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과 고독에 파묻혀 끝내 실패한 인생을 살던 주인공, 강솔. 회귀 트럭에 치여 기회를 얻었지만, 정작 이승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소원 하나는 들어주겠다.”는 신의 말에 홧김에 내뱉은 한마디. “부잣집 강아지로 태어나서, 똥만 싸도 칭찬받고 싶어.”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정말로 개가 되어 있었다! "누가 회귀를 개로 하냐구요!!" 게다가 눈앞에 나타난 건 촌스러운 패션에 자몽색 섀도를 바른 여자. 바로 10년 전의 나였다. 골든 리트리버의 행복 호르몬이 돌자 이제야 목적이 생긴 강솔은 나를 이용하기로 한다.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이건 기회다. 귀여운 강아지 외모를 무기로, 10년 전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으리라!
[5억 년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저는 누르지 않습니다.”
“왜죠?”
“5억 년 버튼을 누르고 우주에 떠도는 사람도 ‘저’니까요. 다시 돌아와서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갈 자신이 있을까요?”
“아~ 선생님은 그런 타입이시구나, ‘100억 주고 회귀하기 VS 그냥 살기’에서 그냥 살기를 선택하시는?”
“뭐, 굳이 고민하자면, 회귀했다 치고 사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아 핰핰핰. 아까 그 방법이네요. ‘했다 치는’?”
“좋아요. 굉장히 여러분도 해보세요. 다이어트하시는 거면, 먹었다 ‘치고’,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라고 ‘치고’ 사는 거죠.”
“전반적으로 삶을 굉장히 유쾌하게 사시는 경향이…”
“아무래도 그렇죠.”
“그럼, 그 카페도 망했다 ‘치고’”
깔깔 거리는 소리가 구형 아이폰 스피커를 넘어 울렸다.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훑자, 다른 영상이 떴다.
귀여운 강아지 영상.
“이런 강아지는요. 대체로 주인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왕님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여왕님, 공주님을 지키려면 어떡해요. 무릎 위에 앉아서 건드는 사람을 공격하죠!”
다음 영상.
“요즘 아이돌이 가장 많이 하는 시술 TOP 3”
다음 영상.
“삶이라는 게임에서 이기는 방…”
다음 영상.
“박명숙 회사원 공감 짤.”
다음 영상.
다음 영상.
쪽창에 푸른빛의 햇빛이 스며들 때까지 새로운 영상을 봤다.
베개에 짓눌린 머리를 아무리 고쳐봐도 두통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자야 하는데, 난 매일 눈을 감지 못했.
자고 일어나면 또 끔찍한 하루가 시작되고 말 테니까.
내 이름은 강솔.
여느 사람들과 견주어 보아도 그저 그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생.
평범한 가정환경, 평범한 학교생활. 그저 남들이 가는 대로 발을 맞추었다.
적당한 옷차림, 성적에 맞춰 선택한 대학. 튀지 않는 직업, 어색하지 않은 미소.
그저 대한민국 보통의 여자들이 걷는 길을 따라갔을 뿐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인생에도 오답노트가 있다면, 답을 고칠 수 있을까.
[오전 6:00]
요란한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다.
출근에 대한, 일에 대한 모든 불쾌감을 억누르려 애썼다.
매미가 울 듯, 개미가 꿀을 좇듯, 그저 멍하니 몸을 일으켜 대형 마트로 향했다.
대형 마트 뒤편 창고 문을 열었다.
문짝이 삐걱이며 옆으로 밀렸다.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흘러들고, 오래된 박스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미묘하게 깜박이는 오래된 형광등 아래, 포장 비닐을 쓴 과자 상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과자들은 표정이 없었다. 아니, 표정이 없어서 좋았다.
사람은 미묘한 표정 밑에 음흉한 속내를 숨긴다.
기분이 나쁜지 좋은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 박스들은 아무 말도, 표정도 없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창고의 적막은 하루 중 가장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강솔 씨.”
점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철야 끝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문신처럼 세로 줄이 박힌 미간은 나한테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 귀찮음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미간이 오늘은 곤란함을 담고 있었다.
“미안하게 됐어. 아무래도 이런 일은 여자가 오래 하지 못하는 일이니까…”
“점장님, 전…”
“알잖아. 강솔 씨도 나이가 있으니까, 힘도 그렇고… 하여튼.”
점장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입꼬리를 활짝 올렸다.
“반품 환불 창구에 돌선이모, 그만둔다는데. 해볼래?”
사람들 중에서도 진상 농도가 짙은 놈들만 모이는 곳.
그곳은 대인기피증이 없는 사람도 만들어 준다는 장소다.
불만을 토로하는 인간을 생각만 해도 목이 뻣뻣해졌다.
사람, 사람, 사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뭐 생각이 바뀌면 말해줘. 아, 내가 인생 선배로서 한 마디만 해도 될까?”
나가려고 몸을 돌린 점장이 우뚝 멈춰 나를 바라봤다.
난 최대한 눈을 피하며 고개를 들었다.
“인생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점장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지겹다.
한 번도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본 적 없는 내가, 왜 그 말을 들어야 하지.
나에게서 아무런 말이 들려오지 않자, 점장은 미안함에 두리번 거렸다.
창고 안에 숨겨뒀던 폐기 소시지를 내 손에 얹었다.
“그동안 고생했어.”
—
“안녕.”
나의 작은 낙원. 하루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소중한 순간.
집 앞 카페에 앉아있는 허스키다.
퇴근길에 눈인사만 하는 사이, 벌써 2년.
이 집에 이사 온 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눈인사를 했던 강아지다.
“넌, 하고 싶은 거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서 좋겠다. 그렇지?”
“헤엑-“
“넌 똥만 싸도 칭찬받지?”
“웡웡! 하웅-“
허스키는 내 목소리가 들리자 약하게 꼬리를 흔들며 입꼬리를 올렸다.
분홍색 촉촉한 혀가 빼꼼 나오며 웃는 듯한 얼굴이 된다.
나는 그 표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우리 둘만의 비밀스러운 인사 같아서.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몇 분.
만약 주인이 나와 이것저것 묻는다면, 난 허스키에게 받은 위로를 몽땅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카페 유리 너머로 보이는 주인의 인상이 좋아 보이지만, 인간이 위로가 될리는 없다.
“오늘은 퇴사 기념이야.”
점장에게 받은 소시지를 손톱만큼 떼어 허스키 앞에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 던져주고는 황급히 골목을 벗어났다.
키이익-
내 나이보다 더 오래된 현관문을 열자, 기괴한 소리가 났다.
만화책 더미, 먼지 낀 모니터와 구형 아이패드,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거리.
좁은 원룸 안에서, 나를 반기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얘, 넌 어떻게 전화 한 통이 없어. 죽었는 줄 알았다, 얘.”
“하하…”
엄마의 기이하게 밝은 목소리는 숨을 막히게 했다.
엄마에게 빌린 500만 원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효도를 해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왜, 왜 전화했어.”
2025.10.09 15:17
2025.10.08 15:17
2025.10.07 15:17
2025.10.04 15:17
2025.10.02 15:17
2025.10.02 15:17
2025.10.01 15:17
2025.09.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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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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