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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경찰은 시스템으로 정의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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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화
5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168좋아요 3댓글 1

회의감을 느끼고 비리 경찰로 살아간 지 어언 10년. 집 가는 길,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물속에 들어가게 되어 결국 익사한다. 눈을 떴을 땐 어째서인지 15년 전으로 회귀한 상태. 그런데 무조건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경찰 다운 일을 할 때마다 모이는 포인트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사의 이야기.

공모전 참여작#판타지#현대판타지#현대#수사물#회귀#성장물#권선징악#드라마#사이다물#동료/케미#희생캐

“거 주인장. 정의가 뭐라고 생각하셔?”

목소리에서부터 술 냄새가 풀풀 풍기는 40대 남자가 빈 술잔을 거칠게 내리쳤다.

포장마차 마감 청소에 급급했던 주인 아주머니는 익숙하게 남자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았다.

“그쪽 같은 경찰이지 않을까?. 어휴, 근데 경찰 양반이 이렇게 늦게까지 술 마셔도 되는가 모르겠네. 자, 영업 종료요! 어서 일어나셔!”

멈추지 않는 딸꾹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지갑에 수북하게 쌓인 현금을 한 뭉치 꺼냈다.

앉아있던 자리 앞에 던지듯 내려두고 도로 가져가라는 아주머니의 말을 무시하며 포장마차를 빠져나왔다.

“히끅! 으으… 추워.”

남자는 넘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걸음으로 밤길을 걸었다.

길가에 떡하니 세워져 있던 탑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심과 조금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사람은 몇 없었다.

그마저도 남자처럼 술에 취해 귀가하고 있는 회사원들이 대부분이었다.

- 띠리링, 띠리링.

숨소리만 옅게 들리던 고요함 속에서 경쾌한 벨소리가 울렸다.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낸 남자는 전화가 걸려온 상대의 이름을 조용히 바라봤다.

“쯧.”

전화를 받자마자 바깥까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가 귀에 박혀 들어왔다.

[의주 형님! 전화를 왜 이리 안 받아!]

핸드폰 너머에선 젊은 남자의 칭얼거림이 들렸다. 의주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싶은 생각으로 귀에서 핸드폰을 조금 떨어뜨렸다.

[우리 놀이터 있잖아. 제일 큰 놀이터. 지금 거기 형님네한테 다 털렸다고!]

놀이터. 사설 도박장을 뜻하는 은어.

술기운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눌렀다. 그의 손목에 걸려있던 고가의 시계가 가로등 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잘라야 할 때 제대로 잘랐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니냐.”

의주는 한숨을 푹 쉬며 대화를 이어가는 상대의 말을 뚝 끊더니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음이 오래 흘렀고, 끊으려고 할 때쯤 나이가 꽤 든 남자의 목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좋게 말할 때 접어라.”

[팀장님, 이거 쉽게 접을 거 아닙니다. 팀장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내가 접으라면 너네는 조용히 접으면 되는 거야. 토 달지 말고.”

짧은 몇 마디로 전화가 끊겼지만, 다시 걸려오는 일은 없었다.

작은 소동 끝에 거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살. …물.”

물론 아주 잠깐.

“누구야?”

큰 목소리에 묻혀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사람 목소리였다. 놀라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 아무도 없었다.

깜빡거리는 가로등을 바라보자 저 언덕 아래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굴러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언덕 밑으로 내려가자 언덕에 가려져 있던 깊고 작은 호수가 나타났다.

실눈을 뜨며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물이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

“살려… 세요! 물에… 너무 깊.”

사람이다. 사람이 물에 빠졌다.

술에 취한 탓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15년의 경찰 생활은 무시할 수 없다는 듯 그 작은 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아이씨. 재수도 없지.”

하필 집 가는 길에 사람이 죽어가는 걸 직관하다니. 이보다도 운이 없을 수는 없었다.

경찰이나 119를 부르자니 사건에 휘말리는 귀찮은 일이 생긴다.

