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몬스터의 공격도 스킬 판정이라고? 응 봉인할게.
1화.
사람이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면 그게 스킬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적극 동의한다.
-어린 놈의 새끼가, 어?! 너 몇 살이얌마! 씨벌 새끼가.
지금 수화기 너머로 내게 쌍욕을 퍼붓고 있는 저 진상만 봐도 그렇다.
‘아, 머리 아퍼.’
욕설을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듣고있자니 골이 울리는데.
이건 가히 스킬이라 부를만하다.
탑에 헌터들 말고 저런 진상 놈들을 보내야한다.
혹시 아는가.
고블린에게 네 엄마도 너랑 똑같이 생겼다느니 하는 패드립으로 탑을 깰 수 있을지도.
-듣고있냐고! 엉?! 너 이름 뭐야, 새꺄!
아, 근데 진지하게 가능성있다.
내가 각성자는 아니지만.
헌터 빠돌이이자 전공자로서.
헌터넷 커뮤에 과장 보태서 18시간 이상은 상주하는 망령인데.
뻘글은 싹다 욕 먹고, 신고 먹는 와중에.
모두가 동의하는 신박한 개념글이 하나 있었다.
[탑 공략 그거 꼭 전투로 안해도 됨.]
대충 저런 제목이었는데.
작성자의 요지는 이랬다.
탑의 층 공략 조건은 적들의 ‘무력화’.
‘처치’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 저 진상에게도 엄청난 랭커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는거다.
‘그래서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고?’
-야이 씹 버러지 새꺄!
그래 저 아재다.
씨이발 진짜로 못 해먹겠다.
대학교 방학 기간동안 등록금이랑 생활비나 벌려고 시작한 콜센터 알바.
처음엔 개꿀 알바라길래 시작했는데.
역시 세상에 나쁜 개는 없고, 쉬운 일도 없었다.
다른 알바보단 월급이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정신적 고통이 컸다.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주화입마 걸리겠네.’
아, 나도 각성하고 싶다.
미친듯이 이 지그지긋한 생활에서 탈출하고 싶다.
각성만 하면 헌터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따분한 대학생활이 아니라.
동기 현준이놈처럼 탑 공략하면서 취미로 학교 다닐텐데.
학교도 나가고 싶은 날만 나가면서 말이다.
‘탱커 계열로 각성해서 멸치였던 놈이 보디빌더마냥 몸도 커졌었지. 제발 밑에 거기 만큼은 적용 안됐어라. 아니, 원래도 존나 말상이긴 했는데. 후, 시바.’
학교에서도 당연히 성적은 자동 올 A+에.
혹시 부상 당해도 1층이라도 깨면 그 노고를 인정받아 공략 층수에 비례해 연금까지.
공략이 체질이 아니라면 헌터 관리국에 취업하면 된다.
각성자 전형으로 면접은 프리패스일테니까.
그냥 인생 피는거다.
‘적당히 띵가띵가 놀러 다니는거지.’
난 이렇게 열심히 발버둥치는데 그 놈은 인생 날로 먹는다.
열등감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다.
‘뭐. 나도 어떻게든 꿀 알바 찾으려고 이러고 있긴 한데.’
당연한 거 아닌가.
꿀 빠는 거 대체 누가 싫어한단 말인가.
난 인생 개꿀 빨고 싶다.
딸깍 인생 살고 싶다고!
“……죄송합니다. 고객님.”
나는 잘 펴지지도 않는 미간을 젖먹던 힘까지 주며 억지로 웃었다.
돈은 벌어야지.
부모도 빽도 없으면 맨땅에 구를 멘탈과 끈기라도 있어야된다.
누가 그랬었지.
돈 많은 거에 최고 장점은 사치가 아니라고.
아쉬운 소리 안해도 되는 거라고.
나는 그 철저히 반대극에 서 있어서 그런지 뼈저리게 공감한다.
나야 맨날 아쉬운 소리 하는게 일상이니까.
-죄송? 죄송이라고! 그럼 끝이야? 씨빠 죄송은 당연히 하고 해결책을 갖고 오란 말이야!
해결책을 가져오라니.
애초에 이건 저 진상 놈이 사용을 잘못한 탓에 벌어진 일이다.
말도 안되는 요구.
