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 '루카스 아카데미'에 교수로 취임했다. “꺄아아아악!” “몬스터다! 스켈레톤이야!” 학생들의 격렬한 환호와 함께.
#1화
마왕성 [인페르나].
한때는 대륙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한 불굴의 요새였다.
용사 루카스는 그런 인페르나에서 홀로 검을 휘두르는 해골 병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다못한 해골 병사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대머리.”
“하나뿐인 제자한테 대머리라니, 너무 하시군요. 데미언 선생님.”
“대명이다. 김대명.”
“강녕하셨는지요. 킴데미언 선생님.”
데미언은 말이 안 통하는 제자를 노려보다가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 30년 만에 와서 뭘 원하는 거냐?”
“인사치레도 없이 바로 본론인가요?”
“됐고, 빨리 말해라.”
루카스가 이렇게 불쑥 찾아올 때는 중요한 부탁이 있을 때 밖에 없었기에, 그는 벌써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데미언의 계속되는 독촉에 마지못해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예전에 아카데미를 세웠다고 말씀드린 건 기억나십니까?”
“그랬었나?”
“뭐,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교수직이 하나 비는데-”
“싫다만.”
“끝까지 들어주심이….”
루카스가 얼굴의 주름살을 한껏 구겨 울상을 만들었다.
옛 제자의 답지 않은 투정에 데미언이 일갈했다.
“그런 쪽은 대현자 녀석이 더 어울리잖아?”
“빌헬름이라면 작년에 타계하였습니다.”
“음…. 엘프 활쟁이는?”
“레밀리아는 세계수의 숲에 들어가서 30년째 연락 두절입니다.”
“허….”
기억나는 이름을 몇 개 더 언급했으나 데미언이 은거한 새에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그들을 포함하고도 교수직에 적합한 사람은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아니, 왜?”
“제가 그 증거이지 않겠습니까.”
자신을 손으로 가리키는 루카스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반푼이 용사 후보생을 이 정도의 경지까지 만든 건 오로지 선생님의 능력입니다.”
“역사상 최고의 재능을 지닌 녀석이 무슨 망언을….”
“그 재능을 발굴해 주신 게 선생님입니다.”
루카스가 더욱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부디 루카스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맡아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아니, 싫다니까? 그리고 아카데미 이름이 왜 그 모양이야?”
데미언의 입장에서 자신은 학생을 가르칠 능력이 없었다.
그도 그럴게….
‘내가 한 거라고는 최적의 공략대로 루카스를 육성한 것밖에 없다고.’
데미언은 자신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모니터 화면 속의 그래픽이 겹쳐보이는 듯 했다.
[세계를 구해주세요. 김대명.]
듣기만 해도 분통터지는 여신의 목소리는 덤으로.
고전 RPG 명작 [마신 전대기].
업데이트도 되지 않는 그 게임을 10,000시간 넘게 붙잡고 있던 김대명은 이 세계로 전이되었다.
[만약 마왕을 물리쳐 주신다면,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김대명은 그 말을 믿고 악착같이 굴러 게임의 주인공인 루카스와 함께 마왕을 쓰러뜨렸다.
최고의 엔딩이었을 것이다.
귀환을 약속한 여신이 공멸하듯 마신과 봉인되는 것만 아니었다면.
‘망할 여신이.’
그리하여 김대명, 아니 이제는 데미언이라 불리는 게 더 익숙한 청년은 이 세계에 갇히게 되었다.
이제 그가 할 일이라고는 이곳에서 여신에게 박아넣을 궁극의 검술을 완성하는 것밖에 없었다.
따라서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학생을 가르치기 적합한 인재가 아니다.”
데미언의 단호한 거절에도 루카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분명 선생님의 가르침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디피에쑤-라던가. 어그로? 라던가.”
“그렇지? 그러니까-”
“하지만 그 가르침 안에는 진심으로 제자의 앞을 바라보는 통찰이 담겨있었습니다.”
“아니, 통찰은 염병. 그 이전에 내가 싫다고.”
텅!
데미언이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내리쳤다.
손에 만져지는 갈비뼈는 차갑기만 했고, 빈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
뼈밖에 남지 않은 그의 몸으로는 모든 것이 무감각하게 느껴졌다.
루카스와 함께 수많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을 거부하고 은거한 것도 전부 그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이라도 되는 양.
측은한 표정으로 앙상한 해골을 바라보던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선생님.”
“아서라. 이게 가장 확실한 택틱이었을 뿐이다.”
잠시 주위에 정적이 일었다.
두 사람은 각자 생각에 잠겼지만, 머릿속에 그리는 풍경은 똑같았다.
먼저 입을 여는 건 언제나 참을성 없는 제자의 몫이었다.
“맨 처음 저희가 만난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내가 너한테 살려달라고 구차하게 빌었지.”
“자기 말을 10분만 들어준다면 무슨 부탁이든 이루어주겠다고도 하셨지요.”
“윽.”
루카스의 입에 능글맞은 미소가 걸렸다.
그러나 눈만큼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용사의 눈이었다.
“사랑하는 제자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루카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 아이들을 맡아주십시오.”
“…마지막?”
데미언은 황급히 자신의 능력인 [상태창]으로 루카스를 확인했다.
푸른 빛을 띄는 네모난 창 위로 자신이 키워놓은 최고치의 스텟과 화려한 스킬들이 빼곡히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맨 밑에 보이는 항목.
[상태이상: 마왕의 저주(3Y:46D+)]
데미언은 몇십 년 만에 자신의 가슴이 철렁이는 것을 느끼며 이를 꽉 깨물었다.
“제자의 죽기 전 부탁입니다. 들어주실거죠?”
곧바로 들려오는 루카스의 목소리는 그의 선택에 쐐기를 박았다.
“빌어먹을. 외통수군.”
“잘 부탁드립니다. 킴데미언 교수님.”
옛 제자는 이미 그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었다.
⁕⁕⁕
루카스 아카데미.
초대 용사이자 최강의 용사라 칭송받는 루카스 라인하트가 설립한 명명백백한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였다.
앞으로는 대륙에서 가장 긴 호른 강이 흐르고 있었고, 뒤로는 대륙에서 가장 높은 오보에 산맥을 등지고 있었다.
웬만한 거대도시와 맞먹는 넓이는 지금도 여전히 확장 공사 되는 중이라고 한다.
2025.10.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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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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