주변을 둘러보니 CCTV는 존재하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혀를 차고 뒤돌아 발걸음을 옮기려던 의주의 귀에 사람의 간절한 목소리가 꽂혔다.

하지만 그는 못 들은 척 몸을 움직였다.

“살려줘요! 제발!”

움직이고 싶었다.

경찰의 본능. 아무리 비리 경찰로 살고 있지만, 인간은 본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린 의주는 어느새 물 안으로 뛰어들어 빠진 사람의 어깨를 꽉 잡고 있었다.

물에 빠져있던 여자는 의식을 잃은 듯 축 처져있었다.

훈련을 통해 물에 드나든 것도 몇십 년 전이었기에 그저 허우적대는 웃긴 꼴이 되었지만, 여자의 어깨를 놓지 않았다.

하지만 서의주가 깜빡 잊었던 것이 있었느니.

‘술 때문인지 힘이 안 들어가.’

저 혼자 물에서 나오는 것도 힘든데, 그의 손에는 의식 잃은 사람이 들려있었다.

모두가 존경하는 서의주의 뒷면에는 비리 경찰이라는 썩어 빠진 모습이 있지만. 그 모습의 유일한 단점이자 그의 장점이기도 한 것.

본능이 이성을 앞서는 단점.

그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여럿 있었지만, 의주는 그 여느 때보다 제일 느끼고 있었다.

지금이 그 목숨을 잃게 될 때라고.

‘힘이 부족해. 망할 술만 아니었더라면.’

멀리서 봤을 땐 육지에서부터 꽤 가깝다고 느껴졌지만, 막상 물에 빠져보니 꽤 먼 거리였다.

그리고 깊었다. 185cm의 큰 키를 가진 의주 마저 몇 걸음 못 걸어 수영에 의존했어야 했다.

‘업고 갈 수는 없어. 구출을 우선으로 하자.’

여자의 어깨를 잡아 지탱하던 그는 뒤로 헤엄쳐 그녀의 등 뒤에 섰다.

아주 강하게 밀었다. 그러기를 반복했다.

“조금만 더.”

그리고 마침내 여자를 바닥이 드러난 곳까지 밀어냈다.

강한 충격 때문인지 정신을 차린 그녀는 다급히 바닥을 밟으며 호수 밖으로 빠져나갔다.

몸이 가벼워진 의주도 밖으로 나가려 허우적댔다.

- 턱.

그때 무언가가 의주의 발목을 붙잡았다.

‘귀신? 아니, 귀신 따위가 세상에 있을리 없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물이 맑지 않은 것을 보아 사람들이 무단 투기하여 생긴 쓰레기일 것이다.

힘이 빠져간다.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릴 힘이 없어진다.

수면 밖으로 겨우 내밀어뒀던 의주의 머리가 물속으로 천천히 빠져갔다.

차가운 물이 그를 깊은 어둠 속으로 끌었다.

‘이렇게 죽긴 싫었는데.’

아직 못 받은 돈이 많고, 파기하지 못한 서류가 한가득한데.

‘…동생도 챙겨야 하는데.’

서의주는 겨우 뜨고 있던 눈조차 감았다.


* * *


밝은 빛이 감은 눈 사이로 들어온다.

정신이 돌아온다.

아무래도 구출된 여자가 신고한 모양이다.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긴 어디야?”

눈을 뜨자마자 본 광경은 어두운 밤의 호숫가가 아니었다. 아주 익숙하지만, 이젠 어색할지도 모르는 공간만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죽기 전, 몸에 힘이 다 빠졌었는데 지금은 힘이 너무 넘쳐났다.

마치 젊었을 때의 몸처럼.

‘젊었을 때 몸?’

고개를 숙여 두 손을 바라봤다. 주름이 가득하고, 잦은 흉터가 빼곡해 보기 싫었던 손은 온데간데도 없었다.

깨끗하고, 작은 상처 하나 없는 손이 내 의지로 쥐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몸은 젖어있어야 하는 고가의 옷이 아닌, 동묘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채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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