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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언자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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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생이AAA🦡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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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하던 탑등반물 게임에 빙의했다, 빙의한 줄 모르고 기억나는 정보를 나불댔더니, 그게 모든 차원에 알려져서 예언자가 추앙받게 됐다.

공모전 참여작

“……여긴 어디지?”

눈을 뜨자 거대한 석상의 눈동자가 무감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은 인파로 가득했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국의 언어들이 소음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 모든 소리의 의미가 명확하게 머릿속에 번역되어 들어왔다.

“아, 꿈인가.”

아직 덜 깬 정신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어젯밤 늦게까지 [탑에서 살아남기]를 플레이하다 잠들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눈앞의 풍경은 지겹도록 들여다본 모니터 속 게임의 시작 지점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사방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탑의 1층, ‘시작의 방’.

방 중앙에는 ‘진실의 석상’이 위압적으로 서 있었고,

그 주변을 온갖 종족의 이방인들이 불안한 눈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탑의 1층, 진실의 석상, 모든 차원의 주민들… 하늘엔 중계용 크리스탈까지. 도입부 재현율이 상당하네….”

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에 떠 있는 거대한 수정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게임 설정대로라면 오늘은 100년에 한 번, 모든 차원의 신입이 동시에 탑에 진입하는 날이다.

“선배 등반자들의 배려라는 설정으로 모든 차원에 생중계되는 1층 라이브라… 정말 원작 그대로군.”

완벽했다. 지독할 정도로 생생한 꿈이었다.

이왕 꾸는 꿈이라면, 조금 더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요즘 꽤나 힘들었나 보군. 하긴, 이런 꿈이라도 없으면 맨정신으로 어떻게 버티겠어.”

스스로를 향한 조소가 터져 나왔다.나, 천명운. 스물넷.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인생.

다만 남들보다 조금 더 불운했고, 아주 조금 더 게을렀을 뿐.

대학 졸업 후 2년. 번듯한 면접 한번 보지 못한 채, 나는 방구석에 틀어박혀 게임만 했다.

세상이 생각보다 고되고 힘들다는, 그런 진부한 이유였다.

먼저 취직한 친구들의 연락이 뜸해지고, 부모님의 한숨이 깊어졌다.

명절날,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입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는 게 유일한 도피였다.

‘현실에선 자격증 하나 없는 나지만, 이 꿈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앞서 있지. 암, 그렇고말고.

’속으로 그리 되뇌며 주위를 둘러봤다. 탑에 막 들어온, 소위 ‘뉴비’들.

종족과 출신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모두가 어리숙한 햇병아리라는 점은 똑같았다.

저들 중 절반은 1층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죽겠지.

이 탑에선 그것이 당연한 순리였다.

‘하지만, 내 꿈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나는 복도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저기 보이는 복도 바닥의 그림, 아름답지?”

순간, 주변의 시선이 일제히 내 손끝을 따라 바닥으로 향했다.

“저건 그냥 그림이 아니야. 미믹의 일종이지. 섣불리 다가갔다간 한입에 먹히고 끝이다?”

나는 발치에 있던 작은 돌멩이를 툭, 차서 그림 쪽으로 날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림이 거대한 입으로 변하며 돌을 씹어 삼켰다.

“……?!”

“세상에, 저게 대체…….”

그 광경을 목격한 몇몇이 질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특히 죽음에 민감한 수인족 몇몇은 귀와 꼬리를 바짝 세우는 게 보였다.

‘우스운 노릇이다.풋내기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이토록 볼만하다니. 이 통제감, 나쁘지 않군.’

나는 낄낄대는 대신, 서늘한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서쪽 문은 더 가관이야. ‘행운의 상자’가 놓여 있는데, 그걸 여는 순간 10초 뒤에 맹독 가스가 방 전체에 살포되지. 물론 전원 즉사고.”

그 순간, 서쪽 문으로 향하던 한 엘프 소녀가 ‘히익!’ 소리를 내며 황급히 손을 거뒀다.

그녀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은 이제 경계와 의심이 뒤섞인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피식, 헛웃음이 났다.

현실에선 그저 방구석 폐인이었던 내가 이곳에선 전지한 존재나 다름없다니.

이 지독한 아이러니가 마음에 들었다.

그 순간, 방 중앙의 석상이 눈을 번뜩였다.

<가장 현명한 자여. 너에게 묻노라.>

방 안의 모든 존재의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듯한 장엄한 목소리였다.

“오, 이거 흥미로운데. 히든 이벤트인가? 꿈치고는 연출이 생생하잖아.”

게임에선 겪어보지 못한 전개였다.

내 무의식이 만들어 낸 오리지널 이벤트라는 뜻이겠지.

<그대가 탑을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치의 거짓 없이 답하라.>

석상은 근엄하게 물었다.

“풉. 질문 한번 거창하다. 아주 전형적인 클리셰고.”

나는 석상의 질문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한가했거든.”

<……….>

거짓일 리가 없었다. 탑을 오르는 이유란, 내게 있어 게임을 한 이유와 같았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하는 일에 거창한 명분이 필요할 리가.

내 망설임 없는 대답에 석상이 침묵하자, 오히려 주변의 뉴비들이 술렁였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고작 그런 이유로 목숨을 걸고…….”

그들의 순진한 반응에 내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이런 종류의 시선과 관심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어릴 적 나갔던 장기 자랑 대회 이후 처음일지도 몰랐다.

“다들, 내가 왜 이리 여유로운지 궁금한가 보네. 그렇지?”

나는 연극배우처럼 팔을 벌리며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수많은 눈동자가 내게 꽂혔지만,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다.

어차피 꿈이고, 무엇보다 즐거웠으니까.

“알아, 알아. 탑은 무섭지?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곳이니까. 안 그런가?”

조금 전 독가스 상자를 열 뻔했던 엘프 소녀가 움찔하는 게 보였다.

“이런 무서운 탑에 제 발로 오는 놈들은 크게 두 부류야. 하나는 탑에서 부와 명예를 얻고 싶은, 개인의 욕망에 충실한 자들.”

나는 과장되게 양팔을 펼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탑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에 목숨을 건 자들. 대개 일족의 사명이나 위기 같은 거창한 이유를 짊어진 놈들이지.”

나는 엄지와 검지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긴 듯한 자세를 취했다.

“예를 들어… 그래. 수인족 중에 ‘백색 덧니’라 불리는 토끼 부족이 있지?”

게임 속 NPC에 대한 정보를 읊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걔네 말이야, 고질병으로 대가 끊길 위기라던데. 사실 거처를 동굴에서 숲으로 옮기기만 해도 해결될 문제지.”

참으로 안타깝다는 듯 말하면서도, 내 얼굴엔 즐거움이 어려 있었다.

“가뜩이나 허약한 놈들이 음습한 동굴에서 사니 30년을 못 넘기고 죽는 거잖아. 숲의 지기(地氣)를 쬐기만 해도 수명이 두 배는 늘어날 텐데 말이야.”

내 말이 끝나자, 몇몇 토끼 수인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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