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눈앞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 반고에게 무공을 이어받아 죽을 만큼 수련 한다. "그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거야."
진즉 버려져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이름 모를 산속.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나무들이 그 분위기를 더더욱 고조시켰다.
파악-
파악-
그곳에서 한 아이가 흙을 파먹으며 굶주린 배를 채우고 있었다.
다행히도 영기(靈氣)가 충만해 흙을 퍼먹어도 웬만한 음식보다 몸에 좋았다.
“콜록- 콜록-!”
지나가는 산짐승들마저도 안쓰러운 눈빛을 보낼 뿐.
그를 해치는 건 배고픔과 외로움.
그리고 자신의 부모를 죽인.
피를 뒤집어쓴 광인들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살아야 해. 살아서-”
흙을 퍼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 아이, 낙유.
그의 안광이 번들거렸다.
“그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아이의 입에서 짙은 분노가 새어 나왔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설령 인륜(人倫)을 저 버린다고 하더라도.
* * *
여전히 어머니와 아버지가 죽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천무혈교 네 이놈들!
-크으윽! 네놈들 감히 무림맹을 건들고도 무사……!
-불신자들 주제에 발악하지 말거라.
툭-
투둑-
바닥을 나뒹구는 부모의 머리.
그 두 개의 머리가 낙유와 눈을 마주친 순간에도.
아이는 끝까지 숨을 죽였다.
그들조차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죽은 듯이.
소리라도 지를 것 같아 악문 입술엔 피가 번졌고.
“이놈들이 끝인가?”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
간담이 서늘해진 아이가 떨려오는 몸에 힘을 주었다.
어린아이가 행하기엔 비범했지만.
고작 그뿐.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는 없었다.
그저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으니.
* * *
파악-
파악!
팍-!
한참 흙을 퍼먹으며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정도 배가 찬 낙유가 단련을 시작했다.
‘한 시도 쉬어선 안 돼. 멈추는 순간 죽어.’
각오를 다진 아이가 눈에 불을 켜고 나무를 탔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근력을 키우고.
나무에서 뛰어내려 고통의 역치를 높여갔다.
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는 수련법.
하나, 나름에 효과가 있었다.
우지직-
어느새 손가락이 나무에 박힐 정도로 힘이 세졌고.
몸 또한 옛날과 비교도 되지 않게 근육이 들어찼다.
심지어 나무에서 떨어져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까악-
까악-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와중, 늦은 저녁.
“크아아악!”
흙을 퍼먹던 낙유가 머리를 붙잡고 쓰러져 신음하기 시작했다.
“끄으윽-!”
마치 두개(頭蓋)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이명이 찾아온다.
삐이이이이-
계속되는 이명 속에서 낙유가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 * *
‘여긴…….’
천천히 눈을 뜨자 보이는 희뿌연 안개.
세상이 온통 그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어머님이 들려주던 신선들의 세계 같다.’
그의 생각대로 희뿌연 안개 너머 고상한 별빛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죽기라도 한 건가?’
뒤늦게 드는 의문에 그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찰박-
찰박-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얕은 물결이 느껴진다.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지쳤을 무렵.
“아해야, 네가 나의 후예로구나.”
갑작스레 뒤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눈을 동그랗게 뜬 낙유가 서둘러 뒤를 돌아보자.
“왜 그리 놀라는고.”
긴 눈썹 아래 태양과 달을 박아넣은 듯한 눈.
기다란 백발과 허연 수염을 매만지는 노인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억-!’
노인과 눈을 마주치자 헤아릴 수 없는 현기(賢氣)가 느껴졌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단숨에 부복하는 낙유.
‘누, 누군지 모르겠으나. 결례를 범했습니다.’
“호오-”
노인, 원시천존(元始天尊) 반고(盤古)가 흥미로운 눈으로 수염을 매만진다.
“십 년밖에 살지 못한 아해가, 이리 깊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니. 궁금하구나. 너의 족적(足跡)이.”
그 말과 동시에 반고가 낙유의 머리통을 잡았다.
“음, 호오! 허-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낙유의 과거를 엿보듯 노인의 손과 얼굴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복수심에 가득 찬 아해야.”
낙유의 머리에서 손을 뗀 반고가 낙유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 분노는 분명 하늘에 닿았으나, 너의 운명은 그렇지 않구나.”
혀를 찬 반고가 낙유의 어깨를 붙잡고.
“이는 하늘을 떠받치던 내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
반고가 아이의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뇌리에 흘러 들어오는 아득한 지식.
“기구한 삶을 살아갈 가엾은 나의 후예야. 내 비록 모든 것을 넘겨주진 못하지만-”
낙유의 머릿속에 새겨지는 반고결(盤古結)과 반고낙무(盤古落武).
“이 힘으로 너의 길을 만들어보거라. 그리하면 언젠가 나도…….”
반고의 형상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그게 무슨 말씀……!’
본래 그 자리에 없던 것처럼 사라진 반고.
직후, 희뿌연 안개들이 걷히며 어두운 별빛이 그를 비추었다.
‘도대체 이곳에서 어떻게 나가라는 거야!’
홀로 남겨져 주변을 둘러보던 낙유.
문득 자신에게 깃든 반고결과 반고낙무가 떠올렸다.
‘이 힘들이 진짜라면, 차라리 이곳에서 수련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바깥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흐를지는 몰랐으나, 마냥 시간을 죽일 수 없는 노릇.
‘육체를 강하게 만드는 반고결은 지금으로선 쓸모가 없으니.’
낙유가 하늘을 떠받치듯 팔을 위로 뻗으며 집중했다.
반고낙무(盤古落武).
일식.
천거지인(天擧之人)
하늘을 받드는 사람이 된다.
내공도 없던 그에게 뜨거운 힘이 용솟음치며.
한순간 엄청난 무게감이 그의 양팔을 짓눌렀다.
‘크윽!’
이는 반고가 떠받치던 하늘의 무게.
낙유의 다리가 미친 듯이 후들거리고.
목과 팔에 핏줄이 곤두섰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수천수만 번 무너지고 고통스러워 했음에도.
낙유는 하늘의 무게가 익숙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후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더 이상 하늘도 그를 압박하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 다음 초식으로…….’
반고낙무.
이식.
중천절력(重天折力)
무거운 하늘을 꺾어 짓누른다.
2025.10.12 00:48
2025.10.12 00:47
2025.10.12 00:46
2025.10.12 00:44
2025.09.27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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