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헌터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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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ronambul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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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에게 증오를 품고 있는 주인공이 헌터들에게 복수하는 내용.


악은 더 큰 악에 삼켜지고, 선은 더 찬란한 선에 빛이 바래질 것이며

강한 힘 또한 결국 더 거대한 힘 앞에 무릎 꿇을 것이다.

 

5년 전, 마지막 게이트가 닫혔다.

그와 더불어 16년이 넘게 이어졌던 인간과 괴물 간의 싸움도 마침내 그 마침표를 찍었다.

아니, 괴물들과 헌터들의 전쟁이.

사람들은 하나, 둘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난한 상처들을 뒤로 한 채.

지금은 재건(再建)의 시대.

 

굴삭기의 진동음에 맞춰 땅이 요동치듯 떨려온다.

브레이커(breaker)가 건물의 한쪽 벽면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자,

자욱한 먼지가 사방으로 피어올라 시야를 뒤덮는다.

나는 코와 입을 가린 헝겊을 단단히 조여 매고는 다른 인부들과 마찬가지로 부서진 잔해들을 한쪽으로 치워냈다.

벌써 6시간 넘게 반복되는 작업의 현장이었다.

나는 묵묵히, 그저 하던 일에 몰두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깐 쉬었다 하자!”

굴삭기의 문이 열리며 일명 강 씨라고 불리는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그늘진 곳으로 모여들어 각자 저마다 기대앉거나 드러누워 잠시 숨을 돌렸다.

“자, 꼬맹아”

강 씨가 나에게 다가와 작은 페트병 하나를 건넸다.

나는 군말 없이 받아 들고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단숨에 비워냈다.

그리곤 빈 껍데기만 남은 페트병을 다시 강 씨에게 내밀었다.

대부분의 제조업이 붕괴 된 지금 같은 시점에서는 물보다도 플라스틱이 훨씬 귀한 취급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강 씨가 피식 웃고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반백의 머리와 서리가 낀 듯 하얗게 센 수염, 하지만 좀처럼 나이 들어 보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다부진 체격,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어우러지며 더욱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그가 처음으로 이 ‘버려진 도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략 3년 전의 일이었다.

입가에 담배를 문 채, 한 손엔 권총을 쥐고 굴삭기 위로 올라선 그의 자태는 웬만한 강도들조차 지레 겁먹을 정도로 위압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강 씨가 이곳의 부랑자들을 휘어잡는 데는 불과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던 ’버려진 도시‘에도 강 씨를 중심으로 새롭게 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살인, 강도, 강간 절대 금지.

마실 물과 먹을 것이 부족할 경우엔 자신에게 오면 제공해 주겠다는 말도 남겼다.

단, 땀 흘려 성실히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에 순순히 따랐다. 그들에게 있어 전에는 이런 기회조차 드물었으니까.

몰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기특한 녀석”

강 씨가 흙먼지로 범벅된 내 머리칼을 헝클였다.

“시대가 아무리 요지경 요 꼴로 변했어도, 요즘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어. 꼭 편하고 나쁜 길로 빠지려 들고만 말이야.”

그가 말을 마치곤 바지 주머니에서 은제 힙 플라스크를 꺼내 들이켰다. 독한 알코올 냄새가 내 코끝까지 따라와 풍긴다.

“그에 비해, 너처럼 일찍 철이 든 녀석도 드물지.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도 않고, 물건 좀 더 달라고 몰래 찾아오는 일도 없고. 다른 녀석들도 보고 좀 배웠으면 좋을 텐데 .”

강 씨가 여기저기 시체처럼 널브러진 인부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나이를 똥구멍으로만 쑤셔 넣은 놈들.”

그 꼴이 못마땅했던지, 그는 다시 손을 들어 올려 목을 축였다.

고목만 한 우람한 팔뚝 위로 불거진 핏줄이 꿈틀거리며, 존재감을 한껏 과시한다.

“3년이야, 근 3년이란 시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하겠다고 찾아온 건 너 하나다.”

“·····돌봐야 할 식구가 있으니까요.”

“······.”

강 씨가 허물어진 건물 더미와 제법 깔끔하게 정리된 공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래도······처음보단 많이 나아졌지?”

그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어딘지 아련한 빛깔을 띠며 이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대재앙이 일어나기 전, 강 씨는 여기 ’버려진 도시‘에 자신의 집을 장만해 두었다.

’마누라의 오랜 꿈이었거든. 괴물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여긴 한국에서도 꽤 괜찮은 동네였지.‘

그와 만난 지 2년이 지난 무렵이었을까, 그가 조심스레 자신의 사연을 털어 놓았다.

’밤낮 없이 죽으라고 일했지. 불러주는 데라면 어디든 달려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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