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강해지는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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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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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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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참여작

“여보… 여보, 제발 정신 좀 차려봐요!”

박선영은 잠든 남편의 어깨를 흔들며 애원했다.

남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잠을 자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이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목이 졸리는 사람처럼.

벌써 일주일째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신경정신과를 찾아가 봐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뇌파는 정상, 신체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매일 밤, 지옥에 빠진 사람처럼 발버둥 쳤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는 스마트폰을 켰다.

‘악몽’, ‘가위눌림’, ‘치료법’… 온갖 키워드를 조합해 검색했지만 나오는 것은 뻔한 의학 정보나 미신적인 이야기들뿐이었다.

포기하려던 순간,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낡은 게시글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제목: 혹시 ‘나이트메어 클리어’라는 앱 아시는 분?]

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진짜 효과가 있네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의뢰했는데, 그날 밤부터 아버지가 푹 주무십니다.

디자인은 좀 구린데….

댓글은 대부분 조롱이나 불신으로 가득했다.

사기다, 바이러스 앱이다, 정신과나 가봐라.

하지만 박선영은 홀린 듯이 앱 스토어에서 그 이름을 검색했다.

정말로 있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N.C.’라고만 적힌, 조악하기 짝이 없는 아이콘.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앱을 설치했다.

앱의 내부는 더 가관이었다. 회원가입도, 설명도 없었다.

덩그러니 놓인 의뢰창과 결제 버튼이 전부였다.

박선영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에, 그녀는 결심을 굳혔다.

[의뢰 내용: 남편이 주식으로 모든 것을 잃는 악몽을 꾸고 있어요. 제발 구해주세요.]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의뢰 비용 5만 원을 결제했다.

화면에 ‘의뢰가 접수되었습니다’라는 짧은 메시지가 떴고, 그게 전부였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역시 사기였나. 허탈함이 밀려왔다.

***

균열이 벌어진 아스팔트 도로 위로 검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단순한 물방울이 아니었다.

역한 잉크 냄새를 풍기는 그것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파산 통지서였고, 압류 딱지였다.

“안 돼… 안 돼!”

중년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그의 등 뒤로 무너지는 것은 단순한 빌딩이 아니었다.

시시각각 폭락하는 숫자로 이루어진 벽, 끝없이 하강하는 파란색 그래프로 만들어진 기둥이었다.

대한민국의 주식 시장이, 한 남자의 인생을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 살아 움직이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살려줘! 누가 제발…! 내 돈! 내 인생!”

남자의 발이 허공을 짚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추락.

아래에서는 무수한 종이 팔들이 솟아나와 그의 발목을 잡아챘다.

차갑고 축축한 감촉, 재무제표와 주식 매도 증명서 따위가 그의 살을 파고들었다.

공포가 뇌수를 마비시키고, 남자의 의식이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잠식당하려던 순간이었다.

“시끄럽네.”

메마른 목소리였다.

추락하던 남자는 자신의 옆에, 어느새인가 또 다른 남자가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낡아빠진 운동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점퍼 차림.

그는 이 절망적인 공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마치 편안한 소파에 앉아 있는 것처럼 허공에 떠 있었다.

“누, 누구야! 당신도 붙잡힌…!”

“고객님의 편안한 밤을 책임지는 드림-케어 서비스입니다, 고객님. 만족도 별점은 나중에 따로 받을게요.”

사내가 넉살 좋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기적이 일어났다.

끝없이 펼쳐져 있던 심연이 푹신한 양탄자가 깔린 바닥으로 변했다.

남자의 발목을 휘감고 있던 종이 팔들은 색색의 꽃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남자는 멍하니 그를 올려다봤다. 평범한 점퍼 차림의 사내.

하지만 그의 태도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어디 보자… 재산은 마이너스, 빚은 플러스. 이야, 자기소개 한번 거창하시네.”

사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그는 남자를 괴롭히던 음의 기호와 파란색 그래프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 주문하신 안정감 한 잔 나왔습니다.”

그의 손짓에 따라 삭막했던 악몽의 풍경이 따스한 색감의 카페테라스로 바뀌었다.

악몽이 그의 의지 앞에 자리를 내주고, 세상이 그의 농담처럼 가볍게 재편되고 있었다.

자신의 세계가 침범당하자, 악몽의 핵이 비명을 지르며 본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개의 붉은 눈알이 달린 거대한 계산기.

그 눈들은 모두 0이라는 숫자를 공포스럽게 깜빡이고 있었고, 몸체에서는 끝없이 마이너스(-) 기호들이 독침처럼 쏘아져 나왔다.

사내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요즘은 계산기도 눈알을 달고 나오나. 징그럽게.”

그는 날아오는 마이너스 기호들 앞에서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그의 앞을 초록빛의 플러스(+) 기호들이 막아서며 견고한 방패가 되었다.

“선물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 괴물의 몸체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자, 폐점 시간입니다, 손님. 좋은 꿈 꾸시고, 내일 아침엔 국밥이라도 한 그릇 든든하게 드셔.”

그 한마디에, 거대한 악몽은 모래성처럼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아주 희미한 빛의 조각뿐. 사내는 익숙하게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빛이 그의 손바닥에 닿는 순간, 작은 온기와 함께 어떤 ‘개념’의 청사진이 그의 영혼에 각인되었다.

[스킬: 견고한 방벽(E)을 획득합니다.]

영혼에 직접 새겨지는 감각.

이것이야말로 김무아가 저주받은 징크스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위험한 일을 계속하는 진짜 이유였다.

단순히 남을 돕는다는 사명감만으로는 진작에 부서졌을 것이다.

타인의 악몽을 파괴하면, 그 공포의 핵에 응축되어 있던 순수한 의지의 파편, 즉 ‘개념’을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었다.

[새로운 ‘개념’과의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경고: 대상의 절망 수치가 임계치를 초과합니다. 정신 오염에 각별히 주의하십시오.]

[동기화 3… 2… 1… 완료. 스킬 정보를 갱신합니다.]

악몽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결정체다.

맹렬한 추격의 악몽에서는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신속한 발걸음’을, 시험에 대한 극도의 압박감 속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을 유지하는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그렇게 얻어낸 작은 힘들이 모여 게이트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했던 F급 헌터 김무아를, 밤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해결사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번에 얻은 ‘견고한 방벽’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킬 정보]

▷ 이름: 견고한 방벽 (Sturdy Barrier)

▷ 등급: E

▷ 종류: 액티브 / 개념 형성형

▷ 효과: 사용자의 전방에 물리적 혹은 개념적 충격을 1회 완벽하게 막아내는 반투명한 방패를 생성한다. 방어 성공 시 즉시 소멸한다.

▷ 소모값: 정신력 10 (최초 생성 시)

▷ 획득 경로: ‘몰락한 가장’의 악몽.

전 재산을 잃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공포 속에서, ‘무엇이라도 지키고 싶다’는 남자의 절박한 방어기제가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된 힘.

비록 가장 낮은 E급 스킬이지만, 낡아빠진 방검 재킷보다는 훨씬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터였다.

이 힘은 단순한 초능력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절망을 딛고 얻어낸, 저주와 축복이 뒤섞인 대가였다.

그렇기에 그는 항상 경계했다. 더 강하고 끔찍한 악몽일수록 더 강력하고 매력적인 힘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침투한 자의 정신을 갉아먹고 동화하려는 유혹 또한 강해진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자신이 악몽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언제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였다.

사내는 만족스럽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세상이 암전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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