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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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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린 부자의 성장기

공모전 참여작#현대판타지#가족물#육아물#드라마#힐링물

나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다.

부모님이 말려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떨쳐내 버리고,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왔다.

 

집 나가면 개고생.

 

이 말을 품에 안고 살았다.

고등학생도 받아주는 알바를 구해내고 난 뒤에는 가족과 연락 한 번 나누지 않았다.

당시 어머니는 임신 중이었는데 못할 짓을 했다.

 

“쯧.”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이돌이 되지 못했다.

죽어라 달린 끝에 남은 것은 절뚝이는 왼 다리와 부모님의 부고를 알리는 전화 한 통이었다.

 

나는 눈밭을 향해 담배를 던졌다.

약하게 타오르는 불씨는 한숨 같은 연기를 계속, 계속 내뱉으며 눈밭 아래로 들어갔다.

곧 불씨가 사라지고 연기만이 피어올랐다.

아니, 그마저도 사라졌다.

 

나는 장례식장 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술을 마시던 친척들이 나를 보더니 작은 소리로 쑥덕거렸다.

걱정하는 말은 아니겠지. 좋은 말은 더더욱 아닐 테고.

나는 빈소에 홀로 앉아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혼자 뭐해.”

 

이름조차 모르는 나의 친동생이었다.

 

“형아?”

 

나를 보며 발음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형아.

형아라.

나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 있는 사람인가.

 

“식 끝나면 우리 둘이 살아야할지도 몰라.”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시러.”

“나는 좋은 줄 아냐?”

 

웃기는 놈이다.

나는 더 말하지 않고 옆에 앉았다.

두 분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사고 현장에서 아이를 제외한 모두가 죽었다고.

 

소식을 들었을 당시.

나는 뚝 멈춰서고 말았다.

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고, 얼마 가지 못해 주저 앉았다.

 

‘차라리 감싸지 않았다면.’

 

치사하게도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아이와 나는 피로 이어져 있으나,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야, 현유성.”

 

외삼촌이 발소리를 내며 걸어왔다.

나는 제자리에서 고개만 들었다.

얼굴에 붉은 걸 보니 취하신 모양이었다.

 

“니는 X발. 무슨 낯짝으로 왔냐?”

“여보, 하지마요. 유성이도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외숙모가 급히 달려와서 외삼촌을 붙잡았다.

그러자 외삼촌은 사슬에 묶인 개처럼 발광해댔다.

침이 튀고, 옆에 있는 아이가 울고, 외숙모가 더 힘차게 붙잡고.

 

나만 고요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는 옆에 있는 아이의 귀를 막아주었다.

 

“삼촌, 애 앞이니까 욕은 하지 마요.”

“뭐?”

“욕은…….”

 

나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외삼촌의 발이 기어코 내 가슴팍을 걷어찼다.

나는 바닥에 드러누운 상태로 액자를 바라봤다.

두 분이 밝은 미소로 웃고 계셨다.

 

‘맞아도 싸지.’

 

화는 나지 않았다.

마음이 아플 거라니.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마음 자체가 뻥 뚫려 버린 기분이었으니까.

정말 이대로 죽어버려도 상관없었다.

 

“으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슬쩍 바라보니 내 쪽을 향해서 뒤뚱뒤뚱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상체를 일으키고 다가오는 아이의 두 손을 잡아주었다.

 

“누구랑 살고 싶어?”

 

아이가 눈을 깜빡였다.

알아듣기는 하는 건지.

나는 벽에다가 얘기하는 기분으로 말을 이었다.

 

“이제 엄마 아빠랑은 못 살아. 나랑 같이 살래, 아니면 저 사람들이랑 살래.”

 

나는 손가락으로 외삼촌과 외숙모를 가리켰다.

두 분 다 행동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봤다.

 

“여이.”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삼촌 쪽으로 걸어갔다.

 

“에라이. 피보다 물이 더 진하겠다.”

 

부질없다. 부질없어.

나는 다시 드러누워 버렸다.

 

“아니, 유순아. 외삼촌네는 유순이랑 같이 살기 힘들어.”

 

쟤 이름이 유순이였구나.

아니 뭔 남자애 이름을 유순이라고 지었대.

 

“여보!”

“아니, 그럼 맡을 거야?”

“아유, 그래도 애 앞에서……!”

 

나는 몸을 들썩이면서 웃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너 이 새X.”

 

외삼촌이 내게 다가오려고 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중얼중얼 말했다.

 

“유순, 현유순…….”

 

이게 그거냐?

너를 죽인 사람의 이름 정도는 알고 죽어라.

아마 유순이를 키우게 되면 내 인생은 끝이다.

꿈을 향하지도, 달리지도, 포기하지도 못하겠지.

그런데 이미 그렇지 않나?

나는 숨을 내쉬었다.

 

“유순아!”

 

내가 외치자 유순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떡하냐. 너 나랑 살아야겠다. 외삼촌네 집은 너무 좁아서 너 못 데려간대.”

“으아아앙!”

 

싫어 죽겠나 보다.

정말 의욕 하나 나지 않는 반응이었다.

 

*

 

삼일장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

부모님의 유골은 곱게 갈아 납골당에 보관하기로 했다.

친척들이 모은 돈과 부모님이 남긴 재산 일부를 사용해 이루어진 장례였다.

 

“뭐가 많아졌네.”

 

나는 집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

“네 물건 되게 많다.”

 

거실에서부터 주방까지 아동용품으로 가득했다.

젖병, 분유, 포대기, 발로 구르는 플라스틱 자동차, 딸랑이, 젖꼭지.

아예 미끄럼 방지 매트가 쫙 깔린 방도 보였다.

 

“내 방보다는 넓네.”

 

나는 매트 위에 앉았다.

유순이가 나를 향해 뒤뚱뒤뚱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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