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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노가 사신의 낫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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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건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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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참여작#판타지#농사#복수#경영물#시스템/상태창#개그물#사이다물

프롤로그.

 

 

 

 

철컥. 철컥.

죽지않는 강철의 기사.

셀 수 없는 뼈의 군단.

한때는 가장 찬란하게 빛났지만 추악하게 변해버린 드래곤,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고스트까지.

허나 이들중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

모든 죽음의 주인이자 지옥의 왕.

사신.

그들이 향하는 길에는 언제나 죽음이 자리 잡았으며, 그 땅은 지옥으로 변해갔다.

지상의 신은 더 이상 자신의 땅이 차가운 죽음으로 번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칼을 빼어드니.

인류는 그것을 빛과 죽음의 전쟁이라 이름 붙였다.

사신은 거대한 빛에도 밀리지 않았으나 단 하나의 변수에 의해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인간.

지상의 사는 한낱 피조물.

쉽게 시들어버리는 연약한 존재.

하지만, 인간을 시작으로 자연의 엘프, 땅속의 드워프, 투쟁의 수인까지 모든 종족이 빛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무너지지 않던 죽음의 군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빛은 사신의 목에 검을 대고 물었다.

“어찌 이리 생명을 탐하는가.”

사신은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있어 죽음은 곧 사랑이며 새로운 시작이다.”

그 후 빛의 검이 사신의 심장을 꿰뚫고 주인을 잃은 사신의 낫은 지상 어딘가로 떨어졌다.

모든 종족이 하나 되어 사신의 낫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그 누구도 찾지 못하였다.

그렇게 세상에서 사신은 잊혀져만 갔다.



1화.

 

 

 

“니미 쉬이팔!”

구수한 욕설이 허공을 찢었다.

흙이 잔뜩 묻은 무거운 가죽 부츠가 날아와 삐쩍 마른 소년의 몸을 무자비하게 후려쳤다.

“끄억…!”

명치를 정통으로 가격당한 소년은 숨이 턱 막히며 두 눈이 번쩍 뒤집혔다.

한 번, 두 번, 마른 기침이 섞인 거친 숨이 목구멍에서 끊어졌다.

“허억… 허억… 너 이 새끼가…!”

카일은 온몸이 떨릴 만큼 분노에 휩싸였지만,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그를 짓밟고 있는 건 작업 반장 폴이었다.

주먹만 한 얼굴에 늘 술기운이 서려 있고, 말끝마다 욕이 묻어나는 인간.

폴은 코웃음을 치며 소년을 내려다봤다.

“네가 아직도 귀족인 줄 알아? 에반스 가문의 도련님아.”

그 이름이 튀어나오는 순간, 카일의 가슴이 쓰리게 조여왔다.

에반스 가문.

작지만 평화롭던 농업 국가 플라워팜의 남작가.

가문은 가을마다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밀밭으로 유명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밀 줄기들이 금빛 파도를 이루며 일렁이는 광경은 어릴 적 카일의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다.

아버지의 든든한 어깨 위에서 그 바람을 느끼고,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잡고 걸었던 그 길.

하지만 다섯 해 전, 모든 것이 무너졌다.

제국 크리스탈 펠리스가 전쟁을 선포하자 평화롭던 들판은 순식간에 전장의 한복판이 되었다.

하늘을 가르던 비명과 불길이 밀밭을 뒤덮었고, 금빛은 한순간에 피빛과 검은 재로 바뀌었다.

자애로운 어머니와 듬직한 아버지는 그의 눈앞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날.

에반스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였던 소년은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고아이자 농노로 추락했다.

“이 구역에서는 내가 곧 법이야. 그러니까 닥치고 기란 말이야…!”

폴의 부츠가 다시 한 번 카일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뻐억—

얼굴 옆이 번쩍이며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었다.

순간적으로 귓가에서 귀울림이 터졌다.

온몸이 굶주림과 피로에 절어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니 반항은커녕 중심을 잡기도 버거웠다.

“야. 이따 가서 숲에서 농기구나 주워와.”

폴의 말에 카일은 고개를 들었다. 숲.

그곳은 작업장에서 쓰다 버린 낡은 농기구와 잡동사니를 모아두는 곳이었다.

“뭐? 하지만 얼마 전에 보급받은 게…”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하는 의심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너 설마…!”

씨익—

폴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거? 어제 팔아먹고 내 술값으로 썼지.”

또다시.

이 인간은 늘 그랬다.

멀쩡한 농기구를 고물상이나 대장간에 팔아넘겨 자신의 술값으로 탕진했다.

그로 인해 카일이 속한 제3 작업장은 늘 가장 저조한 성과를 내며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상부에서 가차 없이 처벌이 내려왔다.

말이 처벌이지, 대부분은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었다.

“이번에도 성과가 없으면 다 죽은 목숨이라고…!”

카일은 이를 악물었다.

“그건 너희 농노들 이야기지. 살고 싶으면 빨리 가서 최대한 멀쩡한 걸로 주워와서 일하라고.”

폴은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걸어가 버렸다.

그의 뒤로 묵직한 웃음소리와 술 냄새가 흩날렸다.

카일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주먹이 땅을 쳤다.

퍽—

손가락 틈으로 흙먼지가 솟아오르며 허공으로 흩날렸다.

“젠장…!”

눈앞이 다시금 흐릿해졌다.

분노와 절망이 얽혀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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