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희는 자신의 오랜 팬, 선우와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냈으나 그 팬이 새로 온 제 상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쿵, 쿵, 쿵.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
‘어떻게 된 거지.’
복잡한 표정의 주희는 천천히 뒷걸음쳤다.
하지만 사방이 막혀 있는 호텔방.
벽에 닿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퍽-.
기어코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뒤통수에서부터 올라오는 미적지근한 통증에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잠시.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선우의 두툼한 손이 주희의 얼굴을 감쌌다.
붉은 혀가 거칠게 밀려 들어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으읍!”
쌉싸름한 와인 맛과 중성적인 향수 냄새가 어지러이 뒤엉켰다.
“하아-.”
당황하던 모습은 뒤로 하고 탄성을 내뱉는 주희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때, 선우의 입술이 점차 내려가 새하얀 목과 쇄골에 붉은 흔적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으읏, 하!”
주희가 고통과 쾌락에 찬 신음을 마구잡이로 흘렸다.
그런 그녀를 더욱 몰아붙이려는지 선우는 사정없이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그의 소유욕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행위였다.
이내 선우의 손이 주희의 가는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싸는 것과 동시에 지긋이 지분거렸다.
“하아-.”
그의 손길이 거칠어질수록 주희는 한숨과 닮은 탄성을 내뱉기 바빴다.
도무지 멈출 기세가 없는 아찔한 감각에 점차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이 감각이 계속 되길, 갈망할 지경에 다다르자.
‘더 이상 무리야.’
결국, 있는 힘껏 선우를 밀친 주희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알코올과 쾌락에 점칠된 이성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의외로 순순하게 밀려난 선우였다.
그러나 한순간에 거리를 좁힌 그의 유난히 깊은 두 눈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곧, 번들거리는 붉은 입술이 열렸다.
“……제가 싫으신 겁니까. 몸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땀에 젖어 내려온 금발 머리카락 사이.
그야말로 욕망에 번들거리는 눈빛이 형형했다.
그 부담스러운 두 눈을 피해 밑을 바라본 주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필.’
얇은 티셔츠가 달라붙어 자리 잡은 단단한 근육들 하며.
그 밑으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묵직한 형체가 자리 잡은 것까지.
수위 높은 시각적인 자극에 주희의 얼굴이 타올랐다.
피하고자 한 행동이 우습게도 더한 것을 불러오고 만 것이다.
“응?”
이런 주희의 민망함을 모를 선우는 고개를 꺾으며 답을 재촉했다.
그 날카로운 눈망울을 겨우 마주한 주희는 제법 확고하게 말했다.
“더 해 주세요.”
그 말을 도화선으로, 티를 벗어 던진 선우가 그녀의 셔츠를 다급히 풀기 시작했다.
“앗!”
간만에 저를 향한 순수한 욕망에 느낀 탓인지.
아니면 그저 선우의 온기가 미치도록 좋은 탓인지.
‘어지러워.’
주희는 끝내 생각을 버리고 그저 선우의 목에 제 양팔을 감는 것을 택했다.
마침내 그녀의 마지막 단추가 풀리며 드러난 봉긋한 살갗.
선우는 그곳에 천천히 입술을 문대기 시작했다.
“흐읏-.”
마치 봄날의 꽃이 피듯, 그렇게.
* * *
세 시간 전.
“수고하셨습니다.”
흰 자켓의 여자가 호텔 라운지를 고고하게 나섰다.
그제야 28살의 OS그룹 마케팅팀 사원, 윤주희 역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 겨우 끝났네.”
계획대로라면 김 팀장님과 같이 와야 하는 미팅이었지만.
하나뿐인 딸이 아파 연차를 꼭 내셔야겠다고 당일에 연락을 주셨다.
설상가상 다른 팀원들도 다 바쁜 날에 이게 무슨 일인지.
“하여간 혼자라도 잘 끝내서 다행이라니까.”
계약직으로 2년 6개월, 정직원으로 2년 차이지만.
유하지 못한 성격의 그녀에게 미팅은 여전히 최대 과제였다.
더군다나 방금 나간 여자는 그 OS 그룹의 가족 관계라는 우신 그룹 마케팅팀 양 팀장이었다.
“그럼 팀장들끼리 볼 것이지, 참.”
툴툴대기도 잠시.
차차 굳어있던 어깨를 풀고 서류 가방을 정리하기 위해 집은 그때였다.
주희의 핸드폰에 불빛이 들어왔다.
전남친, 서정후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눈으로 빠르게 내용을 읽은 주희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내 돈으로 딴 년이랑 모텔 오가 놓고는 사과 한마디 없는 자식이 무슨 말을 하나 싶더니.”
[미안한데 네 집에 두고 온 짐 좀 가져가도 되나? 비밀번호 그대로지?]
“고작 이딴 식이라고?”
낯짝도 두껍지.
잠시나마 올바른 소리를 기대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 미친놈을 5년을 만났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액정을 두드렸다.
[전화번호 주인 바뀌었습니다.]
솔직히 성격 같아서는 쌍욕이라도 퍼부어주는 게 맞았지만.
자존심 상하게도 어젯밤까지 서정후 생각으로 밤을 뒤척였던 지라.
아직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짜증나.”
주희는 서정후와의 채팅방을 나와 저와 동거하는 대학 친구, 예성에게 연락을 남겼다.
[오늘 밤에 어디 약속 없으면 한 잔 할래?]
2025.10.13 22:34
2025.10.13 22:34
2025.10.13 22:33
2025.10.13 22:33
2025.09.2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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