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폐하의 그림자가 되지 않겠습니다
profile image
아한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35좋아요 0댓글 0

"헤스티아 백작가가 왕실에 베푼 충성과 헌신에 감사하오. 하지만 이제 물러가시오. 왕비의 자리는 이미 정해졌소." 세레나 헤스티아는 3년의 헌신으로 사랑하는 이를 왕좌에 올렸다. 그러나 대관식의 순간,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약속된 행복이 아닌 배신이었다. 빼앗긴 사랑과 뒤틀린 운명 속에서, 세레나는 문득 자신이 읽던 소설 속 세계에 빙의했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쓰이고 버려진 조연이 아닌, 세상을 뒤집을 진짜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궁정로맨스#빙의#로코물#사이다물#능력녀#후회남

왕궁의 귀빈 대기실은 아침 햇살로 가득했다.


세레나 헤스티아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순백의 드레스는 왕국 최고의 장인이 석 달에 걸쳐 완성한 걸작이었다. 수천 개의 진주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고, 레이스 장식은 마치 달빛이 물결치는 듯한 환상을 만들어냈다.


헤스티아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티아라는 그녀의 은발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백작가의 상징인 백조가 날개를 편친 모양의 문장은 순수함과 고귀함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었다.


'오늘이 끝나면….'


세레나는 거울 속 자신의 보라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 눈동자에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었다. 3년. 길고도 짧았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모든 것을 바쳤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세요."


충직한 시녀 엘리스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세레나는 거울 속 자신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엘리스, 오늘이 끝나면 나는 더 이상 아가씨가 아니야. 왕비가 되는 거지."


"네, 폐하."


엘리스가 장난스럽게 무릎을 꿇자 세레나가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최근 카스티엘이 이상해….'


세레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왕궁 정원에는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백성들이 가득했다. 그들 모두가 새로운 왕의 즉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왕비의 탄생도.


3년 전이 떠올랐다. 선왕이 갑작스럽게 서거하고, 왕위 계승 전쟁이 시작됐을 때. 정통 왕자인 첫째 왕자 에드윈, 왕비의 총애를 받는 둘째 왕자 루카스, 그리고 가장 능력이 뛰어났지만 서자라는 이유로 무시받던 셋째 왕자 카스티엘.


세레나는 카스티엘을 선택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의 눈빛에 담긴 야망과 슬픔을 동시에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먼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애, 제가 정말로 왕이 될 수 있겠습니까?'


비 오는 날 밤, 불안해하며 묻던 그가 떠올랐다. 그날 세레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제가 왕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폐하를.'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헤스티아 백작가의 재산 70%를 전쟁 자금으로 제공했고, 가문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 귀족들을 설득했다. 북부 전투에서는 직접 전장에 나가 그를 위해 싸웠고, 암살 시도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독이 든 술잔을 대신 마시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세레나, 내가 왕이 되면 당신을 왕비로 맞이하겠습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무언가 달라졌다. 카스티엘의 편지는 뜸해졌고, 만남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의 눈빛은 예전과 달랐다.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아가씨, 시간이 됐습니다."


엘리스의 목소리에 세레나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대관식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왕궁 회랑을 걸으며 세레나는 수많은 귀족들의 시선을 받았다. 대리석 기둥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그녀의 드레스를 더욱 눈부시게 만들었다.


"헤스티아 백작 영애님이시군요."


남부의 마르키스 후작이 정중히 인사했다. 세레나는 우아하게 답례했다.


"새로운 왕비가 되실 분…."


"3년간의 헌신이 드디어 보상받는 날이로군."


"헤스티아 가문의 영광이 되겠구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그들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를 미래의 왕비로 보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래야 했다. 왕위 계승 전쟁 동안 그녀가 한 일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세레나는 가슴 한편의 답답함을 억누르며 걸음을 이어갔다. 회랑 끝에서 아버지인 헤스티아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레나."


백발이 성성한 아버지는 딸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정말로… 괜찮은 거냐?"


세레나는 잠시 당황했다.


"무엇이 말씀이신가요?"


"카스티엘 폐하 말이다. 최근 이상한 소문이…."


"아버지."


세레나는 아버지의 말을 잘랐다.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될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백작은 한숨을 쉬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네가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 가문의 자랑이구나."


하지만 백작의 눈빛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세레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대전의 문이 열렸다.


거대한 청동 문이 열리자, 숨이 막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천 명이 넘는 귀족들로 가득한 대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였다. 높이 30미터에 달하는 천장에는 태양신 솔라리스와 달의 여신 루나리아의 전설이 그려져 있었고, 수정으로 만든 샹들리에가 무지개빛을 뿌리고 있었다.


붉은 카펫이 깔린 중앙 통로 끝, 황금으로 장식된 왕좌에 카스티엘이 앉아 있었다. 검은 벨벳으로 만든 대관식 예복을 입은 그는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했다. 햇빛을 녹여 만든 것 같은 금발은 반짝거리고, 푸른 바다를 담은 것 같은 벽안은 고고하고 차가웠다.


'카스티엘….'


세레나의 심장이 뛰었다. 그를 볼 때마다 느끼는 이 감정. 3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이 마음.


하지만 오늘따라 그의 표정이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얼음으로 만든 가면을 쓴 것처럼.


세레나는 왕좌 옆 왕비석 근처 귀빈석에 자리를 잡았다. 헤스티아 가문의 지정석이었다. 왕비석은 비어 있었다. 당연했다. 곧 그녀가 앉을 자리였으니까.


주변 귀족들이 그녀를 향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오늘 세레나 헤스티아가 왕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태양신 솔라리스의 이름으로!"


대신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관식이 시작되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새로운 왕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선왕의 서거 이후 3년간의 혼란을 평정하고, 정통 왕위를 계승하신 카스티엘 레이몬드 솔라리스 폐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레나도 박수를 쳤다. 그녀가 만든 왕이었다.


신성한 의식이 진행되었다. 태양신의 축복, 왕관 수여, 왕홀과 보검 하사. 모든 과정이 완벽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이제 폐하께서 왕국의 어머니가 될 왕비를 선포하실 시간입니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숨을 죽였다. 모든 시선이 카스티엘에게, 그리고 세레나에게 쏠렸다.


카스티엘이 왕좌에서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위엄 있었다. 세레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손끝이 떨렸다. 3년간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곧 자신의 이름이 불릴 것이다. 세레나 헤스티아, 일바니아 왕국의 왕비가 될 사람.


그러나 카스티엘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아니,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벽안은 대전의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짐은…."


카스티엘의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일바니아 왕국의 왕비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레나는 자리에서 일어설 준비를 했다.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잡았다.


그때였다.


대전 측문이 열렸다.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