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생 특전 - 도주 본능] [당신이 행하는 모든 도주 행위가 100% 확률로 성공합니다.] 괴상한 전생 특전을 받았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기마장교나 해볼 생각이다.
X 됐다.
심사숙고할 거 없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전생에 내가 어떤 놈이었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과감히 생략하겠다.
내가 이렇게 급한 건 다 눈앞에 떠 있는 이것 때문이었다.
[전생 특전 - 도주 본능]
[당신이 행하는 모든 도주 행위가 100% 확률로 성공합니다.]
이 반투명한 창을 뭐라 부르는게 좋을까?
상태창? 특전창? 스킬창?
뭐가 됐든,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특전이 내가 받게 된 전생 특전이라는 모양이다.
'아니아니아니, 그냥 빤스런 잘 한다는 거잖아! 나도 쩌는 거 달라고! 포식이나 불로불사 같은 거!!'
나의 바람이 무색하게 의식이 암전됐고, 어느 제국의 백작가의 요람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응애-!"
***
폰 슈타이너.
내가 전생한 백작가 성이다.
우리 백작가는 군인 가문으로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제국의 군인으로 복무하셨다.
두 분이 복무하시면서, 무공을 꽤 많이 쌓으셨는지 비옥한 땅을 받아 영지가 풍족하다 한다.
그리고 내 위로 장남이랑, 차녀인 누나가 있는데.
차녀인 누나랑은 나름 사이가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장남은….
"야 루디! 오늘도 대련하자!"
방금 형이 한 말만 보면 함께 대련하는 우애 좋은 형제 사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린 전혀,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다.
저 형이란 놈이 말하는 대련은 대련이라는 이름의 일방적 폭행일 뿐이다.
때는 바야흐로 4년 전, 내가 6살이 되어 나름대로 목검을 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무렵.
형의 대련하자는 말을 멋모르고 수락했다가 정말 이를 잡듯 얻어터진 적이 있다.
개 같이 패놓고는 다음 날에 또 대련을 하자며 졸라대길래 거부했다.
순수한 건지, 아니면 악의적인 건진 모르겠지만, 형은 그날부로 매일매일 나한테 대련하자며 들러붙는다.
그럴 때마다 매번 전력으로 도주했는데, 전생해 오면서 받은 전생 특전 덕분인가 아직 단 한 번도 잡힌 적이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장남인 형은 한 손에 목검을 들곤, 밝은 얼굴로 내게 달려왔다.
분명 나를 붙잡으면 내게 대련하자며 졸라댈 거다. 그리고 내가 마지못해 수락해 대련이 시작되면, 4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마 이를 잡듯이 날 팰 거다.
내게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싫은데?"
"야, 야! 또 어디가?!"
전력으로 도망치는 것.
형이 달려오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나는 있는 힘껏 뛰기 시작했다.
탓탓탓-!
형과 나의 뜀박질 소리가 온 복도로 울려 퍼진다.
몇몇 메이드, 집사들이 '또 시작이네'라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바라봤다.
형은 쪽팔리지도 않는지, 내 뒤를 정말 이를 악물고 쫓아왔다.
형의 나이는 16, 2차 성징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의 나이로.
아직 2차 성징이 시작되지도 않은 나보다 확실히 더 키가 크고 체격도 좋다.
그러니, 보폭도 더 넓겠지.
그런데도, 형과 나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것도 아마 전생 특전의 보정을 받은 덕이라 생각한다.
평소에 뛸 때는 이 정도 속력이 안 나오거든.
고등학교 1학년 되는 놈이 고작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애 하나 괴롭히려고 이렇게 이 악물고 뛰어오는 게 조금은 한심해 보인다.
전생이었담 한주먹 거리도 안 됐… 지는 않을 거 같네.
매일 같이 검을 휘둘러와서 그런가 3대500은 못 쳐도 3대350? 정도는 칠 거 같은 건장한 몸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짜증 난다.
솔직히 말해 형의 체력은 나 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그야 당연한 것이 나는 검술 훈련 같은 걸 받지 않은 몸이고, 형은 앞서 말했듯 장남으로서 어릴적 부터 검술 훈련을 받은 몸이니 말이다.
체력 싸움으로 끌고 가면 당연히 내가 잡힐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형을 따돌려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군인 출신이셔서 그런가.
여차하면 집을 요새로 쓸 상황까지 고려하고 지으셨다.
덕분에 집은 일반적인 저택에 비해 여러모로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나는 이를 이용할 셈이다.
마침, 눈 앞에 세 갈림길이 나왔다.
있는 힘껏 달려 스퍼트를 내 형과의 거리를 좀 더 벌린 뒤.
세 갈림길에 다다랐을 때. 오른쪽으로 빠르게 틀었다.
형은 내가 오른쪽 길을 따라 도망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테지.
곧바로 점프해 천장에 메달렸다.
평소였담. 천장에 닿을 점프력 따위 안 나왔겠지만.
도주하기 위한 행위의 일환이었기 때문인지.
전생 특전의 보정을 받아 점프력이 강화돼 천장에 닿을 수 있었다.
천장에 메달린 채, 형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당연하게도, 형은 내가 천장에 메달려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복도를 뛰어갔다.
뛰어가는 형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서야 나는 천장에서 내려왔다.
팔과 다리가 조금 저리긴 했지만, 참을만한 정도였다.
이것 역시 도주 행위의 일부로서 보정을 받은 결과다.
아마 평소였다면 천장에 메달리긴커녕 곧바로 떨어졌을 테지
난 내 방을 향해 한 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2025.07.3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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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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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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