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 가주는 용사로 오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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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느월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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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가주에 빙의한 주인공이 흑막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 행동들이 용사로 오해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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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인생은 고난의 연속과 같았다.

하나의 장애물을 넘어서면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나온다.

 

앞에 장애물이 언제 나타날지도. 어떤 것일지도 알지 못한다.

 

그저 도착 지점. 언젠가는 고난을 밟고 올라갈 반등 지점이 있다고 믿은 채 그저 나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도 반등 지점이 찾아왔다.

 

빙의. 그것도 인생을 갈아 넣을 만큼 애착하던 게임 속으로 말이다.

 

심지어 입김 한 번으로, 손짓 한 번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공작가의 가주로.

 

역시 세상에 노하우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끝까지 달리면 이기는 것이었다…….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바보 같은 생각이 깨지기까지는 고작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눈앞에 쌓인 편지지를 전부 불태워 버렸다.

 

언제 허락 없이 침입할지 몰랐기에 방문 또한 굳게 잠가 뒀다.

 

“끝까지 가면 이긴다고? 아니던데?”

 

-휘잉

 

찬 바람이 볼을 스쳤다.

 

분명 입구도, 창문도 전부 잠가 두었을 터인데.

어째선지 활짝 열린 창문이 찬 바람을 내뱉으며 나를 반기고 있었다.

 

“지령입니다.”

 

검은 가운의 여성이 무릎을 꿇었다.

 

‘하….’

 

다시 말하지만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역시 이안님의 저택 보안은 상상 이상으로 단단하더군요.”

 

내가 온 곳은 도착 지점도 등반 지점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저희 마신교만은 들어 오실 수 있게 허점을 만들어 놓으신 것까지 대단하십니다.”

 

그저 또 다른 고난 중 하나일 뿐이었다.

 

1.

 

“그러니까 에버트 공작가 저택에 침입해 푸른 보석을 훔쳐 오라는 말인가?”

“예 정확하십니다.”

 

그녀의 대답에 나는 탁 막힌 숨을 내뱉었다.

 

“에버트가 매입한 푸른 보석이 악마의 힘이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거절하겠습니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그도 그럴것이 에버트 공작가는 내가 가주로 속한 더글라스 공작가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명성이 자자한 가문이었다.

 

그런 공작가에 침입해 보석을 훔쳐 오라고?

 

죽어도 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아니 애초에 이런 지령이 나한테 오는 것부터 억울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공작가에 빙의하게 된 후, 나는 부귀영화를 찍으며 살고 싶었을 뿐이다.

 

게임이 엔딩이 난 후, 5년이 지났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었다.

 

위기가 사라진 세상. 그런 곳에서의 공작가.

마치 10000피스 퍼즐이 전부 맞춰진 듯한 완벽함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함은 없다고 했던가.

 

결점 없이 완벽할 줄만 알았던 공작가 가주도 큰 결점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이안 더글라스는 봉인된 마신을 다시 해방시키려는 마신교에 일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안 순간 나는 재빠르게 마신교와 손절을 치려 했다.

 

하지만 마신교를 나간 자들이 하나둘 목만 남아 돌아오는 것을 본 후 금방 포기했다.

 

“침입 시간은 자정. 인원은 이안님과 저 두 명입니다.”

“고작 두 명?”

“예. 아무래도 침입이라는 특수성도 존재하고, 이안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들은 나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게임이 완결 난 5년 후 미래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변하진 않은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마지막 마신과의 전투로 인해 이제 다시금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세상이었다.

 

그나마 내세울 만한 게임 지식들을 전부 긁어 사용해 발버둥 치다 보니.

 

“이안님께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마신교에서도 꽤 높은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럼 만사 오케이. 전부 다 해결된 것 아니냐고 하기에는 또 하나의 결점이 존재했다.

 

내가 너무도 약하고 겁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제까지야 어떻게든 운이 좋아 살아남았지만, 임무를 수행하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전투만큼은 피하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기도 힘들었다.

 

지금까지도 무릎을 꿇고 있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자정, 에버트 공작가 저택 앞에서 뵙겠습니다. 아마 필연적으로 전투가 발생할 테니 무기를 챙기시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그녀가 다시 창문을 향해 순간이동을 한 듯 사라졌다.

그 한순간이 그녀와 자신의 격차를 설명해 주었다.

그녀가 떠나간 창문을 바라보며 나는 오한이 느껴졌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찬 바람을 너무 많이 쐐서일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무시한 채 침대로 몸을 옮겼다.

 

상상만 해도 몸이 떨리고 두려울바에야 눈이라도 감는 편이 나았다.

 

눈을 감자 마신교에 검은 망토가 보이는 기분이었다.

 

허상으로 보이는 마신교를 생각하며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제발 좀 내버려 둬….’

 

이런 개 같은 마신교.

 

***

에버트 공작가에 부지는 알하르 제국 중심부에서 꽤 멀리 떨어진 편이었다.

 

그만큼 부지가 넓기도 했지만, 특히나 에버트 공작이 보물 수집광으로 유명한 만큼 인적이 드문 곳에 부지를 사드린 것이 큰 이유였다.

 

복잡한 숲속을 지나자 드디어 에버트 공작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앞서간 그녀가 나무 뒤에 숨은 채 입구를 바라봤다.

 

“생각보다도 경비가 삼엄하군요.”

 

자정을 넘어가는 시간임에도 공작가 부지에는 두 명의 기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전투 능력이 0에 가까운 나로서는 도저히 저 경비를 뚫은 자신이 없었다.

 

지금 적진에 바로 코 앞에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다….’

 

도망갈까? 라는 생각이 수 백 번은 들었지만, 결국 다리는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도망치는 순간 끝이다.’

 

나는 숨을 내뱉은 뒤 마음을 가다듬었다.

 

겁에 질린 표정은 금세 사라지고, 어느새 마신교 일원에 한 축이 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그녀에게 바짝 붙어 귀에 속삭였다.

 

“두 명. 소리 없이 처리할 수 있겠나? 만약 성공한다면 이름 정도는 기억해 주지.”

 

마신교는 뒷 세계에서 숨어 활동한다는 특성상 동료들과 일면식도 없고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도 다반수이다.

 

그런 조직에서 꽤 높은 자리를 차지한 내가 이름을 기억해 준다는 것은 일개 병사에겐 천금 같은 행운이었다.

 

내 귓속말에 고개를 돌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잠시 일순간에 정적이 생겼다.

 

그녀의 심리를 알 수 없는 우주와 같은 눈.

 

그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순간 겁에 질려 눈을 질끔 감았다.

 

떨리는 건 참을 수 없었다. 혹여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왔을 때까지는 대비를 하지 않았기….

 

“끝났습니다. 가시죠. 아! 제 이름은 로니입니다.”

 

음?

 

생각보다도 너무 순식간이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황한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쉬운 거였나?’

 

내가 눈을 감는 순간이 대략 3초.

 

그럼 그녀는 3초 안에 저 입구까지 달려가 두 명의 건장한 체격의 기사를 소리도 없이 쓰러트렸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투에 문외한인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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