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죗값은 다정하게
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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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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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꽃. 세간은 악의 사자로부터 말미암은 에르샤티의 핏줄들을 두고 그리 말한다. 얼핏 아름답고 고혹적이나, 뭇사람들을 내려다보는 특유의 거만함과 그들만이 사용하는 삿된 힘이 높다란 절벽 위에 피어난 독초와 진배없다고. 성스러운 영령 아르베테의 가장 충직한 신하, 신성제국 델비온의 심판관, 디뮈드 자펠. 그는 제가 품은 풋내나는 감정이 대답이 돌아올 리 만무한 외사랑임을 안다. 그 콧대 높은 유디테 에르샤티를 향한 감정은 저조차도 당위를 찾을 수 없는 일방적이고도 불가해한 사랑에 불과했다. “저번에 했던 말 취소해도 될까요. 당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그러나 유디테가 목격한 적 없는 눈물로 제 손을 붙잡은 그날. “신기하군요. 저도 같은 생각 중이었는데.” 그는 그녀에게 이르는 길이 곧 신의 뜻임을 깨달았다. ***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거야. 네가 가는 곳은 어디든 파멸이고, 붕괴일 테니까.” 마땅히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악마의 꾐에 넘어가 제 손으로 부모와 친지를 모두 죽이고, 유일한 생존자인 오라비의 인생을 진창에 처박은 죗값을 죽지 않고 살아 남아 모든 고통과 원망을 감내함으로써 갚아야 한다고. 제 손으로 불러일으킨 파멸은 제 손안에서만 끝내야 한다고, 그렇게 다짐했었는데…….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한 게 내 몰락의 시작이라 한들, 그것조차 신의 뜻이라 믿어버리고 싶을 만큼.” 기꺼이 제 앞에 무릎 꿇는 그 남자는,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욕심 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의 존재 자체가 신이 제게 주는 면죄부인 까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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