. 아이제른, 엘로디. 너희를 죽어서도 저주하겠어!’


이뤄지지 않을 꿈인 걸 알면서도 바라고 또 바랬다.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뭐든 하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의식은 점점 꺼져갔다.

 

⁕⁕⁕

 

“엄마! 엄마, 일어나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먹이는 목소리에 무거웠던 눈꺼풀이 떠졌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작은 실루엣 하나가 어렴풋이 보였다.

 

이내, 눈앞에 보인 건 금빛 문양으로 장식된 호화로운 천장과 낯선 방의 풍경이었다.

 

‘여긴… 어디지? 설마 천국인가?’

 

그때 아이는 다시 내 몸을 흔들며 불렀다.

 

“엄마! 저 알아보겠어요? 엄마 아들 미레유예요!”

 

그 말이 들리는 순간, 나는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천국도, 아이제른 저택도 아니었다.

 

주변은 온통 전혀 본 적 없는 가구들뿐이었다.

 

‘근데 엄마라고…? 나 분명히 죽었는데?’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윤기 나는 갈색 곱슬머리, 작은 콧방울과 앵두 같은 입술이 오목조목 모여 있었다. 특히 루비 빛이 맴도는 큰 눈동자가 인상 깊었다.

 

“엄마, 제발 죽지 마세요… 제 옆에 꼭 있어 주세요!”

 

아이는 내게 달려들어 와락 안겼다. 그의 품에서 따뜻한 체온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뭐야, 이거 꿈이 아니야…? 하지만 난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데?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내, 내가 네 엄마라고?”

 

미레유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해맑게 웃었다.

 

“엄마, 왜 그러세요? 그래도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아버지께도 얼른 말씀드려야겠다!”

 

‘더 큰 일 났네. 아들과 아버지라니…. 진짜 내가 엄마라고?’

 

내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으로 가득했다.

 

정신을 차리려고 주위를 손으로 더듬었지만, 느껴지는 건 부드러운 비단의 감촉뿐.

 

“저, 저기 꼬마야….”

 

그때 문밖에서 규칙적인 구두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황태자 전하께서 오십니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뭐? 여기서 황태자가 왜 나와?!’

 

뒤이어 문이 열리고 붉은 눈동자가 먼저 보였다. 감정이라곤 안 담겨있는 그 눈빛은 마치 무리를 이끄는 맹수를 떠올리게 했다.

 

그 남자는 묵직한 발걸음으로 방 안에 들어왔다. 뒤이어 중년의 남자도 뒤따라 들어왔다.

 

“아버지! 엄마가 깨어났어요!”

 

미레유는 남자한테 반갑게 달려가 매달렸지만, 그의 얼굴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금세 풀이 죽은 미레유는 내 쪽을 흘깃 바라보며 눈치만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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