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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보육원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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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호랑이
12화무료 12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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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바닷가의 작은 보육원, 백향원. 고향을 잃고, 여기서 산 지도 벌써 8년째. 별것 없어도 소중한 일상이 이어지던 어느 날, 새로운 이웃이 이사 온다. 그런데 쟤, 왜 이렇게 낯익지?

#로맨스판타지#동양풍#걸크러시#능력녀#무심녀#사이다녀#다정남#직진남#치유물#잔잔물#힐링물#달달물

작은 섬, 화란도의 우리 마을은 언제나 가난했다.


돌이 많고 척박한 땅은 좋은 농지가 되지 못했다.


거친 파도 때문에 어획량도 마을 사람만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정도였다.


아주 가끔 곡식을 사 오기 위한 배편이 뜨는 것 말고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마을.


당연히 사람들은 점점 빠져나갔고, 결국 노인들만이 남아 고향을 지켰다.


어머니와 난, 이 늙어가는 마을의 유일한 술사였다.


만물에 흐르는 기를 이용해 술법을 펼치는 자, 술사.


그중에서도 우리는 어둠의 기를 다루는 어둠의 술사였다.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께 많이 의지했고, 어머니는 항상 바쁘셨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마을 이곳저곳을 돌보고, 여러 일들을 도맡아 하셨다.


그래서 외로웠냐고?


천만에.


난 어머니의 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온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다.


마을의 마지막 술사, 리진 나리의 딸 리진 울.


오직 그 이유만으로 모두가 날 챙기고, 아꼈고, 그 어떤 일에도 내 편이었다.


고소한 밥 냄새에 눈을 뜨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상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거리를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내 손에 뭐라도 하나 더 쥐여주려 바쁜 걸음으로 달려오셨다.


또래 친구는 없었지만 거리에서,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사가 내 마음을 채워주었고, 덤으로 받은 고등어 반 토막으로 행복했다.


나이에 맞는 장난감과 예쁜 옷 하나 없었지만, 어른들의 옛이야기를 듣는 그 모든 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어느 날 나타난 해적선에 의해 무참히 부서졌다.


영원할 것 같던 가족도, 고향도.


한순간에 모두 사라졌다.



***


닫힌 눈꺼풀 너머에서 빛무리가 어른거렸다.


잠기운이 서서히 물러나고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서늘한 새벽빛이 온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쯧. 꼭 늦잠 자도 될 때만 악몽을 꾼단 말이지.”


복잡한 기분에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자는 동안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던 모양인지 손가락이 뻑뻑했다.


꿈은 진즉에 깼지만, 심장은 아직도 두근거렸다.


익숙한 목소리들의 비명 소리, 매캐한 연기.


하늘로 치솟는 불길 속에서 무너지는 마을의 모습.


모든 것이 어제 벌어진 일인 양 아직도 생생했다.


“후우.”


답답한 마음에 방문을 열자 서늘한 새벽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툇마루 너머로 머리에 낙엽을 쓴 작은 장독대와 까치밥이 달린 앙상한 감나무가 보였다.


어제도 보고 그제도 본 익숙한 풍경이었다.


“벌써 8년째네....”


8년 전, 해적의 습격이 있던 날.


난 바다에 빠지며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백향님의 보육원, 백향원으로 옮겨진 후였다.


운 좋게 해안가까지 떠밀려온 걸 백향님께서 거둬주신 것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은 건 딱 거기까지였다.


곧 화란도의 모든 것이 불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결국 나 혼자만 남겨진 것이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난 결국 백향원에서 살게 되었다.


백향원은 내 두 번째 고향이자, 집이 되었다.


백향님과 각자의 사연을 짊어지고 모인 아이들은 내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 벌써 8년이나 흘러간 것이다.


“흠.... 이 기분으로 다시 잠들기는 그런 것 같은데.”


나는 방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마루가 고요한 걸 보니 아직 모두 자고 있는 모양이었다.


까치발로 조심스럽게 마루를 지나 누마루로 올라갔다.


난간에 걸터앉으니 줄줄이 늘어선 검은 기와 너머로 장독대와 작은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익숙하고 고요한 풍경에 복잡했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제 딴 생각 하지 않기로 했잖아.


여기가 내 집이야.


지난 8년 동안 되뇌었던 그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기둥에 기대어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는데, 저 멀리 정원에 인영이 나타났다.


슬슬 아침 식사 당번이 장 볼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훗. 난 저번달에 아침 당번 끝났지. 고생들 하라고.’


식사시간까지 느긋하게 빈둥거릴 생각에 히죽거리는 그때였다.


그 사람은 대뜸 나를 비롯한 큰 아이들이 머무는 별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침 당번이 아닌가?

어쩐지 불길한데.


조바위 위로 보이는 붉은 머리칼과 짙은 이목구비가 점점 선명해졌다.


‘설마 저거, 세나 언니?’


나는 본능적으로 난간에서 떨어져 누마루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세나 언니의 움직임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걸 보니, 날 보진 못한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 새벽부터 우리 방엔 무슨 볼일인 거지?’


뭔진 몰라도 지난 8년간의 경험에 따르면 이거 하난 확실했다.


저 언니는 빈둥거리고 노는 꼴은 절대 못 본다는 것.


그게 누구든지 말이다.


심지어 이 백향원의 주인이신 백향님까지도!


하지만 나도 몇 달 만에 얻은 이 느긋한 아침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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