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어느 날 집안의 수호신과 계약한 주인공 신은 부모님이 죽은 사고가 원혼에 의한 사고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주인공은 원혼을 잡기 위해 신이 준 능력으로 배우가 되어 연예계에 들어가게 되는데
어둑한 골목길 안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니 기묘한 한기가 느껴졌다.
남자아이의 모습의 반투명한 무언가가 구석에 쭈그려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이 일렁거렸다가 사라졌다.
나는 가방에 넣어왔던 소금 통을 들고 그 장소에 더 가까이 가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울고 있니?”
남자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내 금방이라도 울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한참 동안 찾으러 돌아다녀도 못 찾겠어요.”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
“엄마, 아빠는 네가 위쪽으로 올라가서 기다리면 만나러 오실 거야. 아니면 이미 너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위쪽으로 가서 쉬어도 돼.”
내 말을 들은 남자아이는 안심했는지 살짝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아이의 몸에서 약한 빛이 새어 나오더니 그대로 없어졌다.
무당이었던 엄마의 영향인지 어렸을 때부터 가끔 귀신이나 괴물 같은 영적인 존재를 보았다.
어느 순간 잘 안 보이게 되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부터 다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지금처럼 길을 잃은 혼일 뿐이라 위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확률로 한이 강하고 위험한 귀신들을 마주쳐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그 후로부터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영험한 소금을 호신용으로 가방에 넣고 다닌다.
나는 들고 있던 소금 통을 도로 집어넣고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께 부탁드려 얻은 학교 근처 투룸 자취방이었다.
문을 여니 이젠 익숙해진 적막함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몇 년간 생활하니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보니 검은 화면 속에 내 얼굴이 보였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와 눈 밑의 옅은 다크서클이 어딘가 예민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중학생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묘하게 이런 인상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얼굴만이 아니라 집 곳곳에 부모님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차분한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는 것과 다른 음식보다 한식을 선호하는 것.
지금보다 밝은 얼굴로 웃으며 함께 찍은 가족사진과 무당이었던 어머니가 주신 알 수 없는 부적이 그런 것이다.
지금도 베개커버 안에 있는 부적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어렸을 때 아무 이유 없는 고열을 자주 앓을 때 이후 엄마가 이 부적을 주며 잘 때 베개 속에 넣어놓고 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신기하게도 효과가 좋은 물건이었는지 그 후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베게커버를 열어 부적을 꺼냈다.
뜻을 알 수 없는 붉은 글씨가 써진 노란 종이에서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얼굴을 와락 구기며 중얼거렸다.
“…목숨이 없어질 사고도 안 알려주는 신이 무슨 신이야. 짜증나.”
부적을 탁자 서랍에 쑤셔 넣었다.
나는 귀신을 보지만 신은 믿지 않는다.
외가 쪽 대대로 같은 신을 모시는 무당이 하나씩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를 지켜주지 않은 신을 모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아까보다 기분이 차분해졌다.
엄마와의 추억 때문에 계속 넣어둔 부적을 꺼내 놓으니 알 수 없는 해방감이 느껴졌다.
푹신한 베개에 파묻혀 눈을 감았다.
어느 순간 부드러운 풀의 촉감과
코가 아릴 정도의 꽃 냄새에 눈이 떠졌다.
눈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라벤더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비현실적인 광경에 볼을 살짝 꼬집어 보니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이상한 상황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서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
근처에 널려 있는 라벤더꽃을 한두 개 꺾으며 돌아다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손에 라벤더꽃을 한아름 쥐고 있을 때 앞에 문이 생겼다.
나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문 안쪽에는 새하얀 방이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방과 안 어울리는 제단 같은 것이 구석에 있었다.
제단에는 여러 가지 제사 음식들과 무당이 쓰는 칠성 방울과 신칼이 놓아져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가까이 다가가 방울과 신칼을 잡았다.
잡은 부분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너무 뜨거워 제단에 다시 올려놓으니 강한 빛을 내며 사라졌다.
나는 손바닥에 심한 열감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생생한 통증에 손바닥을 펼쳐보니 딱히 이렇다 할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손바닥 구석에 동물 발바닥 모양의 표시가 작게 새겨져 있었다.
없었던 것이 갑자기 생겨나 당황하는 사이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너 이름이 진성이었지?”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올리니 새끼 여우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새하얀 털에 꼬리와 귀 끝부분에 보라색 염색이 되어있는 듯한 모습이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여우는 당황하는 내 모습을 보고 즐거운 듯 옅게 웃었다.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했다.
“너 엄마가 차신영 맞지? 난 그 애랑 계약했던 신이야. 이번에는 너랑 하게 되었네. 잘 부탁해!”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이해가 안 되는 점을 물어보았다.
2025.09.2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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