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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의 아포칼립스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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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곰뇽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34좋아요 1댓글 1

19살에 정체 모를 포탈에 휘말려 무림으로 간 화명. 몇 백 년의 시간을 무림에서 보내며 천하제일인이자 마교의 지배자인 천마가 된다. 모든 것에 지쳐 등선을 하게 된 화명.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19살에 떠나게 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공모전 참여작

 

천마. 마의 정점에 군림한 자.

모두가 두려워하며 숭배하는, 마교의 신이라 불리는 존재.

 

“후….”

 

백발의 여성이 나른한 숨을 내뱉었다.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아 턱을 괸 채, 붉은 눈동자만 도르륵 굴려 제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결심했다.”

“예, 주군.”

“본좌는….”

 

붉은 눈이 감겼다 떠진다. 이내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천마의 자리를 내려두고 이만 등선하려 한다.”

 

한국에서 의문의 포탈에 휘말려 중원에 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천마의 자리에 올라 마교를 다스리기만 약 100년. 천마 화명은 지친 지 오래였다.

 

“천마시여, 교도들에게는 지배자가 필요합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 새 천마가 나타날 것이니. 본좌는 후대를 위해 물러나도록 하겠다.”

“주군….”

“진. 알지 않느냐.”

 

진을 바라본 화명은 똑바로 앉아 다리를 꼬았다. 의자의 팔걸이를 톡, 톡. 두드리자, 방 안이 고요하게 울렸다.

 

“나는 지쳤어. 너라면 알겠지. 가장 나를 오래 지켜본 제자 아니더냐.”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등선이 확실하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수백 년간 달려온 화명은 이미 지친 상태였다.

 

“마교를 잘 부탁하지. 이제 나가 보거라.”

“…예. 알겠습니다.”

 

천마의 명령을 받은 진이 방을 나갔다. 방 안에 아무도 없음을 기공으로 파악한 화명은 털썩. 바닥에 앉았다.

 

장포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끌렸다. 딱딱한 옥 바닥에서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다. 평소 운기조식을 하듯 가부좌를 튼 화명은 눈을 감았다.

 

“어디든….”

 

어디든 가서 쉴 수 있다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살던 그 고향이라면.

 

‘……이것 또한 미련이자 욕심이려나.’

 

방대한 양의 내공을 순환시킨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하나의 미련도 없이 마음을 비웠다. 남는 것은 체와 심.

 

화명의 몸에 힘이 점점 풀리며 의식이 흐려졌다. 눈을 떴을 때에는 무언가라도 바뀌어 있기를.

 

그렇게 화명은 의식을 놓았다.

***

 

따스한 빛이 얼굴에 내려앉는다. 화명은 밝은 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으음….”

 

여기는 어디지.

상체를 세워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것은 나무와 풀. 전형적인 산, 혹은 숲속의 풍경이었다. 상쾌하지만 자연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숲. 화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몸이 무거워.

무거운 몸에 의문을 가지며, 화명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천마를 상징하는 문양이 수놓아진 검은 도포. 마공의 부작용으로 하얗게 변했던 머리카락.

그리고 이런저런 잔 흉터가 많은 손까지. 몸은 그대로라는 점에 안도했다. 이제 와서 몸이 바뀌거나 하면 조금 곤란하니까.

 

“우선… 숲 밖으로 나가야겠지. 그래야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이 될 테니.”

 

가볍게 몸을 푼 화명은 경공을 사용하기 위해 내공을 운용했다.

 

쿨럭.

 

피를 뱉어낸 화명은 단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화명은 신체를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갑작스레 내공을 잃었으니 제 육체적 한계를 알아야 했다.

 

“고작 이 정도인가.”

 

쯧, 가볍게 혀를 찬 화명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이 구겨져 있었다.

 

“이류 무인이라….”

 

지금의 자신이 내공 없이, 순수한 무력으로 죽일 수 있는 경지. 천하제일인이던 자신이 이렇게까지 약해졌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다 못해 짜증이 났다.

 

우선, 원래 목표였던 숲을 벗어나기 위해 화명은 걸음을 옮겼다. 탁한 공기, 깨끗한 중원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공기가 더럽군. 이런 곳에서 운기조식이라도 했다가는 그다지 좋은 결과는 얻지 못하겠어.’

 

주변의 환경을 파악하며 걷던 그때, 화명의 귀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르륵-.

 

인간이 내는 소리도 아니고, 동물의 소리도 아닌 무언가. 화명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처음 보는 동물이 있었다.

 

아니. 저것을 동물이라 봐도 괜찮을까? 동물과는 거리가 먼.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 법한 괴물이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희고 긴 털을 가진 거대한 무언가. 마치, 장산범이라고 불리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그 괴물이 화명에게 달려들었다.

 

“고작 짐승 따위가 주제도 모르고 감히.”

 

제게 달려오는 괴물을 화명은 조용히 응시했다. 본래였다면 탄지공으로 머리에 구멍을 뚫었을 터. 하지만 지금은 내공이 없으니 귀찮더라도 직접 상대해야 했다.

 

주먹에 힘을 주고, 아가리를 벌리며 돌진하는 괴물의 아래턱을 가격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 치듯이 들어간 주먹은 괴물의 아래턱을 부수기에 충분했다.

 

“생각보다 물러.”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 괴물을 내려다보던 화명은 괴물에게 다가갔다. 그 어느 동물과도 일치하지 않는 무언가.

 

“중원에서도 본 적 없거늘.”

 

시체가 뛰어다니고 인간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계에서도 이런 괴물을 본 적이 없었다.

화명은 아직 꿈틀거리는 괴물의 목뼈를 부러트려 죽인 뒤, 바깥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흙바닥이 아닌 단단한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억 저편에 있던 익숙한 색.

한국인에게는 흙바닥보다 익숙한 그것. 아스팔트로 된 바닥이 보였다.

 

‘설마. 돌아온 건가?’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아니, 가볍게 달렸다-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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