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연등 아래의 비밀
profile image
리연
3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106좋아요 1댓글 1
공모전 참여작#동양풍#복수#성장물#피폐물#계략남#능력남#능력녀#짝사랑


 

연등 불빛이 달빛 아래에 일렁였다. 호수 위에 비친 빛이 물결을 따라 천천히 흘러 퍼져나갔다.

 

가면을 쓴 귀족들 사이로 은은한 향이 맴돌았다. 화려한 연회의 끝자락에 한 여자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는 잔을 들고 연회 중앙에 있는 부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월화 가문의 야연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낮고 단정한 목소리가 울렸다.

 

“오늘 하루는 편히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월화 가문의 당주. 서유환이 잔을 올리며 야연의 시작을 알렸다.

 

어두운 밤 속에서도 연등의 불빛이 연회장을 환하게 밝혔다.

 

그 속에서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잔잔히 퍼져 나갔다.

 

얘기를 나누던 도중, 윤란희의 시선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치맛자락이 스칠 때마다 보랏빛이 스며든 저고리가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었다.

 

밤하늘 같은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는 노란 연등 불빛 사이에서 푸른 가면을 쓴 채, 서 있었다.

 

가면에 가려져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푸른빛과 보랏빛이 스며든 눈동자가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사로잡았다.

 

윤란희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문득, 서유화를 떠올리는 익숙함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서유화는 2년 전,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지 않았던가.

 

“유환. 저기 끝 쪽에 있는 여성분…. 우리가 초대장을 보냈었나요?”

 

낯선 기시감이 사라지지 않아, 윤란희는 서유환에게 물었다.

 

그녀의 말에 서유환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아니, 처음 보는 얼굴이군. 어느 가문이지?”

 

그 역시 익숙함을 느꼈지만, 기억 속 어딘가에서만 스쳐간 얼굴 같았다.

 

여자는 연회가 즐겁지 않은 듯 잔을 기울이며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란희는 그녀가 어떤 가문의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연회가 지루하신가요…?”

 

“아니요…. 지루하진 않아요.”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다행이네요. 야연은 처음인가요?”

 

“네, 이번이 처음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윤란희는 잠시 말을 잃었다가,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어디선가 뵌 거 같아서….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역시 착각이었다.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 살아 돌 올 리가 없었다.

 

“그럼, 남은 시간 편히 보내시길 바랄게요.”

 

윤란희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궁금하네요.”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어머니가 찾고 싶은 여인이 누구일지.”

 

윤란희는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어머니라뇨…?”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저를 잊으시다니… 서운해요.”

 

입꼬리가 미세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가면을 벗었다.

 

가면이 바닥에 떨어지자, 윤란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서…유화…?”

 

2년 전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던 여자가, 지금 눈앞에 서 있었다.

 

“네, 네가 왜…….”

 

떨리는 목소리가 야연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귀족들의 웅성거림이 번져 나갔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여자가 멀쩡하게 살아 있었으니까.

 

“…왜 여기 있어?!”

 

윤란희는 숨조차 잊은 채 서유화를 바라보았다.

 

“분명…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서유화는 잔잔히 웃었다.

“제가 살아 있어서 많이 놀라셨나 봐요.”

그녀는 얼어붙은 윤란희의 귀에 속삭였다.

“기대하세요. 앞으로 더 놀라게 될 테니까.”

 

윤란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추방당한 그녀가 비단 옷을 두른 채 이 자리에 서 있다니.

 

“기다려…! 오늘 야연은 귀족 가문만 참석할 수 있어. 기껏 살아서 도둑질이라도 한 건가?”

 

“하.”

 

서유화는 비웃듯 숨을 내쉬었다.

 

‘2년이 지나도 여전하구나.’

 

그녀는 옷자락 속에서 초대장을 꺼내 들었다.

 

“스스로 초대장을 보내시고 기억하지 못하시다니, 기억력이 많이 쇠퇴하셨나 봅니다.”

 

초대장을 반쯤 얼굴에 가린 채,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가 직접 초대해 주셨으니까요.”

 

그 말에 윤란희는 숨이 막히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민 초대장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