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갑작스레 인류에게 제시된, 황도 12궁 중 가장 밝은 존재들인 알파성의 계약 시험. 아무것도 없는 궁핍한 김덕배가 추하게 쓰레기통에 숨어 계약 시험을 통과한다. 역시나 어떤 알파성도 덕배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다가간 유일한 알파성. 황도 12궁에 속하지 않은 뱀주인자리의 라스알하게. 하지만 적어도 F급이여도 ‘화염 도적‘ 같은 직업을 지닌 다른 헌터들과 달리 F급인 ‘기사‘ 직업. 주어진 스킬이라곤 F급인 ‘구르기‘ 하나. “기사라며…! 왜 스킬이 구르기밖에 없는 건데!!!!“
“크윽...!”
쓰르릉--!
저 돼지 놈이 휘두루는 대검이 눈 바로 앞을 쓸고 지나간다.
“허억... 공격 스킬이라도 달라고!”
투박한 갑옷이 동굴 바닥에 우당탕 구르며 덕배의 시선 또한 빙글빙글 구른다.
“아니면 좋은 장비라도 주던가!!!”
낡은 갑옷 하나만 걸친 채, 검은 커녕 나뭇가지조차 들고 있지 않은 기이한 행태의 청년이 울부짖는다.
“어떻게... 어떻게 스킬이 달랑 구르기 하나밖에 없냐고!!”
그의 억울함 가득한 한탄이 동굴 안에 메아리친다.
***
2027년.
지구는 격변했다.
[계약자 선별을 시작합니다. 3시간 동안 살아남으십시오. 죽으면 일반인 판정을 받으며 시험 종료 후 부활합니다.]
[최대한 많은 퍼포먼스를 보이십시오. 그들의 마음에 들면 우대받을 수 있습니다.]
눈 앞에 뜬 게임 속에서 볼 법한 시스템창.
밑도 끝도 없이 저것은 인류에게 시험을 제시했고, 우리는 필사적으로 그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나고 시험이 종료되었을 때.
덕배는 퍼포먼스고 나발이고 3시간 동안 숨기만 했다. 그것도 무려 더러운 쓰레기통 안에서.
[생존을 축하드립니다.]
[김덕배 님을 마음에 들어하는 알파성을 찾는 중입니다...]
“...”
덕배는 얼굴에 묻은 오물을 낡은 후드티에 쓱쓱 닦으며 다시 확인했다.
알파성? 그가 아는 알파성은 황도 12궁에서 가장 밝은 별을 칭하는 것일 터.
그러나.
[매칭 실패. 다시 시도합니다...]
툭.
덕배는 손에 든 돌멩이를 떨어뜨리며 눈 앞의 시스템창을 천천히 읊는다.
그러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3시간동안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며 생존한 이들이었다.
“알데바란...? 와! 황소자리의 알파성이잖아?!”
“레굴루스! 검색해보니까 사자자리 알파성이래! 간지나는데?”
젊은 커플로 보이는 남녀 둘이 몬스터의 피인 초록색 액체가 묻은 채 서로의 손을 잡고 좋아라 웃고 있었다.
하지만 덕배의 눈 앞에 뜬 건.
“...”
[매칭 실패. 다시 시도합니다...]
기존 실패 시스템 창 위에 덧띄어진 새로운 시스템창. 하지만 이것도 실패 알림이었다.
“왜...! 살아남았잖아...!”
덕배는 억울하다는 듯이 가슴을 퍽퍽 치며 시스템창을 노려본다.
허나 시스템창은 덕배의 억울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묵묵무답으로 응했다.
그러자, 골목갈에 쓰러져있던 3명의 청년들이 이마를 짚으며 일어난다.
“아... 살아났어...”
“비각성자... 우리는 틀렸나봐...”
“그래도...! 부활한 것에 감사하자...!”
덕배는 대학생 무리를 노려보며 이를 간다.
자기는 살아남았는데 비각성자가 될 판인데.
그렇게 갑작스레 두 번째 실패 시스템창 위로 세 번째 시스템창이 덧띄어진다.
[매칭 실패. 다시 시도합니다...]
뭐하자는 건가. 무슨 데이팅 어플도 아니고.
비록 추하게 쓰레기통 속에 숨었으나, 이것 또한 생존이 아니던가.
덕배는 시스템창을 노려보며 어금니를 까득 물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졌던 돌멩이를 줍고는, 눈 앞의 시스템창에게 던질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때.
[다시 시도 중이라고요.]
매칭 중이라는 시스템창 위로 팝업창마냥 하나가 더 툭 튀어나오며 덕배의 눈 앞을 막았다.
“으, 으아악!”
하찮은 비명과 함께 쓰레기통이 무너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하... 하아... 뭐야! 날 보고 있어?”
엉덩이가 아픈 것도 잊은 채 세 번째 시스템창을 향해 묻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더욱 가관이었다.
[... 매칭 실패. 다시 시돟합니다.]
“...? 오타...?”
급한 듯 오타까지 내며 기어코 네 번째 시스템창을 띄운다.
덕배는 벌떡 일어서며 눈 앞의 네 시스템창을 빤히 본다.
공교롭게도 넷 다 매칭 실패라는 웃지도 울지도 못 할 상황.
[돟 -> 도.]
다섯 번째 시스템창은 오타 수정이었다...
***
“허억... 허억...!”
회상도 여기까지.
일단 눈 앞의 덕배의 키만한 대검을 들고있는 저 돼지 놈을 어떻게 해야만 한다.
[스킬 ‘구르기' 사용 가능합니다.]
써걱!
바위를 무슨 종이마냥 갈라버리는 끔찍한 광경에 덕배는 기겁하며 반사적으로 구르기를 사용한다.
“우어어어!!!!!”
오우거의 얼굴이 시뻘개지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붉어진다.
그래, 화나겠지. 한 방이면 죽을 놈이 데굴데굴 구르며 모든 공격을 회피하고 있으니까.
[스킬 ‘구르기' 사용 가능합니다.]
구르기.
사용 시 구른다. 등급도 F급. 쿨타임은 무려 단 5초.
구르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스킬의 독보적인 점은, 어떤 자세든 바로 구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덕배의 구르는 모습은 상당히 기괴했다.
점프하는 도중에도 순식간에 바닥에 떨어져 구르고, 드러누워 공격을 피한 직후 곧바로 뒤로 구른다.
[스킬 ‘구르기' 사용 가능합니다]
“나도 안다고!! 출력하지 마아악!!”
안 그래도 피하느라 구르느라 정신 없는데 이 죽일 놈의 시스템창은 5초마다 눈 앞에 튀어나와 시야를 방해한다
[예.]
일부러 눈에 갖다 대고 출력한 듯한 시스템창.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딱 봐도 건성일 듯한 저 한 글자가 덕배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덕배의 벼룩파리 같은 회피력이 오우거 또한 미치게 만들었다.
“우어어어어어!!!!!”
오우거의 돼지 같은 코가 씰룩거리다 못해 지진이 난 듯이 뒤틀렸다.
제 3자가 본다면 상당히 기이한 그림일 터지만, 덕배에겐 사선을 넘나드는 최전선의 졸병과 같은 심정이었다.
휘이익-!
오우거의 섬뜩한 강철 칼날이 덕배의 목을 향해 돌진해온다.
2025.10.13 22:44
2025.10.13 22:44
2025.10.13 22:44
2025.10.13 15:22
2025.10.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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