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축협에 부정부패로 꿈에 그리던 국대를 은퇴한 비운의 월드클래스. 전설적인 축구감독이 되어 무너진 국대의 신화를 써내려간다.
삐이익!
종료 휘슬이 울린다.
“와아아아아아!”
1분이 마치 한 시간 같던 살 떨리는 긴장감 끝에 폭발하는 함성.
6만 명이 꽉 차있는 구장이 떠나갈 정도에 함성 소리는 현실을 착각하게 할 정도였다.
왼팔에 완장을 단 주장은 다리가 풀린 듯 주저 앉은 채 흐느끼기 시작했고, 가장 어려보이는 선수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어떻게 표출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성 소리 너머 천천히 선수들이 있는 하얀 선 너머에 잔디로 발을 내딛는 정장을 입은 한 남자.
그의 이름은 강도현이었다.
-아. 결국, 강도현이 첼시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로피 빅이어는 15년만에 첼시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강도현 감독이 첼시 감독으러 선임된 후 했던 첫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지키는 순간이네요.
-강도현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감독 커리어 통산 세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록했고, 감독계의 거장 펩 과르디올라와 지네딘 지단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아아, 이거 믿기지 않는 기록입니다. 축구계의 한 획을 그었던 전설적인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도현 감독. 이 감독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현 시대 최고의 명장은 강도현 감독이 확실합니다!
-무너진 명가 레알 마드리드부터 15년 넘게 우승에 목말라했던 도르트문트, 축구 역사에 남을 비리문제로 인해 파산 직전까지 가 구단 해체 위기에 놓였던 아탈란타, 강도현 감독의 선수 시절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소속팀 첼시까지! 모든 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네! 말씀드리는 순간, 강도현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되겠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고맙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커리어를 가지게 되셨습니다. 전설적인 감독, 펩 과르디올라와 지네딘 지단의 기록과 동률인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소감이 어떠신가요?”
“우선, 제가 감독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강도현 감독님이 첫 감독을 시작하던 13년 전, 그 때 감독님은 토트넘을 맡으셨죠? 한국의 레전드 축구선수 손민성 선수가 전성기를 누렸던 팀이지만, 재정 문제로 인해 3부리그까지 강등당한 뒤, 팀이 역사속으로 사라질뻔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소방수 역할을 맡으셨었습니다.”
“네. 그랬었죠.”
“그랬던 팀을 1부 리그까지 끌어올리면서 감독님의 저력을 보여주셨고, 결국, 그 선택이 현재의 강도현 감독님을 만들었다고 할정도로 좋은 선택이었네요!”
“...”
도현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허공을 응시했다.
인터뷰어는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말을 급하게 돌렸다.
“죄송합니다. 현소속인 첼시의 우승 순간에 토트넘을 이야기해서요.”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현재 첼시의 감독이고 첼시는 제가 가장 애정하는 클럽입니다. 오늘 이 밤은 적어도 푸른색으로 빛나길 원합니다.”
“멋진 대답 감사합니다! 이런 멋진 기록을 이루셨으니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실 것 같으신데요? 어떠신가요?”
도현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내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지어 보였다.
순간, 도현을 촬영하던 카메라 감독도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도 놀란 기색을 보였다.
누구보다 행복할 사내의 표정에서 씁쓸함이 띄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행복합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광란의 축제가 끝난 뒤, 고요한 라커룸에서 도현은 선수들의 자리를 하나하나 눈에 새기고 있었다.
터뜨렸던 샴페인이 바닥을 찐득하게 만들었고, 달달한 향기가 올라왔다.
미친 듯이 환호하던 팬들은 거리로 나가 날뛰기 시작했고, 선수들도 라커룸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춤을 추다 가족들과 아름다운 밤을 보내기 위해 라커룸을 떠났다.
고요한 적막만이 남은 라커룸에서 공허함을 느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 공허한 감정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감독이 되어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에도 기쁨은 컸지만, 그만큼 공허함도 컸다.
그 다음 스텝은 무엇일지 생각하는 일.
그것만이 도현에게 허락된 자그마한 자유였다.
도현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은퇴한 동료 축구선수의 축하 메시지, 혹은 오늘 우승한 몇몇의 선수들이 우승에 감사하는 문자 메시지.
도현은 문자를 차례대로 읽어내려갔지만, 이내 하나의 문자에서 멈칫했다.
-도현아. 도와줘. 아무도 우리를 선택하지 않아.
도현은 그 문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문자는 몇 년 째 도현의 휴대폰에서 읽지않음으로 표시된 유일한 문자메시지였다.
도현은 이번에도 늘 그랬듯, 문자를 터치하지 않은 채 라커룸에서 나왔다.
깊은 한숨.
감독으로 이룰 수 있는건 전부 이뤘다고 생각했다.
한국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비교되는 도현이었다.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세리에, 분데스리가까지. 그 어떤 리그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도현은 증명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모든 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면 들어올릴수록 도현은 갈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 갈증이 무엇인지는 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도현이 어려서부터 꿈꾸던 단 하나의 트로피.
희소성으로 따지면 가장 따기 힘든 지구상 최강의 트로피.
지구가 담긴 황금색 컵.
월드컵이었다.
도현은 지금까지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은적이 없었다.
도현을 원하는 국가대표자리는 많았다.
아무리 위상이 떨어졌다지만,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월드컵에서 늘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브라질부터 최강의 재능들이 끊이지 않고 넘치는 프랑스, 늘 마지막에서 미끄러지는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까지.
도현은 그저 동양인 감독이 아닌, 명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도현은 지금껏 그 어느 국가대표팀에서 지휘를 한 적이 없었다.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도현은 그저 무언가를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그 무언가를.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도현은 자신이 몰랐던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도현이 읽지 않는 메시지와 연결되었다.
바로 도현의 조국.
대한민국.
도현은 대한민국 축협이 자신을 원한다는 소식에 코웃음쳤다.
그것은 바로 과거부터 이어진 대한민국 축협의 문제였다.
***
“강도현 선수!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서른 번째 한국선수가 되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선, 저의 우상인 손민성 선수가 전성기를 누렸던 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습니다. 어려서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게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게 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도현은 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제 꿈은 변함이 없습니다!”
기자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마이크를 도현에게 다시 내밀었다.
“저는 대한민국을 월드컵 강자로 만들겠습니다. 제가 있는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 갓 입성한 22세 청년 강도현은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되는 미드필더였다.
대한민국의 캡틴 이세준은 겨우 22세가 된 강도현을 이렇게 평가했다.
2025.10.12 20:37
2025.10.12 20:37
2025.10.12 20:37
2025.10.12 20:35
2025.09.27 01:45

작가님, 첼시 팬인가유?
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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