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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약혼자가 내게 집착한다.
만두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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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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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시녀로 환생한 성공한 덕후, 지은. 원작과 달리 최애의 약혼자가 집착하기 시작한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서양풍#빙의#로코물#능력녀#엉뚱녀#집착남#상처남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 벽과 천장, 작은 기계음을 내며 깜빡거리는 모니터, 코끝을 스치는 소독약 냄새.

유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빳빳한 병원복 소매를 힘없이 매만졌다.

지은의 숨은 점점 옅어졌다.

 

‘다음 주에 열리는 빛의 계절 팝업은 꼭 가고 싶었는데….’

 

눈을 꼭 감은 채 몇 번이나 정주행한 소설 ‘빛의 계절’을 떠올렸다.

가족 하나 없이 어릴 적부터 병원 신세를 진 덕에 웹소설에 빠져 살았다.

 

그중에도 ‘빛의 계절’은 장기 휴재 중에도 5번은 더 읽은 최애 작품이다.

 

“팝업은 못 가도, 결말은 보고 싶었어.

아이리스가 불행한 모습밖에 못 봤는데.”

 

하지만 지은은 알고 있었다.

사랑했던 그 소설의 결말을 영영 볼 수 없다는 것을.

 

“그나마 남은 미련이라고는 소설 결말, 그거 하나 못 본 게 전부라 그나마 다행이야.”

 

외롭고 아프기만 했던 삶이 끝난다는 것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소매를 매만지던 손끝에 힘이 풀리며 침대 위를 스쳤다.

창백한 병원 풍경이 점점 흐려졌다.

마지막 숨을 내뱉자 낯선 공기가 몸의 빈 곳을 채우듯 밀려 들어왔다.

 

***

 

“■■■■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목소리.

 

‘뭐라고 말하는 거지? 간호사 선생님인가?

죽어도 몇 분간 들을 수 있다더니, 진짜네.’

 

“티아 에버그린님!”

 

또렷한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몸이 들썩이며, 눈이 번쩍 떠졌다.

 

“네?”

 

자동응답기처럼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잠이 덜 깼는지 몸이 비틀거리고, 눈꺼풀이 무거웠다.

단정한 검은 롱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황태자 전하께서 가넷궁에 오시기로 하신 날입니다.

그 일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네? 누구요?”

 

어쩐지 비엘 소설의 ‘아방수’가 된 것만 같다.

안 봐도 멍청한 표정일 것이 뻔했다.

 

여자는 ‘뭐 하는 애야?’같은 얼굴로 나를 1초 바라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리스 공녀님의 약혼자이신 황태자 전하께서 방문하십니다.”

 

설마 내가 아는 그 아이리스? 아이리스 로위? 에이, 그럴 리가. 난 죽었는데?

 

현실을 직시하기도 전에, 3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화려한 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 안쪽에는 상상만 해오던 나의 최애, 아이리스 로위가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밤하늘처럼 까만 머리카락은 올곧게 뻗은 그녀의 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고양이처럼 도도해 보이는 눈은 짙은 보라색을 눈 안에 가득 담고 있었다.

정돈된 외형과 자세, 모든 것이 기품을 보여줬다.

달그락-

 

그녀의 손에서 찻잔이 멀어지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티아 에버그린?’

 

아, 그 사람이다.

‘빛의 계절’에 등장하는 에버그린 자작가의 딸.

아이리스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가 황제에게 죽임당하는 엑스트라 1.

 

‘지금 최애의 앞잡이 짓을 하다가 최애의 약혼자에게 죽임당하는 엑스트라로 빙의를 한 건가?’

 

심장이 두근거렸다.

결말도 모르는 소설에 빙의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닌, 최애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아니야. 오히려 최애의 곁에서 계속 맴돌 수 있는 기회잖아.

어차피 결말도 못 보고 죽었고, 이미 죽은 몸인데.

여기서 전생에 못다 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거잖아.’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빙의살이에 대해 계획 몇 가지가 떠올랐다.

 

“크흠.”

 

아까부터 옆에 서 있던 하녀 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헛기침하며 옆눈으로 흘겨보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에버그린 자작가의 티아 에버그린입니다.

오늘부로 아이리스 공녀님의 전속 시녀가 되었습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어색하게 드레스를 살짝 들고,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웃어 보였다.

 

사실 지금 내 얼굴이 어떤지 몰라서 어떻게 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나가 봐.”

 

그녀는 잠깐 시선을 주더니,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 찻잔을 들었다.

 

“제가 도와드릴 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거슬리니까, 나가.”

 

‘크으, 이거지.’

 

저 냉담하고, 서늘한 말투를 실제로 들으니,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소설로만 보던 차가운 아이리스를 마주하니 미소가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아……. 필요하실 때 불러주세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찰랑이더니, 시선을 거뒀다.

 

***

 

병원 6인실보다 훨씬 넓은 방을 배정받았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방의 모습 때문에 점점 내게 처한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태창!”

 

어디서 본 건 많아서, 나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소심하게 소리쳤다.

아무것도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거 빙의된 거 맞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보기도 하고, 몇 번 꼬집어보기도 했다.

꿈에서 깨어나기는커녕 한쪽 볼이 얼얼할 뿐이었다.

 

한국에 살던 김지은이 죽고, 빛의 계절 엑스트라 티아 에버그린으로 빙의를 한 게 맞는 거지?

 

최애를 마주한 성덕이 되었다는 생각에 자꾸만 광대가 올라갔다.

회빙환 로판을 보면 다들 당황해하던데.

 

난? 전혀. 오히려 잘 됐어.

 

팔뚝에 가득한 바늘자국도, 새하얀 병원 벽과 천장도 더 이상 내 인생에 없는 거다.

 

“덕질하다 죽었는데, 성덕으로 환생? 개꿀이잖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딘가 가슴 한구석이 불안함으로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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