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방치형 고블린들의 신이 되었다
1화.
띠링!
【당신은 각성하셨습니다.】
“어?”
“뭐야, 강대리 왜. 일 터진거야?”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얼빠진 소리를 낸 강 대리 아니, 강하진이 말했다.
일이 터졌다니.
그럴리가 없다.
애초에 제대로 일을 안하니까.
한 2년차까지는 열심히 해봤는데.
월급 안 올려주더라.
‘업무 시간엔 방치형 게임이 국룰이지.’
그런 하진이 저렇게 얼빠진 소리를 내려면.
최소 9성 강화가 터졌거나.
보스전에서 게임이 튕겼거나.
아니면 해킹이라도 당해야했다.
다행히 셋 다 아니고.
눈 앞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각성이라니.’
요즘 들어 일도 설렁설렁 하고.
운동 하겠다며 끊어놓은 헬스장도 안가고.
식단은 커녕 어제 시켜먹은 배달음식 그릇도 안 치웠다.
‘그런 내가 각성이라니.’
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인생 다 운빨이구나.
하마터면 성실하고 열심히 살 뻔했다.
‘사직서가 세 번째 서랍에 있었지.’
심장이 쿵쿵 거렸다.
드디어 퇴사각이 뜬건가.
그닥 죽을만큼 업무강도가 빡세지도 않고, 딱히 진심으로 죽이고 싶을만큼 개진상 상사도 없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죽을만치 일어나기 싫었고.
부장님의 탈모가 더 빨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었던 참이었다.
그러던 와중 각성이라니.
마른 하늘의 단비였다.
‘그래서 각성 능력이 뭘까.’
속으로 외자.
스슷-!
‘오오!’
정말 상태창이 떴다.
띠링!
【당신의 고유 능력은 ‘방치형 성좌’입니다.】
【랜덤한 확률로 배정된 종족 문명을 운영하실 수 있습니다.】
‘종족? 운영한다고?’
스팟-!
의문은 이내 해소됐다.
시야 위로 스마트폰 스크린 크기의 화면이 떴기 때문이다.
그곳엔 초원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상단에는 종족 뽑기라는 버튼이 있었다.
‘아하.’
이래봬도 게임 좀 잘하는 몸이었다.
대충 메커니즘을 파악한 하진은 버튼을 눌렀다.
띠링!
【랜덤한 확률로 종족 추첨을 시작합니다.】
‘과연 뭐가 뜰까.’
돌아가는 룰렛 칸에는 다양한 종족명이 적혀 있었다.
오크, 오우거, 코볼트 같은 탑이나 던전의 몬스터들부터.
인간, 엘프, 드워프 등등 탑 주민이나, 던전 주민들의 종족도 보였다.
심지어는 스켈레톤 같은 언데드나.
아주아주 작지만 드래곤이라는 칸도 보였다.
‘미쳤다.’
진짜 게임 같은 ui에 미소를 지었다.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좋은 종족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좋은 게 좋은거니까.
그리고 마침내.
띠링!
【뽑기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블린을 뽑았습니다.】
뿅!
이윽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암컷 수컷의 고블린 한쌍이 나타나서.
초원에 툭 하고 떨어졌다.
-케륵!
-케륵, 케륵!
【개체, 고블린 1, 2가 탄생을 기뻐합니다.】
【종족 도감에 ‘고블린’이 추가되었습니다.】
【고블린.】
-최하급 몬스터.
-탑,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와의 차별점으로는 상당히 귀엽다는 것이 있다.
‘에라이.’
하마터면 육성으로 욕할뻔했다.
고블린이라니.
많고 많은 종족중에 왜 하필 최하급의 고블린이냐고.
‘탑에도 1층의 최하급 몬스터로 나오고, 던전에서도 F급에서나 나올법한 몬스턴데.’
괜찮다.
아직 기회가 있을거다.
종족 뽑기를 새로하면-.
【종족 뽑기는 최초 1회만 가능합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추가 종족 뽑기는 불가능합니다.】
‘…….’
드륵, 탁-.
사직서를 꺼내려던 세 번째 서랍을 닫았다.
퇴사는 다음 기회에.
게임 같은 UI에 휩쓸렸지만.
애초에 이거 게임 같은 게 아니다.
각성해서 받은 고유 능력이다.
보통은 전투와 관련된 능력을 받는다 했으나.
하진은 이상한 방치형 성좌라는 능력을 받았다.
게다가 그 보상으로 받은 게 고작 고블린 한쌍이었다.
그것도 소환수마냥 소환할 수 조차 없는-.
띠링!
【성좌의 소환 의지를 감지했습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세계의 주민들을 당신 세계로 소환하시겠습니까?】
【주민들은 당신을 신으로 생각합니다.】
‘아니, 아니아니!’
【소환을 취소했습니다.】
‘미, 미친.’
큰일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진이 근무하는 곳은 다름아닌 헌터 협회.
그는 공무원이나 협회원이 아닌 말그대로 직원에 불과했지만.
이곳에 몬스터가 나타나면.
-키, 키에엑!
-당신의 주민들이 사망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비각성자나 다름없습니다.
-ㅅㄱ요ㅋ.
-어머, 강대리. 각성했었는데 지금은 비각성자랑 똑같다며?
-아하하, 강대리! 그러게 평소에 나처럼 성실하게 자기계발도 하고 그러지 그랬어?
‘시, 시바!’
식은땀이 절로 났다.
이딴 자기계발 엔딩은 죽어도 안된다.
‘아직 능력 제대로 써본 것도 없다고!’
척 보니까 소환 말고는 그닥 좋아보이는 것도 없는데.
괜히 각성 사실 들켰다가 괴롭힘이나 당할게 뻔했다.
높디 높으신 헌터 양반들이야 강하고 무섭지만.
같은 각성자라도 이런 비전투 능력이면 부류로 묶여 괴롭힘만 당할테니까.
‘…아냐. 소환도 있다면, 분명 다른 기능도 있겠지.’
제발 그래야했다.
하진은 한숨을 내쉬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끽끽!
-끼르륵!
고블린들은 초원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평화로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계속 보다 보니 조금 귀여운것도 같았다.
*
【고블린들이 배고파합니다.】
【그들이 당신을 향해 간절한 기도를 올립니다.】
【그들이 식량을 간청합니다.】
‘이런 씨발.’
아니었다.
귀엽긴 개뿔.
이놈들은 돈 잡아먹는 귀신들이었다.
계속된 알림음에 베개로 귀를 꽉 막았다.
그러니까 저 메시지가 최초로 뜬 건 한 시간 전인 회식때였다.
마침 고깃집을 갔고.
적당히 취기가 올라왔고.
그덕에 마음이 열려 자비심이 생기고 용기가 생겼을 뿐이다.
-자, 너희도 먹고 살아야지. 먹어라.
고기 굽는김에 생고기를 스크린에 가져다 댔더니.
2025.09.2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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