이건 부당하다.
‘진짜 저게 스킬이면 봉인해버리고 싶네. 아가리를 진짜 확.’
그래도 나는 상담원이고.
욕하면 잘린다.
상담원이 보호받는 법 같은게 생겼다는 모양인데.
빌어먹을 하청의 하청 회사인 이 기업에는 적용이 안된단다.
돈은 또 그만큼 많이 줘서 하고 싶은 사람은 많으니.
권리 보장 받고 싶으면 해고.
다음 사람 끼워넣을게~ 식이다.
하지만 난 한가하게 여행 갈려고 돈 살짝 벌어보는 게 아니라.
이거 잘리면 당장 다음 학기가 위험하기 때문에.
그딴 도박수는 안한다.
내 에고 그까이꺼 지켜봐야 먹을 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까.
‘자 그럼 이놈한테도 적당히 화 풀어주고. 좆같지만 이따 시원한 맥주로 털자. 내일도 일 해야되니까.’
자, 이제 AI마냥 고정된 대사를 뱉을 차례다.
그 부분은 상담원인 제가 확인해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프로의식을 발휘하여 특히 물결표에 힘을…….
띠링!
【당신은 각성했습니다.】
각성?
“어라?”
-뭐, 어라? 어리버리하다못해 정신을 놨구만?
【당신의 고유 스킬은 ‘봉인’입니다.】
【대상의 스킬을 일시적으로 봉인할 수 있습니다.】
【봉인(lv. 1)】
난 그렇게 갑자기 각성했다.
“아가리 싸물어.”
-뭐, 뭐어, 읍! 읍읍!
띠링!
【스킬, 봉인을 사용했습니다.】
【상대의 ‘도발’ 스킬의 봉인을 성공했습니다.】
-으으읍! 으으으으읍!
욕하던 아재가 꼼짝을 못했다.
갑자기 말이 안나오니 두려울만 하지.
그러다 점점 물기 젖은 절규가 흘러나왔고.
“하하하. 그러게 평소에 예쁘고 고운말 썼어야지.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아, 이런 식이구나.
직관적이고 좋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그런지.
적응하거나 하는 시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그따구로 살지마라.”
뚝-.
나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어후.
맥주 필요 없다.
할 말 다 하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자, 이제 고객에게 욕도 하고 끊어버렸으니 다음 차례는 저 놈이다.
“이, 이런 씨. 야 강대리! 그 분 우리 VIP 고객이라고 했냐, 안했냐!”
비열한 안경 간잽이 이 과장.
저 놈에게 빌빌 기면 한 번 정도는 봐줄지도 모른다.
꼴에 과장이라고 알량한 권력 이용하는 재미로 사는 놈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가 그 재미를 줄 이유는 없었다.
“대리는 뭔 얼어죽을 대리야. 일한지 이제 한달인데.”
“뭐, 뭐?”
이 과장이 눈을 부릅떴다.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시나리오였는지 두 손을 벌벌 떨기까지 했다.
심심하면 흡연장으로 데려가 인생 훈계하던 놈이다.
나는 담배 피지도 않는데 만만하게 나였나보지.
앞으로도 이 회사에서 꽤나 오랫동안 탈출하지 못할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드륵-.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야가 높아지며 판넬 너머의 직원들이 보였다.
다들 나와 같이 전화로 쌍욕 먹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가까운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팍-!
나는 끼고 있던 헤드폰을 거칠게 벗어던졌다.
“그만두겠습니다.”
그만둔다고 울며 사정하는 일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그냥 일용직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래도 후련했다.
매일 아침 양말을 신으며 생각했던 일 아닌가.
‘그때는 로또 당첨이 주제였고, 지금은 각성이라는 게 유일한 차이이지만.’
부웅-.
평일 오후.
집으로 향하는 버스는 한적하고 따뜻했으며 참 쾌적했다.
마치 고등학교 다닐때 조퇴한 날 같았다.
모두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 나 혼자 집 가는 그 간질간질한 기분.
2025.09.26 23:24
2025.09.26 23:24
2025.09.26 23:24
2025.09.2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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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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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6 23:22
2025.09.26 23:22
2025.09.26 23:21

시원시원합니다
25.10.02

캬 봉인 스킬 간지나네요
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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